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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 허관 스님과 차 한 잔 ...이 험난한 불교 오지에 왜 오셨나요?...한국일보 09.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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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09-03-02 17:01 조회3,7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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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그는 도무지 스님 같지 않다. 세속과는 절연한 듯한 고고한 티를 내지 않는다. 그의 화법은 늘 세상의 현실적 삶과 맞닿아 있다. 설법은 시원시원하고 간결하다. 그렇다고 해서 산중의 지혜와 질서를 거슬리는 법도 없다. 범상치 않은 눈빛에선 온유하면서도 헌걸찬 기운이 느껴진다. 그가 두드리는 목탁 소리에서는 성(聖)과 속(俗)의 거추장스런 경계가 무너진다. 이는 그가 대한민국 군종승(軍宗僧)으로서 수십 년 복무한 특이한 경력 때문인지도 모른다. 구도자의 꿈을 위해 삭발했다 25년간 군인들에 불법을 전파하며 호국 불교의 맥을 이어왔던 그는 이젠 미주 한인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 보리행(菩提行)을 실천하고 있다. 메릴랜드 법주사 허관 스님을 만나 이민사회에서의 불교의 역할과 비전을 들어보았다.


불교란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종교
위상 회복하려 ‘사원연합회’ 결성
한인들 불성 깨치는 보리행 큰 기쁨


-불교란 종교는 너무 익숙해 잘 알듯하면서도 아득합니다. 불교란 무엇입니까?
▲허관 스님(이하 생략) 동서양의 종교는 윤리나 도덕적인 면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독교가 절대 신과의 합일을 통해 영생을 추구한다면 불교는 깨달음을 통해 종교의 목적을 성취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불교는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의 길을 알려주는 종교입니다. 그리고 자의에 의해 삶의 가치를 추구해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흔히 불교하면 산사의 풍경이나 선지식들의 처절한 수행이 떠올려집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종교’란 해석은 다소 생소한데….
▲그렇습니다. 불교란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치는 종교입니다. 불교에서는 행복과 불행의 열쇠는 자신의 마음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수행을 통해 자신의 마음에 대해 알고 그 지혜로 마음을 변화시켜 현재에 변함없는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불교가 성행한데 미국에 온 한인들은 왜 절을 찾지 않고 교회로 가는 걸까요?
▲기독교 문화권인 미국에 이민 온 한인들이 종교적 목적이나 사교 아니면 비즈니스 등 모든 면에서 교회를 찾는 게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기독교는 많은 장점을 가졌습니다. 찬송가가 좋고 적극적인 전도활동에 십일조 헌금제도가 활성화돼 있습니다.
이에 비해 불교는 절을 가까이 찾기도 힘들고 교회 같은 시스템도 약하며 지도력 있는 스님들도 부족합니다. 불교의 소극적 성향이나 재정 시스템도 취약합니다. 그러니 이민생활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들이 많습니다.
이제 불교도 달라질 것입니다. 각 사찰마다의 노력과 함께 얼마 전 결성된 워싱턴사원연합회가 그 선도역할을 할 것입니다.

-사원연합회는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있습니까?
▲다른 종교에 비해 열악한 위상의 회복을 위해 결성한 게 사원연합회입니다. 이를 통해 불자들이 결속하고 신앙생활을 활성화하는데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당장 사월 초파일 때 공동으로 광고를 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으며 미국이란 상황에 맞게 발걸음을 내딛을 것입니다.

-법주사도 큰 변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불교 교양대학을 개설하고 인터넷 카페도 열었다는 데 이 변화상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불교가 빛을 발하고 대중들에 더 다가가게 하는 게 제 일입니다. 법주사에서는 매년 1회 불교 교양대학을 열어 수준 높은 신자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올 1월에는 다음카페에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washingtonbubjusa)도 열었습니다. 이를 통해 유학생과 2세들에 불교 사상을 전파하고 신도들이 법회에 매번 참석하지 못해도 법문을 접하고 마음의 양식을 제공하자는 취지입니다.
이와 함께 24시간 상담 전화를 개설해 누구든지 개인 문제나 신앙생활을 상담해주고 있습니다.
(허관 스님이 교양대학을 연 데는 구도생활 틈틈이 경북대에서 교육학 석사, 영남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 군 전역 후 불교 TV에서 교리 강좌를 맡은 것도 큰 자산이다).

