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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에게 음성공양 올린다(불교신문 1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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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여여심 작성일15-07-20 15:22 조회9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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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자원봉사단 찬불가동아리 ‘울림’의 지도법사 도영스님은 대중들에게 말한다. “노래 좀 못하면 어때요? 환희심만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내가 증오에서 벗어나기를! 성냄과 격정에서 벗어나기를! 행복하게 지내게 하여지이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소속 자원봉사단 찬불가동아리 ‘울림’이 전법회관 6층법당에서 ‘자비송’을 읊조린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자리에서 120분간 온전하게 찬불가에 매달리는 불자 40여명이 지난 10일 또 뭉쳤다.

직장인들 사이에 금요일밤 음주가무로 한주간 스트레스를 날리는 ‘불금(불타는금요일)’이란 말이 있다면, 울림의 ‘불금(佛金)’은 오직 ‘부처님과 함께하는 금요일’이다. 자비송이 끝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찬불악보가 펼쳐지고 법당 가득 불음이 퍼진다.

‘낮에는 저 태양이, 밤에는 저 달이 빛나고 있지요…부처님의 위없는 진리의 광명은 지혜와 자비의 마음 맑히는 세상의 빛이 되어 열반의 길을 비추고 있어요….’ 찬불가 ‘세상의 빛이 되어’를 부를 때면 저마다 어깨가 으쓱해진다.

신심과 환희심에 넘쳐 아름다운 마음소리로 울림을 선사하는 이들에게 편안한 음률로 피아노 라이브반주를 해주는 스님이 있다. 5년 전 ‘울림’이 생길 때부터 함께 해온 비구니 도영스님이다. 위의 찬불가 ‘세상의 빛이 되어’도 도영스님이 지었다. 중앙승가대학 불교상담교육관 교육국장 소임을 보고 있는 스님은 ‘음악포교’로 석사논문을 써서 대원상까지 수상한 범상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음대를 나와 이탈리아 유학까지 다녀온 스님은 피아노는 물론 성악실력까지 탁월하다. 음악에만 머물지 않고 한의학까지 섭렵한 ‘실력파 능력자’다. “내 안에서 나오는 가장 아름다운 음성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면서 부처님께 음성공양을 하는 여러분은, 진정한 부처님입니다. 찬불가를 부르면서 부처님을 찬탄하면 어떤 기분이 생기나요?” 피아노 치다 스님은 갑작스레 마이크를 들고 대중 한사람 한사람에게 물었다.

“지금 이순간이 행복합니다.” “부처님과 마주보고 발원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우리 도반들이 지금처럼 늘 함께 했으면 합니다.”…. 피아노 위에 작은 거울 하나를 몰래 세워놓고선, 틈틈이 지적한다. “자세 펴고 웃으세요. 다 보입니다.” 위트가 넘친다.

얼마 전 라오스에 성지순례를 다녀온 일부 불자들은 불교성지에서 약속한듯 도반끼리 찬불가를 부르면서 가슴뭉클했던 추억을 소개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한 곡만 하고 가자는 뜻이었는데, 결국 또 부르고 또 부르고…. 환희의 눈물을 훔치면서 내 안에 살고 있는 부처님에게 감사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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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비구니 도영스님. 음악을 전공하고 유학까지 다녀온 실력파다. 찬불가 보급에 대한 스님의 열정은 엄청 뜨겁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정말로 대학 동아리방이라도 온 듯, 서로 스스럼없이 자기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헤어스타일이 싹 바뀌어서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도 하고, 한층 예뻐진 모습에 비구니 도영스님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우리같은 스님이야 무슨 변화를 주겠습니까?” 민머리를 매만지며 위트를 발휘하는 스님 앞에서 모두들 ‘까르르’ 소녀처럼 웃어댔다.

찬불가를 배우고 함께 부르면서 돈독한 신심을 쌓아가는 ‘울림’ 회원들은 100% 현역 자원봉사자다. 급식과 설거지 봉사는 물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지 군법당이나 복지시설에 찾아가 쉼없는 자비행을 베푼다. 손자를 봐줘야 하는 할머니도 있고, 아직 직장인도 있는 이들이 시간을 쪼개서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들은 매주 금요일 ‘울림’을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찬불가를 통해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도반들과 노래하는 이 시간이 스스로 힐링하고 불심을 충전하는 최상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오늘은 나 자신에게 자원봉사를 한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나에게 음성공양을 올린다는 마음으로 한 곡 한 곡 정성을 다해 불러봅시다.” 스님의 법문 한마디가 들어가면 그 뒤에 흘러나오는 음성은 전보다 힘차고 열정적으로 변한다.

엄봉숙씨(59)는 말했다. “우리는 대중에게 찬불가를 선보이는 합창단과는 달라요. 찬불가를 부르면서 염불하는 일종의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자원봉사라는 것이 자랑하기 위한 이벤트가 아닌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들어오려면 생활 속에서 찬불가를 익히고 부르는 습이 꼭 필요합니다. 저는 여기서 배운 찬불가를 손녀딸에게 ‘보급’합니다. 할머니가 찬불가를 부르면 손주도 꼭 따라 부른다니까요. 하하하.”

찬불가동아리 ‘울림’은 찬불가를 향한 도영스님의 간절한 발원과 스님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불자들 덕분에 정해진 예산도 없이 신심 하나로 뭉쳐서 5년째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신년하례법회 때나 불교사회복지대회와 같은 자리에서 찬불가를 선보여 ‘불교 복지인’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게 비춰주는 이들이다.

조계종염불자원봉사단에서도 지도법사로 활약하는 도영스님은 “찬불가 한 소절이 곧 염불”이라며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도 호스피스 차원의 찬불가 보급은 절대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스님의 마지막 질문. “불자라면 시시때때로 찬불가를 불러야 합니다. 아름다운 찬불가가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 기자님은 찬불가를 몇곡이나 부를 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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