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7년차 박애리, 팝핀현준 부부(불교신문 1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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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작성일17-05-23 19:34 조회2,119회 댓글2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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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여신과 국가대표 댄서의 만남
여전한 신혼 비결은 바로 ‘리스펙트!’
박애리 팝핀현준 부부. 첫 눈에 반해 3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7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어울리지 않는 만남’ 덕에 부부인줄 모르는 이들도 많단다. 김형주 기자 |
말투, 성격, 스타일까지 전혀 다른 두 사람이다. 쪽진 머리에 단아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박애리(41)와 밝은 갈색머리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팝핀현준(남현준·39),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으로 조곤조곤 말하는 아내에 비해 남편은 직선적이면서도 거침이 없다. 각자 개성이 뚜렷한 이들이 벌써 7년차 부부.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통해 자신의 모자람을 채워간다는 박애리, 팝핀현준 부부를 지난 4월20일 서울 대흥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결혼 당시만 해도 ‘밥은 먹고 살겠냐’는 시선으로 쳐다보던 사람들이 이제는 ‘둘이 참 예쁘게도 사네’하는 반응을 보여요. 그때만 해도 제 차림과 직업만 보고 애리 씨에 비해 저를 낮춰본 거죠.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나쁜 것은 아니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요. 사람을 처음 만나면 돈은 있는지 없는지, 좋은 학교를 나왔는지, 그 사람 됨됨이 보다 배경을 먼저 보려고 하니까요.”
‘국악과 힙합의 만남’ ‘퓨전 부부’ ‘이색 만남’ ‘연상연하커플’ 등 지겨우리만큼 온갖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부부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 대표 댄서와 국악 여신의 만남이다. 힙합에 몸을 맡기며 관절을 꺾고 근육을 튕기는 ‘팝핀(Poppin·스트리트 댄스)’으로 세계무대에서 한국 댄서의 존재감을 알려온 그와, 드라마 대장금 OST ‘오나라’ 등을 부르며 구성진 가락으로 소리꾼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온 그녀다. 언뜻 보면 겉모습부터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두 사람은 꾸준히 환상의 케미(조합)를 과시하고 있다.
“공연을 하러 갔다가 현준 씨를 처음 만났어요. 그때만 해도 ‘현준동생’이라고 불렀죠. 나이가 저보다 어린데도 어리게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나이답지 않게 생각이 참 깊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유분방한 예술인의 끼가 넘치는 팝핀현준. |
“집안의 반대가 심했냐구요? 전혀요. 거리에서 춤을 추며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만 했던 현준 씨와 정해진 길을 따라온 저는 살아온 환경이 달라도 너무 달랐죠. 사람들은 간혹 그런 것들을 잣대로 스스로를 혹은 다른 사람들을 나누고 ‘분류’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배경과 조건 상관없이 그 사람하나만 보면 결혼이야 어려운 일 아니에요. 막상 결혼하고 나면 엄청 싸운다고 하는데, 그건 그 사람이 아니라 조건을 보고 결혼해서 그래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니 불만이 쌓이는 거죠. 조건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결혼하면 생각보다 싸울 일이 그리 많지 않아요.”
예술가 부부답게 공연장에서 처음 만났다. 2009년 ‘뛰다 튀다 타다’ 파포먼스 공연에 함께 출연하게 되면서 첫 인사를 나눴고, 그 때 스파크가 제대로 튀었다. 팝핀현준은 박애리를 처음 본 순간 ‘이 여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3개월 뒤 둘은 정식으로 부부가 됐다. 박애리가 팝핀현준의 적극적인 대쉬를 빠르게 받아들인 것.
단아한 한복이 잘 어울리는 대한민국 대표 소리꾼 박애리. |
살다보면 서로 닮아간다는데 아무리 봐도 닮은 곳을 찾기 어렵다. 매사 싸울 일 투성이인 부부사이에서 이 부부가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를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팝핀현준의 입에선 단번에 ‘리스펙(존중·respect)’이라는 말이 나왔다. “애리 씨와 저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내 생각은 이런데 당신 생각은 어때?하고 서로의 의견을 묻다보면 한두시간이 금방 흘러요. 그러다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나오기도 하고 서로의 상황이 이해가 되기도 하죠. 그래서 그런지 저흰 싸울 일이 없어요.”
그런 팝핀현준도 밖에선 거침없는 싸움꾼이 될 때가 있다. 비합리한 것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할 말은 하고 보는 성격 때문에 방송 출연이 물 건너 간적도 여러 번. 여하를 막론하고 ‘리스펙’ 없는 상황은 참기가 어렵단다. “세상엔 몰상식한 사람들이 참 많아요. 조금만 자기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잘난척, 아는척, 있는척, 척척척들을 해대죠. 내가 먼저 상대방을 리스펙하지 않는데 상대가 어떻게 나를 리스펙해요? 처음 보자마자 반말부터 찍찍하고 나보다 조금 낮다고 생각하면 무시부터 하고보는, 그런 상황을 보면 전 그냥 못 넘어가겠어요.”
세계적인 브랜드 음료 광고 모델에 영화 주연까지 맡았던 그다. 해외서 뜨거운 인기를 얻은 것은 물론 국내 댄서들 사이 여전히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팝핀현준이지만, 상황을 막론하고 어떤 경우에도 정의감 투철한 남편을 지켜보는 아내의 사정은 조금 다를 수밖에. 그러나 박애리는 뜻밖에도 간명한 대답을 꺼냈다. "이 사람 없는 말은 안해요. 가끔 너무 옳은 말만해서 그게 좀 도드라져 보일 때가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닌걸요.”
결혼 7년차지만 아직도 신혼처럼 서로를 위하는 박애리 팝핀현준 부부에겐 공통점이 있다. 일식을 좋아한다는 것, 무대 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서고 싶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틀림’과 ‘다름’, ‘차이’와 ‘차별’을 구분해 낼 줄 안다는 것이다. 딸 남예술 양 이야기를 꺼내며 환하게 웃는 부부의 모습이 영락없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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