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측, 연말 인사말 ‘메리 크리스마스는 전통’ 주장…반대측, 타종교인 권리 침해 ‘해피 할러데이가 정당’ 반박 
 
 

 
 
  
연말 인사로 '크리스마스’와 ‘할러데이’ 중 어떤 것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맨해튼에 있는 장난감 프랜차이즈 업소인 ‘토이즈러스(위)’는 ‘크리스마스’를, 랜드마크 건물인 록펠러센터는 ‘할러데이’를 축하하는 광고와 포스터를 각각 내걸었다.


미국에서 매년 연말이면 인사말로 사용하는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즐거운 성탄절)’와 ‘해피 할러데이(Happy Holiday·행복한 휴일)’ 용어 사용을 놓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기독교인이 많은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연말이 되면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의 ‘메리 크리스마스’를 일반적인 인사말로 사용해 왔다. 올해도 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상품 판매와 축하를 위해 ‘메리 크리스마스’를 쓰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은 특정 종교인 기독교적인 의미의 인사말이라며 이를 공식적으로 쓰는 것은 다민족, 다종교 국가인 미국에서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반대측에서는 ‘메리 크리스마스’가 기독교 외의 유대교와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등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해피 할러데이’를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대립에 대해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신문인 허핑턴포스트 닷컴(www.huffingtonpost.com)은 지난 4일자 칼럼을 통해 “크리스마스와 할러데이 용어 사용에 대한 대립은 문화 전쟁”이라고까지 우려할 정도다.

양측의 입장은 실제로 한치의 물러남이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치와 종교의 분립을 주장하고 있는 미국 최대의 무신론자 단체인 FFRF(Freedom from Reilgion Foundation)는 최근 회원들에게 보내는 소식을 통해 통해 “미국 내 일부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의 연말 휴가를 ‘크리스마스 브레이크(Christmas break)’로 사용하고 있다”며 “해당 지역 교육국에 항의 e-메일을 보내 이를 ‘할러데이 브레이크(Holiday break)’로 바꾸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메리 크리스마스‘를 지키려는 기독교측도 한치의 양보 없이 반대측을 압박하고 있다.

기독교적인 가치 수호를 위한 법률단체인 ‘리버티카운슬(Liberty Council)’은 지난 달 말 ‘나쁜 기업과 좋은 기업 보고서(Naughty and Nice List)’를 발표했다.

리버티카운슬은 매년 연말에 발표하는 이 보고서를 통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기업들은 ‘나쁜’ 기업으로, 반대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북돋우고 전하는 기업들은 ‘좋은’ 기업으로 나눠 발표해 왔다.

올해는 ‘나쁜’ 기업에 ‘바나나 리퍼블릭’‘CVS’ ‘월트 디즈니’ ‘갭’ 등이 뽑혔고, ‘좋은’ 기업에는 ‘아마존닷컴’ ‘반스 앤 노블’ ‘베스트바이’ 등을 선정됐다.

기독교인들 입장에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평가절하는 기업들 상품은 가급적 사지 말라는 간접적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대통령들도 ‘크리스마스’와 ‘할러데이’ 논쟁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재임중 연말에 100만통 이상의 연하장을 각계 각층에 보냈는데 엽서에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용어나 산타클로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해피 할러데이’라는 인사말을 써 보내 기독교 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반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크리스마스 트리(Christmas Tree)’라는 간판이 붙은 마차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실어 날라 백악관 안에 설치했고, 지난 3일에는 워싱턴 DC 연방의회 앞서 진행된 ‘내셔널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에 참석해 연말에 ‘콴자(Kwanza)’ 명절을 쇠는 흑인, ‘하누카(Hanukkah)’ 명절을 쇠는 유대인들로부터 편향적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