-스님께서 대중들에 주는 교화(敎化)의 중점 방침은 무엇입니까?
▲‘밝게 알고 올바르게 행하자’는 겁니다. 세상의 이치를 밝게 알고 삶의 길을 올바르게 터득, 실천하자는 뜻입니다. 바른 진리관을 갖추고 삶에 접목시켜 실천하면 행복해집니다.

-미주 불교에서는 특이하게 호국불교의 맥을 잇고 효행단이란 특별한 프로그램도 운영해 관심을 끌고 있는데.
▲한국 불교는 호국사상의 전통에 기초해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매월 호국영령들을 위한 천도재를 올리고 있습니다. 한미 전몰장병과 순국선열들의 영령을 위로하며 그 정신을 기리고 한미간 유대 강화를 위해 노력중입니다.
조상님들의 위패를 봉안한 효행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민생활을 하다보면 조상이나 부모님들에 대한 불효 때문에 늘 마음의 짐을 지고 있습니다. 모국의 조상 묘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제사도 잘 지내지 못하는 죄송스러운 마음을 불교가 풀어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효행단을 설치, 매달 제를 올려주는 겁니다.
(허관 스님은 2007년 1월 국군불교총신도회 미주본부를 법주사에 발족하는 등 호국사상 선양에 앞장서오고 있다. 국군 불교 총신도회는 허관 스님이 육군 군종승으로 재임 중 국방부 내에 조직한 단체다.)

-군종승이란 경력이 특이합니다. 개인의 구도행을 위해 입산했다 호국불교의 전파자로 나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동국대 불교학과를 마치고 조계종에서 군으로 파송된 겁니다. 가장 어려운 시기의 젊은이들에 벗이 되어주고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일이 보람이 있어 군에 계속 남게 됐습니다.
(허관 스님은 1972년 대구 파계사에서 석성우 스님을 은사로 입산했다.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육군 군종승(대위)으로 임관해 2003년 군종승 최고 계급인 대령으로 전역했다. 25년의 군 시절 연 4-500명씩 1만 명이상에 수계를 주었다.)

-한국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멀리 하고 이 험난한 불교의 오지로 오신 까닭은 뭡니까?
▲너무 힘든 일이 많아 좀 쉬고 싶었습니다. 토굴에서 조용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마침 장제원 스님이 법주사를 맡아 달라 부탁해 도미한 겁니다. 법주사를 불교 포교의 거점으로 삼아 동포들에 봉사하고 미주 한인들의 불성(佛性)을 깨우치기 위한 일에 진력하다 여생을 마칠까 하는 생각이었지요.

-앞으로 계획은?
▲불교는 1천여 년의 한국의 혼이 담긴 종교입니다. 동포들에 양식이 되는 법문과 종교의식을 통해 편안하게 해드리는 게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 길이 아닌가 합니다. 누구든지 찾아오시면 반겨주고 지역사회의 반딧불 같은 빛의 길잡이가 된다면 저로선 최상의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법주사(法住寺)는

장제원 스님 창건, 02년 브룩빌 이전

메릴랜드 브룩빌에 소재한 대한불교 조계종 법주사는 1984년 장제원 스님에 의해 실버스프링에서 창건됐다. 뉴햄프셔 애비뉴 29번 도로 선상으로 옮겼다 2002년 현 장소로 이전했다. 고급 주택가가 위치한 약 4.5에이커의 부지에 들어선 법주사는 2005년 허관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중흥의 틀을 닦고 있다. 현재 신도 가정은 약 200호로 매주 일요일 정기 법회에는 수십 명이 참가, 불법의 진리를 닦고 있다.
신도회는 민연화심(민경자) 회장을 필두로 김법등(김실경) 부회장, 손승현 총무, 김종헌 포교부장, 이재식 홍보, 김보리심 원주, 민주헌 교무, 앤젤라루스 재무 등으로 구성돼 활동 중이다.
민연화심 회장은 “오래전 이민 와서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사는 게 이게 아니라는 생각에 부처님에 의지하게 됐다”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이 더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주소 19712 Golden Valley Ln.
Brookeville, MD.
문의 (301) 570-8040.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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