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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광식 교수, ‘천개의 연꽃잎으로 피어나리라’ 발간(불교신문 1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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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4-03-05 20:16 조회1,7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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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사명대사’ 읽고

고등학생 때, 수덕사서 참선

서울대 시절 당대 선지식 만나

 

1980년대 청화스님 ‘法 은사’

보리방편문 매개로 실상염불

서울대 교수직 정년퇴임하고

9월 태안에 ‘묘금륜원’ 문열어

  
배광식 서울대 교수는 정념퇴임을 일주일 앞둔 지난 2월21일, 자전에세이집 <천개의 연꽃잎으로 피어나리라, 뜨란>를 건네면서 “부처님 제자로서 앞으로 수행정진에 더욱 매진하겠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신재호 기자

1967년 겨울. 코밑수염 거뭇한 열일곱 사내들이 장항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서울사대부고 불교학생회 ‘보리회’ 소속 남학생 10여명이다. 기찻길로 3시간여 달려 삽교역에 내려서 해미행 버스로 갈아탔다. 덕산삼거리서 하차, 이때부터 강행군이다. 한겨울 덕숭산 칼바람을 맞으며 비포장 10리길을 걷는다. 덕숭총림 수덕사 가는 길이다. “그 때 고2였던 나에게 세속과 단절되었던 열흘간 수덕사에서의 참선정진과 혜공스님의 법성게 강의는 내 인생에 크나큰 자량(資糧)이었다.” 정년퇴임을 일주일 앞둔 배광식(65,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는 50여년 전 이야기를 어제일처럼 생생하게 그렸다. 그 당시 수덕사 혜공스님은 지난 2008년 입적한 덕숭총림 방장 원담스님이다. 배 교수는 “수덕사에 갔더니 총무소임을 맡았던 원담큰스님은 동진출가를 하셔서 그런지 유난히 해맑은 모습으로 어린 우리들의 마음을 부처님 품으로 이끌어 주셨다”며 “스님은 의상조사의 법성게를 알기쉽게 설명해주셨는데, 내 삶의 향방을 가르고 정하는 큰 전기였다”고 술회했다.

중학교 시절 이미 이종익의 역사소설 <사명대사>를 읽고 불교에 눈뜬 배 교수는 조계사 중고등학생 모임에 들어 무진장스님, 광덕스님 등의 법문에 심취했다. 대학시절엔 대불련 활동을 하면서 법정스님과 이기영 박사, 운허스님과 탄허스님 등 당대 내로라하는 선지식들의 강좌와 법문을 좇으며 신바람나게 불교를 만났다.

1985년 봄 곡성 태안사에 갔던 배광식 교수는 ‘경주거사’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신록이 푸르른 봄날 아침에 태안사 해회당 툇마루를 걸레로 닦고 계신 청화스님을 뵙고 한점 흐트러짐 없는 법다운 위의에 나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가 합장했다.” 경주거사는 스승인 청화스님이 평생 강조한 원통불법의 요체와 보리방편문에 입각한 실상염불의 수증의 방편을 널리 펼치는 것으로써 제자의 도리를 다하고 있다. 경주거사에 따르면 최상승선은 우리가 본래 부처로 모든 공덕을 원만히 갖추고 있음을 믿고 닦는 선. 최상승선의 방법으로는 참구적인 간화선, 의지적인 묵조선, 지정의(知情意)를 조화롭게 만족시키는 염불선이 있다. 

  
 

“청화스님께서 주창하신 염불선은 보리방편문을 매개로 한 실상염불로서의 염불선입니다. 실상염불은 ‘부처님의 법신이 유와 공을 떠난 중도실상의 묘심임을 관조하는 염불’입니다. 현대와 같이 불안스러운 때, 어느때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선법, 천지우주가 부처이고 그 대명사가 삼신일불인 아미타불이니, 아미타불에 마음을 계합하면 부처의 생각, 부처의 행동, 부처의 말이 나오게 됩니다.” 보리방편문은 말그대로 보리를 깨닫는 방편문으로 청화스님의 은사 금타스님(1898~1948)이 선정 중 용수보살로부터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88자로 길진 않지만 마음을 관하고 부처를 염하는 우주의 원리와 역사가 모두 들어있다. 지난 2002년 배 교수가 만들어 70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사이버도량 ‘금강카페’ 회원들도 매월 마지막 주말마다 보리방편문 수행으로 밤을 지샌다.

수행으로 깨달음에 이르는 삶이 뭇중생들의 꿈이라면 꿈이다. 하지만 깨달으려는 욕심이 앞서 어리석음에 빠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내 몸이 ‘나’가 아닐 때 부처님 성품이 드러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배 교수는 강조한다. “왜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게 될까요. 부처님은 그 원인이 세가지 해로운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말씀했습니다. 즉 필요한 것 이상을 가지려 하는 마음, 서로 대립하여 화를 내는 마음, 고정하여 변하지 않겠다는 어리석은 마음이 그것입니다.…소유욕을 가지고 소유를 현실화하는 것이 행복이 아님을 확실히 아는 것이 팔정도의 첫째 항목인 정견(正見)입니다.”

삼독심을 걷어내고 정견의 눈을 뜬다면 세상천지 싸울 일이 별로 없다. 1970년 본과 1학년 때 ‘첫사랑’으로 만난 배 교수의 부인 ‘수형보살’은 40년 넘도록 함께 살며 수행해온 평생도반이다. 부부는 청화스님의 뜻을 이어 수행과 전법에 전념하면서 수행공동체를 꿈꾸며 충남 태안에 금강카페 회원들과 십시일반으로 수행도량인 태화산 ‘묘금륜원’을 짓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염불선 1000일 수행을 시작하면서 도량발원을 했고 현재 3차 기도가 45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오는 9월께 묘금륜원은 문을 연다.

경주거사, 배광식. 이제 그는 의사로서 한평생 입고 산 흰 가운을 허물처럼 벗고 중생들 마음고통을 뿌리뽑아주는 ‘대의왕(大醫王)’으로서의 ‘인생 2막’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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