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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가주지역 불자들의 레익 샤봇 팍 새해 첫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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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09-01-23 16:51 조회2,2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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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레임으로 인해 밤잠을 설치기까지 하며 맞이한 기축년 새해 첫 산행은 자욱한 겨울 안개도 끼지 않았고 차고 쌀쌀한 겨울 바람도 없이 무척이나 포근하고 눈부시게 청명한 날씨속에 출발하게 되었다. 애타게 기다렸던 연인을 ! 만난것 처럼 얼굴엔 예쁜 ! 미소가 가득하며 오랜만에 참석하신 보리사 형전스님과 모든 도반들, 두손모아 합장하고 서로 가볍게 머리를 조아린다. 그리고 하는말은 반갑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고 건강하시라는 인사말이다.

   아침 아홉시를 약간 지나자 한사람 두사람씩 약속 장소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삼십여명이 훌쩍넘는 산을 사랑하는 불자님들이 모였다. 이번 산행에는 오거사댁 애완견 와일리와 복순이 (말 안들을 때는 칠득이라고도 부름 )도 공원 입장료로 거금 2달러씩을 지불하고 산행팀 일원으로 당당하게 동참한 것이다. 애완견이 사람 취급받는 것을 보고 아-아 여기가 바로 미국이구나 하는 묘한 기분마져 들었다.

   신규영 회장의 지도아래 간단한 준비 운동을 시작으로 기축년 새해 첫 산행을 알리는 전주곡이 1월 10일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Lake Chabot Regional Park에서 힘차게 울려 퍼졌다. 이어 코스가 길어 산행이 약간 힘들지 모른다는 말씀도 잊지 않았다. 출발전 항상 그랬듯이 멋진 폼잡고 기념으로 단체 사진 한장 찰칵! 우리 산행팀의 꽃인 어린 동자불자 세명이 와일리 애완견과 함께 선발대로 당당하게 선두에 나섰다.

   이들이 먼저 계곡속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있는 산행길을 따라 활기차게 앞장서 걸어간다. 그뒤로 하나둘씩 무리를 지어 동자들을 따 라가는 우리 불자들을 바라보니 웬지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지나가던 미국인들도 무척 부러워하는 눈치로 우릴 처다본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걸어가며 그간 못다한 세상사는 얘기를 나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러다 문득 드문드문 말라있는 호수 주위를 바라보며 올해는 유달리 비가적어 가뭄이 심하다며 물 걱정도 한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 산행하기는 제격이지만 이렇게 가물으면 수돗물 부족이랑 식물 성장에도 문제될 것이며 환경이 파괴 될지도 모른다고 함께 걱정도 해본다. 이런 마음이 우리 불자들의 자비로운 본 마음이 아닐까 한다. 나만의 행복 보다도 우리 모두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아름다운 불자들의 마음이 항상 불보살님과 함께하길 기원하며 산행을 계속한다. 이렇게 우리는 쉬지않고 사십여분을 걸었다.

   드디어 옛날 월남전 영화에서나 보았던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비슷한 꽤나 긴 나무 다리를 건너 오늘 산행의 분깃점이 된 삼거리에 도착한 것이다. 우측으로 가면 가파른 산길이요, 좌측으로 가면 호수를 끼고있는 고만 고만한 산행길이다. 유행가 가사처럼 “이리갈까 저리갈까 아니면 차라리 돌아갈까”하고 망설이고 있을때 “잠시 휴식 합시다”라는 말이 들린다. 휴식 시간이다. 그리고는 등에 지고온 배낭에서 맛있는 간식들이 하나 둘 쏟아져 나온다. 거사님이 준비한 꿀대추며 청나 보살의 인기 만점 특별 간식 앙코빵이 불자님 손에손에 전해지며 한바탕 먹는 잔치가 벌어졌다.

   가장 먼저 정상에 오른 우리 동자들이 쌕쌕거리며 목이 말라 급하게 물을 찾는다. 이어서 한분 두분 속속 정상에 도착한다. 연세 많은 거사님과 보살님들도 정상 정복의 황홀함을 맛보는 순간이다. 산을 찾은 우리들만이 산 정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가슴 뿌듯한 성취감이다.

   잠시나마 우리 모두가 해탈을 맛본 순간이다. 누가 얘기도하지 않았는데 모두가 좁은 산행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섰다. 꼭 군대 사열처럼 양옆으로 늘어서서 사열을 기다리는 사람들 같았다. 그리고는 숨을 헐떡거리며 정상에 도착하는 불자들을 위해 아낌없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열열히 환영한다. 우리 모두가 말없이 하나되는 극적인 순간이다. 헌데 마지막 결승 테이프를 애완견 와일리와 복순이가 끊은 것이 아닌가! 와-아하며 한바탕 웃음꽂이 산 정상에서 피어 올랐다. 닫혔던 가슴을 활짝 열고 기축년 새해 첫 산행의 짜릿한 즐거움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니 멀리 Castro Valley시가 간간이 눈에 들어 왔다. 발아래 보이는 호수도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산행시작 3시간이 지나서야 우리는 무사히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박거사께서 오늘 우리가 만육천보를 넘게 걸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는 한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7.2마일이나 되는 산행길을 완주한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 했고 또 첫 단추를 잘 뀌어야 한다고 했다. 오늘 우리는 올 한 해 열두개 단추중 첫단추를 성공적으로 뀌지 않았나 싶다. 오후 한시넘어 형전스님의 산행 모임 축원을 듣고 점심공양을 시작했다.

   도시락 가방이 하나씩 오픈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야외 식탁엔 풍성하고 맛있는 잔치상이 마련되었다. 오늘의 특별 메뉴는 백련화 보살이 끓여온 된장국이다. 김밥이랑 빈대떡이랑 그리고 수잔보살 이 준비한 올가닉 시금치 묻침과 겉절이 김치 맛은 일품 이었다. 도란도란 모여앉아 정겨운 얘기를 나누며 맛있게 공양을 드신다. 여기에는 그 어떤 구속도 형식에도 억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유롭고 순수함 그대로이다. 이것이 우리 산행팀의 순수한 본래 모습이다.

   부담없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문이 산행이다. “건전한 정신은 건강한 몸으로 부터” 라는 슬로건하에 일년 열두달 빠짐없이 매달 둘째주 토요일 9시 30분에 산행은 실시된다. 다음달 2월에는Grant County Park에서 산행은 계속될 것이다. 끝으로 기축년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기를 산행팀 가족을 대신해 인사 드립니다.

<글 박한근. 산호세 정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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