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다른 종교의 믿음 존중해야' ...뉴욕중앙일보 09. 1. 14

페이지 정보

작성자관리자 작성일09-01-23 13:57 조회2,193회 댓글0건

본문

-= IMAGE 1 =-


                                                                  혜민 스님/뉴욕불광선원, 햄프셔대 교수


뉴욕타임스를 보다가 눈에 띄는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여론조사 단체 퓨포럼이 2007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 중 70%가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믿어도 천국에서 영생(eternal life)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결과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은 기독교인이라는 미국에서 이 같은 조사의 결과가 너무 놀라운 것이어서 몇 명의 보수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은 조사가 잘못 되었다며 항의를 했다.

조사가 잘못됐다고 여기는 근거는 ‘다른 종교’라는 의미를 사람들이 유대교, 힌두교, 이슬람교 같은 비기독교가 아닌 기독교 안의 다른 종파 즉 장로교, 천주교, 성공회 등으로 잘못 이해하고 조사에 응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2008년에 조사를 다시 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개신교, 천주교 이외에 유대교, 이슬람교, 힌두교, 무신론자들도 영생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포함해서 물었다. 결과는 2007년과 거의 비슷한 수치인 65%가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믿어도 구원과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다른 종교를 믿어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대답했던 기독교인 중 80% 이상이 (백인 천주교인 88%, 백인 일반 개신교인 85%, 흑인 개신교인 81%, 복음주의 기독교인 72%) 비기독교 종교 중 특정 종교 하나 이상을 지칭, 그 종교를 믿어도 영생과 구원의 길이 있다고 대답했다.

현재 미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나로서는 이러한 결과가 그다지 믿을 수 없을 만큼 의심스럽다거나 놀랍지는 않다.

미국 대학은 다인종, 다문화의 미국 사회를 반영해 놓은 축소판과 같은 곳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 학생들은 본인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문화나 가치관, 종교관을 바탕으로 다른 문화·종교를 가진 대학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서서히 찾게 되고, 자신과 다른 종교관이나 생활 방식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도 존중하는 마음을 알게 된다. 아마도 이런 교육이 책에서 배울 수 없는 또 하나의 진정한 미국 대학 교육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나만 해도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 공부할 때 기숙사 룸메이트가 유대인이었다. 그 친구와의 만남을 통해 나는 욤 키퍼(Yom Kippur, 유대인 최고의 명절)가 무슨 날인지 알게 되었고 코셔(Kosher: 유대인의 율법을 따르는 정결한 음식)가 무엇이고, 왜 유대인 남자들이 키파(Kippah) 모자를 쓰는지 배웠다. 또한 내가 몰랐던 유대교의 근본 가르침이나 전통을 배우면서 함부로 유대인이나 유대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버릇도 사라졌다.

종교를 무조건 맹신하는 많은 이들을 보면 본인의 종교 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본인 종교 밖에 모르면서 다른 종교를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저울질을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모르기 때문에 용감한 것이고 용감하기 때문에 사실 위험하다.

옛날 우리 나라 속담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는 ‘최소한 둘을 모르면 하나도 제대로 모르는 것이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다른 길을 보고 정확히 이해 했을 때 비로소 본인의 길이 얼마나 훌륭한지 제대로 알게 된다. 또 대다수의 미국인들처럼 본인과 다른 믿음이나 전통도 인정해주고 존중해줄 수 있는 마음가짐도 생기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댓글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