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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불교, 반드시 만나야 vs 기기로 마음 측정? 글쎄…(불교신문 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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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여여심 작성일15-06-17 14:39 조회9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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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뇌파 및 뇌영상 촬영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선(禪) 체험을 할 때 뇌에 무슨 변화가 있는 지에 대한 뇌과학 연구가 활성화 되고 있다. 뇌과학은 뇌 기능이 인간 행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 연구 분야인데, 특히 미국을 필두로 한 서양에서 뇌과학을 통한 선 수행 연구가 크게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HK 사업단)과 중앙승가대 산학협력단은 지난 5월3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불교와 뇌과학’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뇌를 연구하는 것은 곧 마음을 공부하는 것이므로 뇌과학과 불교가 적극 대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선 수행 경지는 사고와 언어 추리 등을 초월한 영역이므로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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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불교와 뇌과학이 서로 존중하며 대화할 때 인간에 대한 탐구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주장한 쪽은 구마노 히로야키 일본 와세다대 인간과학학술원 임상심리학 교수였다. <사진> 구마노 교수는 학내 응용뇌과학연구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10년 전부터 명상수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구마노 교수는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을 통해 장기 명상자와 일반인의 뇌 활동을 비교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인간 두뇌가 경험에 의해 변화한다는 ‘신경가소성’이 각광받는 분야로 떠오른 데다, 명상 수행에 의해 두뇌의 특정 기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예를 들어 무서운 사진을 보면 기분 나쁜 감정이 솟구치면서 자동적으로 회피하려는 감정이 생긴다. 이때 뇌의 전두전야(前頭前野, 전두엽 앞부분)에서는 편도체(감정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뇌의 한 부분)를 억제함으로써 정서를 제어하게 되는데 이것이 일반인에 해당한다.

그러나 장기 명상자는 편도체 활동을 억제하지 않고도 정서 조절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전두전야에 의한 제어가 아니라, 자동적으로 자극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힘을 들이지 않고 2차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을 컨트롤 한다는 주장이다. 또 하루 30분씩 10일간 명상을 한 정도로는 특징적인 뇌 활동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결과도 내놨다.

구마노 교수는 “과연 뇌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며 “머리 안에 있는 뇌만이 전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뇌 안에는 다양한 심신 상태와 대응하는 광범위한 신경 네트워크가 존재하므로 이것까지 모두 뇌 영역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뇌 연구가 곧 인간의 신체와 마음의 실상을 밝히는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마노 교수는 “명상을 통해 뇌과학을 이해하려는 이 연구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뇌와 마음을 함께 연구하면 이 둘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분명하게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김성철 동국대 교수도 “과거 두뇌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의학계를 지배했지만, 불교를 통해 마음이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각이 싹트기 시작했다”며 “뇌파의 정체 등 뇌과학이 풀지 못한 수수께기들을 불교를 통해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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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주장에 대만 중산대학 철학연구소의 위에지엔동 교수<사진>는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선 수행 관점에서 뇌과학 연구 성찰’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과학이 얻어낸 데이터와 해석은 전통 선 수행을 대변한다고 할 수 없다”며 “뇌과학 연구 성과는 전통 불교의 선수행 이해에 도움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위에지엔동 교수는 “서양의 과학자나 철학자들은 여전히 선 수행을 ‘자연과학(뇌과학)’ 현상일 뿐이라고 보는 경향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단시간 내에 변하지 않을 것이고 기껏해야 선 수행의 임상 효과를 강조하거나 신심 건강과 행복을 촉진하는 좋은 처방으로만 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에지엔동 교수에 따르면 과학의 관심사는 선 수행이 신경과학 연구에 적합할 정도로 그 범위가 축소되기를 바란다. 형이상학적이거나 초월적 묘사는 반드시 논외로 해야 하고 관찰 가능한 인지 또는 생리적 특징을 갖추고 있으며, 반복 조작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과학에 의해 연구되는 선 수행은 인지, 정서, 생리 등 3가지 측면에 고정돼 있다. 이는 불교 관점에서 보면 모두 단계가 낮은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뇌 활동 측정이 그 어떤 생리적 속성과는 구별되는 마음의 내용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못 박았다. 선수행 경지 가운데 초선에 진입할 때부터 그것이 지칭하는 경지는 일반 범주를 완전히 초월해 있다. 선수행은 일상 경험의 속박을 초월해 있을 뿐 아니라 명확한 점은 해탈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과학의 탐구영역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위에지엔동 교수는 “과학이 얻어낸 데이터와 해석은 선 수행의 핵심 내용이 아닌 것으로 환원되며 정통 선 수행을 대변한다고 할 수 없다”며 “과학자들과 선 수행 사이에는 아득하게 먼 길이 펼쳐져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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