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대학가요제 동상 수상 이후 대중가수로 높은 인기를 구가한 우순실 씨가 올해 찬불가 가수로 데뷔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세월의 무게로 인지도는 1980년대와 같지 않지만, 어쨌든 ‘우순실’ ‘잃어버린 우산’은 기억하는 이가 아직도 적지 않은데 찬불가 가수 데뷔라니. 지난 17일 서울 조계사에서 만난 우순실 씨는 “모두 인연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지난 17일 조계사에서 만난 가수 우순실 씨는 아직 연등회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해 올해 연등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오는 4월26일 연등회 회향한마당 무대에서 그의 찬불가를 들을 수 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불기2558년 부처님오신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부처님오신날에 앞서 이 땅에 부처님이 태어남을 축하하는 자리가 열리는 데 이것이 ‘연등회’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가치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축제인 연등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춤과 노래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새로운 창작 찬불가가 선보이는데, ‘연등회의 노래’라는 이름으로 발표되는 음반이 그것이다. 창작 찬불가를 바탕으로 춤이 구성돼 흥겹고 즐거운 한 판의 축제가 전개된다. 여기에 가수 우순실(51)씨도 한 몫 거들었다.

짐작했겠지만 우 씨는 찬불가 가수로 전향(?)한 것이 아니라, 찬불가 앨범에 동참했다. 그는 올해 연등회에 쓸 찬불가 모음집인 ‘연등회의 노래 9’에서 노래했다. 세 번째 트랙에 있는 ‘벗이어 오라’라는 노래다. ‘벗이어 오라 사슴처럼 달려오라 환희의 함성소리 가슴을 울린다…님의 법석으로 벗이어 오라 오라 여기 진리의 광장으로 벗이여 오라 오라…’

경쾌한 가요풍의 찬불가에서 우 씨는 가수 인생 30년의 공력을 어김없이 발휘했다. “처음 찬불가를 녹음했는데 평소 불렀던 발라드풍의 노래와는 다르게 밝고 긍정적인 곡이었어요. 가사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내용이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대학가요제 출신 인기가수

용문사 인연으로 불자 돼

4월26일 연등회 무대 올라

1980년대를 대표하는 대중음악 축제는 MBC 대학가요제였다. 대학가요제에서의 수상은 곧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방송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가수지망생들에게는 꿈의 무대였다. 엠넷의 ‘슈퍼스타K’나 SBS ‘K팝스타’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대학가요제는 인재 발굴의 산실이었다.

지난 1982년 대학가요제에서도 학생 가수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그해 우순실 씨가 부른 ‘잃어버린 우산’은 동상을 차지하면서 가요계에 데뷔하는 발판을 제공했다. 현재도 우순실 씨의 노래는 7080세대에게 여전히 인기곡으로 꼽힌다.

그런 그의 찬불가 음반 동참은 불교와의 인연처럼 역동적이다. 우 씨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교회에 다녔다. 지난 2008년 그는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손에 이끌려 양평 용문사를 찾게 됐다. 그곳에서 주지 호산스님과 만나면서 불자로서의 삶을 살게 됐다.

우연한 인연은 용문사 산사음악회 등 전국 각지 사찰에서 공연하는 행보로 이어졌다. 그는 산사음악회의 매력에 푹 빠졌다. 우 씨는 “다른 공연과 달리 산사음악회는 관객들이 마음을 열고 봐준다. 노래를 좋아해줄, 구별하지 않고 즐길 준비가 돼 있다”며 “당연히 열심히 노래하게 된다. 내가 도리어 감동을 받는 무대”라고 말했다.

가슴 벅찬 감동의 현장에 대한 경험은 자연스레 찬불가 녹음으로 연결됐다. 용문사 산사음악회에서 인연을 맺은 좋은 벗 풍경소리에서 녹음을 의뢰하자마자 흔쾌히 동참 의사를 밝혔다. “아직은 초보 불자이지만 불자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참여하게 됐다.”

그는 이번 녹음에 심혈을 기울였다. 대가 없는 출연임에도 최선을 다했다. 단 한 번에 녹음을 마친데다 노래의 배경이 되는 코러스도 자청했다. 곡의 완성도가 배가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우 씨는 “더욱 빛나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며 “멋진 곡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안했고, 내가 (코러스를) 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을 부를 필요가 없어서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중가수로서 진일보해 마음 공부하는 불자로서 찬불가 앨범에 참여하고 공연까지 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 다음에도 불러주면 찬불가 녹음을 또 하고 싶다”는 우 씨는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갖도록 해주는 ‘노래하는 힐러(healer)’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우순실 씨가 부른 ‘벗이어 오라’는 오는 4월26일 서울 종각사거리에서 열리는 연등회 회향한마당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
 

■ ‘연등회의 노래 9’ 발표

신세대 소리꾼 ‘박애리’ 등

젊은 불자 가수 대거 동참

한국불교 최대의 축제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에 빛나는 연등회에서 거리 곳곳을 흥겹게 장엄하게 될 찬불가 모음 앨범인 ‘연등회의 노래 9’<사진>가 발표됐다. 오는 4월25일부터 27일까지 거행되는 불기2558년 연등회를 맞아 연등회 보존위원회와 좋은 벗 풍경소리가 제작한 올해 ‘연등회의 노래’에는 모두 9곡의 창작 찬불가가 실려 있다.

해마다 연등회를 위한 신작 찬불가를 내놓은 좋은 벗 풍경소리는 올해 더욱 밝고 신나는 축제용 노래를 들고 왔다. 특히 이번 앨범은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모델로 삼아 한국불교와 찬불가의 대중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미 댄스와 힙합, 랩 등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과 찬불가를 결합하는 데 진력해온 풍경소리는 이번 앨범에서는 젊은 세대의 감성과 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노래로 채웠다. 이를 위해 젊은 불자 가수들을 대거 동참시켰다.

연등회 회향한마당의 단골손님이자 최근에 KBS TV ‘불후의 명곡’ 등 공중파 방송에서 활약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국악인 박애리 씨가 대표적이다. 남편인 팝핀현준과 함께 활동하며 국악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박 씨는 이번 앨범에서 ‘초파일 아리랑’과 ‘하늘 꽃 내리고’ 등 2곡을 불렀다.

이와 함께 연꽃소녀들 등 불교계에서 활동하는 젊은 음악인들이 참여해 신명 나고 경쾌한 봉축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더불어 기존 음반이 연등회 개최 직전에 나온 것과 달리 이번 앨범은 지난해 가을부터 기획돼 올해 1월 녹음, 3월 초에 발표되는 등 봉축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는 모습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종만 풍경소리 실장은 “젊은 불자 가수들과 함께 열심히 만들었다”며 “연등회뿐 아니라 문화포교의 선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불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