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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서 스님…다시 재가불자로(불교신문 1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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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그루 작성일14-02-11 14:28 조회1,2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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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영국 런던 근교에서 자란 스티븐 배철러는 19세 때 대학에 가는 대신 세상을 탐험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스님이 되지만 궁극적인 답을 얻지 못하고 새로운 수행처를 찾아 다시 길을 나선다. 우연히 친구로부터 구산스님의 영어 법문집을 전해 받고 집중 수행을 위해 한국행을 택한다.

성인이 되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티베트 불교와 고리를 끊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스승과 읽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언어로 수행하기 위해 미지의 사찰로 향한다. 1981년 송광사에서 구산스님의 제자로 법천이라는 법명을 받고 ‘이뭣고’ 화두에 몰두한다. 그러나 구산스님이 열반하고 송광사에서 만난 프랑스인 비구니 성일스님과 1984년 환속한다.

재가불자로 돌아갔지만 저자에게 불교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 전통불교를 만나면서 더욱 절박하게 ‘고타마 싯다르타라는 이 사람, 붓다는 과연 누구였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전생이나 환생, 업, 미래의 생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의심했다. 책에서 저자는 불교 가치를 세속주의 안에서 삶을 살고자 하는 헌신적인 재가신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다만 스스로 밝히고 있듯 그 어떤 불교 조직이나 전통에 소속돼 있지 않기 때문에 불교 세계에서 ‘고향’은 없다. 교리와 조직을 지키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알게 된 것을 함께 나누자는 요청을 받으면 세계 어디든 달려가는 프리랜서 순회강사로 살고 있다. 매년 6개월 정도 유럽, 미국,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에서 수행 지도와 강의를 하며 보낸다.

저자는 역사적 부처님을 탐구하면서 부처님을 둘러싼 신화의 층을 하나씩 벗겨내려 했다. 부처님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아가기 위해 완벽한 스승으로서의 이상화된 이미지는 버렸다. 자아를 허구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실현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물을 대고 돌보면 식물을 잘 자라게 할 수 있는 밭에 비유했다.

저자는 “불교는 행동과 책임의 철학이 됐다”며 “삶에서 길을 만들어내고 사람으로서 자신을 규정하고, 사물을 다른 식으로 상상하고 예술을 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가치 생각 실천의 틀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팔정도라는 도전은 존재의 모든 측면, 보기, 생각하기, 말하기, 행동하기 등이 잘 발전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다”고 밝혔다.

히피에서 스님으로 다시 재가불자로서 저자는 자신의 여정을 기록해 가는 한편, 빠알리경전을 공부하며 부처님이 살았던 세계의 정치사회적 맥락에서 위치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부처님이 업과 내세 개념보다는 인간이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더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10월 구산스님 열반 30주기를 맞아 ‘구산스님의 생애와 한국선의 세계화’라는 주제로 서울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발표자로 참석하기 위해 부인 마르틴 배철러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자신의 책들이 한국에서 꾸준히 출간되는 것에 기뻐했으며 독자들에게 널리 읽혔으면 한다고 전했다. 저자는 “불교가 융성하려면 불교가 발달한 환경과 확연히 다른 곳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며 적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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