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가르침을 항상 잊지 않고 바른 수행의 길을 가고자 하는 의지로 지니고 다니는 것이 염주다. 염주가 모두를 아우르는 큰 범주라면 짧으면 단주, 손목에 차는 염주를 합장주라고 한다. 최근 젊은 층에서는 합장주가 패션 아이템으로 손색이 없어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이 사용된다.

■ 한눈에 보는 염주 변천사

예나 지금이나 염주의 시작이자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보리수염주는 변함없는 인기품목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보리수열매는 크게 2종류가 있다. 하나는 천은사 보리수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보리수이다. 천은사 보리수는 원형에 가깝다. 일반 보리수를 납작보리수라 하는데 보리수열매가 ‘원형에서 납작하게 눌린 모양’이다. 보리수는 20년쯤 돼야 염주알을 만드는데 적합한 열매를 맺는다. 열매를 채취해서 건조하고 껍질을 깐다. 좀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진액을 빼고 약품처리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완성된 염주알은 흰색의 세로줄 5개가 선명히 보인다. 염주생산업체 가운데 아직도 국내농장에서 보리수나무를 직접 가꿔 채취해 가공 판매하는 곳도 있으나, 그 수량은 많지 않다. 국내 보리수열매를 채취해 만든 108염주 소매시세는 천은사 보리수염주가 6만원대, 납작 보리수염주는 3~4만원대이다. 요즘은 중국산 보리수염주도 들어와 있는데, 국내산에 비해 굴렸을 때 손에 잡히는 맛이 떨어지고 표피의 문양이 거칠다.

1970년대 유명사찰에 관광객들로 붐비면서 주변 기념품판매점들도 호황을 맞기 시작한다. 이제는 기억하는 이도 드물지만 이때 흙염주가 대량으로 유통됐다. 나무열매 등을 꿰어 만든 염주는 고가에 속하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염주가 사찰 방문 기념품으로 잘 팔렸다고 한다. 흙을 구워 만들었는데 염주알의 표면은 매끄럽지 못했고, 잘 깨지기도 해 그 모양새나 품질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1980년대 박달나무와 향나무로 만든 염주가 대량으로 공급돼 흙염주의 자리를 밀어내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2대째 염주 만들기를 이어오고 있는 류창열(46) 사바누리 대표는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 염주공장 안에는 항상 박달나무와 향나무 향이 가득했다”고 당시를 회생했다. 보리수를 비롯한 나무열매와 나무를 직접 깎아 만드는 염주는 흙염주라는 과도기를 거쳐 대량으로 생산되는 나무염주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법. 1992년 ‘한중수교’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중국의 값싼 옥과 벽조목 등 다양한 광석과 나무들이 반가공 혹은 완성품 형태로 들어오게 됐다. 원래 벽조목은 대추나무가 벼락 맞은 귀한 나무인데, 대량으로 생산돼 수입되는 염주알은 공장에서 대추나무에 열과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검붉은 벽조목 색깔을 재현했다.

이 시점에 국내 염주시장은 유통업체 중심으로 재편된다. 중저가 시장은 더 이상 국내생산으로는 경쟁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중저가 염주는 어느 단계 가공에서 수입됐냐의 차이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이젠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동남아시아 전반으로 수입통로가 더욱 다변화되었다.

전국에는 50여 곳 이상의 유통업체가 활동 중이며, 참배객과 관람객이 자주 찾는 불교용품점에는 복수의 여러 유통업체에서 납품을 받는다. 이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와 유행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판매가 잘되는 상위업체 제품들 위주로 납품을 받고 있는 것이다. 2~3만원이면 다양한 색상의 108염주를 고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고가시장은 더욱 고품질과 독창적 디자인으로 승부를 겨루고, 중저가 시장은 유행을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 구례 천은사 보리수나무

보리수라는 이름은 부처님이 이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고 나서 붙여진 이름이다. 천은사 보리수나무가 처음 심어진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오래 전부터 천은사 일원에 아름드리나무가 20여 그루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현재는 수령이 200~300년으로 추정되는 보리수나무가 가장 오래됐다. 천은사 보리수열매는 둥글둥글하고 사용할수록 윤기가 돌아 스님들 사이에서도 천은사 염주를 얻는 게 큰 영광으로 여겨질 정도다.

■ 염주 줄이 끊어졌다고?

먼저 구매한 판매처에 문의해야 한다. 따로 염주만을 전문으로 수선하는 곳은 없다. 유통과 생산을 병행하는 업체의 경우 자사제품이면 무상수리를 해주는 곳도 있다. 하지만 유통만 하는 업체제품이라면 수선 받기가 힘들다. 때문에 경우에 따라 무상수리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염주의 줄의 소재도 목화실에서 우레탄까지 다양하다. 합장주는 탄성이 필요한 만큼 상대적으로 잘 끊어지지만, 탄성이 필요 없는 단주나 108염주 등에는 우레탄 등 잘 끊어지지 않는 재질의 줄이 사용된다.

칠하고 말리고…열 번

태백산 자작나무 염주

■ 염주제작업체 ‘옻앤옻(otnot.co.kr)’

옻을 한번 칠하고 2일 동안 건조하기를 무려 10번 반복해 만든 염주가 있다. 죽염을 굽거나 차를 덖을 때도 여러 번 반복하기도 한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다. 염주에 옻을 여러 번 칠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단박에 두껍게 칠하면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 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여러 번 입힌 옻칠 안의 나뭇결이 보인다. 소나무 송진이 작은 염주알마다 아름다운 문양으로 남는다. 옻칠 염주에 사용되는 나무는 울진지역의 적송이다.

여기에 세련미를 더하기 위해 불교에서 사용되는 다섯 가지 순수하고 섞임이 없는 청, 적, 황, 백, 흑색의 오방색을 도입했다. 오방색이 아름답게 베어 나오게 하기위해 태백산 자작나무에 친환경 안료를 사용해서 엷게 10번을 칠했다.

지난 3월, 2015서울국제불교박람회 ‘전통문화우수상품전’에 ‘오색 천연옻칠 108염주’가 대상인 조계종 총무원장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오방색과 옻칠로 한국전통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창의성까지 갖춘 상품”이라 평가하며 이 제품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덤으로 찾아온 것은 가파른 매출성장이었다. 염송민 대표는 “옻칠을 개량화해 염주를 만드는 것도 기쁨인데,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수상이후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며 “더 좋은 염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108염주 소매가 기준으로 옻칠과 오방색 염주는 13만원 내외, 합장주는 2~3만원 내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