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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배 전 주지사 경제특보의 다양한 ‘삶’ ...하와이한국일보 08.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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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08-12-04 10:22 조회2,753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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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롤로 골짜기를 감싸고 태평양 바다로 흘러가는 무심한 바람이 만드는 무량사 경내 풍경소리가 평화롭기만 한 토요일 오후, 벽안의 주민들이 무심한 바람을 껴안으며 무량사 경내를 맨 발로 걷고 있다.
   한 주간 속세의 찌든 때를 벗어내고 내 속의 참 자아를 찾기 위해 주말이면 무량사를 찾고 있는 주민들은 그레고리 배 명상가의 지도하에 벌써 10여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건축가이자 한때 퍼스트 하와이안 뱅크의 부사장과 하와이 주지사 경제특보, PUC커미셔너등을 역임한 한인2세 그레고리 배(62)씨.
   드럼을 즐기는 예술가로 한때 한인들에게 알려지기도 했던 배씨는 성공한 사회인으로서 그의 명성을 벗어던지고 이제 파스텔화를 즐기는 미술가이자 명상가로 기자와 마주 앉았다.
10여년간 한결같이 무량사에서 벽안의 미국인들에게 명상을 가르치고 있는 배씨가 품고있는 화려한 이력은 그의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주일대사로 한일무역협정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선친 배의환씨와 한국의 시조를 번역해 미국에서 출판하고 하와이 고유의 식용식물에 관한 책을 집필하는 등 작가이자 자연주의자로 잘 알려졌던 지금은 작고한 어머니 아그네스 ‘공’ 배씨의 우성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 받았다.
   불교철학에 심취했던 모친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동양철학과 명상에 관심이 깊었던 배씨는 하버드 대학과 매사추세츠 공대에서 건축학과 도시계획학을 수학하던 1970년대부터 진지하게 명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티벳의 불교전승을 연구하며 본격적으로 그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1982년 하와이로 돌아온 이후에도 선불교 명상 그룹에 동참, 버마의 테라바다계 비파사나 전승을 연구했고 명상을 공부 할수록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법 외에도 진정한 자신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깨닫고 있고 이같은 경이로움을 이웃에게 전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다.
   배씨는 불교명상을 접하기 전에는 힌두교 경전에 기반을 둔 베단타 철학과 초월명상(Transcendental Meditation)등에도 흥미를 가졌으나 어째서 자신이 세상에 태어나게 됐고 인생의 목적, 그리고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겪고 있는 수많은 번뇌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불교에 더욱 끌리고 있단다.
   배씨는 2002년 모든 공직에서 은퇴한 이후 비파사나 전승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미얀마(옛 버어마)를 찾아 3년간 수행생활을 했다.
   배씨는 이 기간동안 명상 수행의 진가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이곳에서 그는 비록 출가를 선택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얻은 ‘자유’와 좁은 세상속에서 ‘넓게 살 수 있는 법’ 그리고 ‘자비로운 마음’ 등을 세상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전달 할 수 있는 속세에서의 ‘선생님’으로 남을 것을 결심한다.

   배씨는 명상 수행으로 개개인이 가진 근본적인 성격을 고치거나 자신이 처해있는 열악한 현실을 바꿀 수는 없으나 이러한 상황에 보다 현명하게 대처해 나쁜 감정을 억제하고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 잠시나마 명상의 시간을 갖도록 적극 권하고 있다.
   배씨는 종종 불자들 가운데 선행과 자비를 쌓아 내생에 좋은 환경에서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신도들도 있지만 불교수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기수행을 통해 해탈의 경지에 올라 끝없는 윤회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이는 누군가가 대신할 수도 없고 부처님도 도울 수가 없는 개개인이 목표로 달성해야 할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
   또한 누구든 자신이 겪고 있는 고뇌를 인정하고 자기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의지만 있다면 명상을 통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누구든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다면 수행을 통해 훌륭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씨는 현재 무량사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상을 가르치는 일외에도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트리플러 미군병원, 하와이 주립병원, 퀸스 병원, 카히 모할라 병원, 그리고 하와이주립대 내 대체의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배씨는 또한 할라바 교도소와 연방 교도소, 그리고 사회복지 연구소의 무숙자들에게 명상을 가르치고 있고 이러한 시설에서 봉사하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는 명상을 통해 이들이 겪고 있는 고뇌를 극복해 보다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라고 설명한다.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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