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사진 왼쪽)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셉션’.
올 여름 아쉽게도 휴가 계획을 잡지 못했다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원한 수박을 들며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자칭 타칭 ‘영화마니아’로 소문난 일곱 명의 스님으로부터 휴가철에 볼만한 영화이야기를 들어봤다. 스님들이 자신 있게 추천한 일곱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본성을 찾아 나선 치히로의 모험담 흥미진진”

법만스님 / 선운사 주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미래소년 코난,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일본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선운사 주지 법만스님이 추천했다.

이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금공상을 수상함으로서, 애니메이션으로는 세계 3대 영화제 최초 그랑프리 수상작이 되었다.

2003년 아카데미에서 헐리웃 애니메이션을 누르고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흥행에도 성공한 대작이다.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편씩 영화를 본다는 스님은 이 영화에서 기차를 타고 친구를 구하러 가는 장면과 많은 돼지들 가운데서 자신의 부모를 골라내는 장면들과 센이 된 치히로가 본성을 찾아 가는 모습에서 매우 불교적 주제를 느낄 수 있다며 귀뜸해 준다.
 

“광활한 설원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대서사시”

미산스님 / 중앙승가대 교수

데이비드 린 감독의 닥터 지바고(1965)

   
 
무더운 여름, 시원한 피서지를 찾아 떠나지 못했다고 해도 그렇게 슬퍼할 필요가 없다. 러시아 우랄산맥의 시원한 설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명화를 감상하면 더위도 쉽게 떨쳐버릴 수 있다.

미산스님이 뜨거운 이 여름 볼만한 영화로 “광활한 설원에서 펼쳐지는 대서사시”라며 1965년작 닥터지바고를 추천했다. 60년대 제작되긴 했지만 수차례 다시 개봉을 했을 정도의 명작이다.

닥터지바고는 사회주의 혁명과 그 혁명이 현실화 되어가는 시기를 배경으로 러시아가 붕괴되는 사회적 혼란속에 러시아 지식인이 겪는 비극적은 운명과 몰락해 가는 지성의 내면생활을 추구한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다.

역경과 고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 지바고와 라라의 끝없이 아름다고 슬픈 사랑이야기와 일상적, 서사적인 사실 도입으로 더욱 감동적인 영화다.
 

“이 땅의 모든 외할머니께 이 영화를 바칩니다”

진명스님 /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2002)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먼지 풀풀 날리는 시골길을 한참 걸어, 형편이 어려워진 상우 엄마는 잠시 상우를 외할머니 댁에 맡기기로 한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신 시골 외딴집에 남겨진 상우.

대사보다는 등장인물의 표정과 상황 묘사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작품은, 단편영화를 보는 듯 잔잔하게 절제된 영상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말을 못하는 할머니와 불편한 시골 생활에 심술궂게 굴던 어린 외손자는 할머니의 희생어린 사랑에 차츰 ‘정’을 느껴간다. “아이가 외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그리움을 갖고 살아가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휴가철 이 영화를 보면 잊고 지낸 가족애를 느끼게 될 것”이라며 ‘집으로’ 를 추천해준 문화부장 진명스님의 이야기처럼 87분의 상영시간이 끝나면 잊고 있었던 외할머니를 떠올리게 될것이다.

영화 집으로의 마지막 자막이 나온다. ‘이 땅의 모든 외할머니께 이 영화를 바칩니다.’
 

“전쟁 속 소년의 고된 삶 지켜보니 눈물이 주룩”

원영스님 / 조계종 교육원 상임연구원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2000)

   
 
“많은 영화를 봤지만, 이 영화처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영화도 없다. 중동전쟁 속에서 혹독한 삶을 살아내는 10대 소년과 소녀의 모습을 담담히 지켜보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르드족 최초의 감독인 바흐만 고바디가 만든 이 영화는 이란과 이라크의 오랜 전쟁으로 황폐해진 고원 산악지대에 위치한 국경마을에 사는 쿠르드 족의 이야기다.

영화는 우리 현실 가까이에 있는, 삶의 어두운 부분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전쟁으로부터 비롯된 인권의 문제, 경제적인 어려움은 물론 그 속에서 가장 약자인 어린이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쿠르드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고된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며, 이제 우리도 누군가의 아픔에 관심을 갖고 보듬어야 할 때가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고통에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