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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존경…오른쪽 중시 인도문화서 비롯(불교신문 1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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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여여심 작성일15-07-28 11:29 조회1,164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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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수보리 장로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은 채 합장하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금강경> 제2장 선현기청분(善現起請分)의 초입이다.

수보리의 이러한 행위가 있고 나서 부처님은 불교 교리의 정수인 공(空)에 관한 설명을 시작한다. 여기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는 것’, ‘오른쪽 무릎을 꿇는 것’ 그리고 합장이 품은 의미는 동일하다. 상대방에게 공경을 표하기 위한 방법이다.

한자 원문으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는 것은 편단우견(偏袒右肩), 오른쪽 무릎을 꿇는 것은 우슬착지(右膝着地)다. 아울러 부처님을 상징하는 탑에 경의를 나타낼 때에도 으레 3번 탑돌이를 하는데 반드시 오른쪽으로 돌아야 한다. 이름 하여 우요삼잡(右繞三匝). 이처럼 불교에서는 항시 오른쪽이 더 먼저이며 더 우월하고 신성한 것이다. 단적으로 부처님의 생애부터 오른쪽 일색이다.

마야부인은 부처님을 오른쪽 옆구리로 낳았다. 산통을 느낄 때 무우수 가지를 잡은 손도 오른손이었다. 이 땅에 온 부처님이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왼손은 땅을, 오른손은 하늘을 가리키며 이렇게 외쳤다.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은 오른손으로 땅을 짚고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그려보였다. 제자나 신도들의 인사엔 언제나 오른손으로 답례했고 오른쪽으로 누운 뒤에 잠을 잤다. 열반할 때조차 오른쪽으로 누운 채였다.

월정사 교무국장 자현스님이 쓴 <사찰의 비밀>에 소개된 사례들이다. 오른쪽에 대한 이와 같은 중시는 부처님이 태어난 인도의 습속에서 연유한다. “밥을 먹는 손의 요긴함 그리고 태양이 도는 방향에서 따왔다”는 게 자현스님의 설명이다.

나아가 인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통용되는 풍습이다. 오른쪽을 뜻하는 영어의 ‘Right’는 정의 또는 권리로도 번역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른쪽은 ‘옳은 쪽’이다. 심지어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반면 좌우(左右)에서 보듯 왼쪽을 우선하는 중국의 관습과는 대조적이다. 한자에서는 대등한 개념이 나올 경우 선행한 글자가 응당 손위다. 일월(日月) 용호(龍虎) 남녀(男女) 천지(天地) 등의 어휘가 이에 값한다. 또한 그래서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다. 체(體)와 용(用)의 관점에 입각해 정적(靜的)이고 추상적인 것을 한결 귀하게 치는 사고방식에서 유래한다는 전언이다.

여하튼 오른쪽에 대한 편애의 문화는 그만큼 오른쪽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편단우견과 우슬착지는 하심(下心)과 겸양의 다른 이름이다. 몸의 오른쪽을 내보이고 낮추는 일은 자존심을 버리고 진심을 다해 당신을 응대하겠다는 표현인 셈이다.

해인총림 해인사 율원장 서봉스님은 “부처님 역시 설법을 할 때면 오른쪽 어깨를 드러냈다”며 “인도의 고유한 관습에 종교적 엄숙성에 대한 인식이 투영되면서 편단우견이 수행자들의 일반적인 복식으로 정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편단우견은 ‘노출’이기도 하다. 중국 남북조시대에 발간된 홍명집(弘明集)에 수록된 <사문단복론(沙門袒服論)>에는 중국 스님들의 거부감이 나타난다. 아무리 불교의 전통이라지만 너무 야하다는 지청구다. 더불어 무더운 인도와 달리 겨울이 뚜렷한 지리에서는 동상에 걸리기 십상이란 푸념은, 가사 안에 장삼을 입는 절충안을 만들어냈다.

사실 편단우견은 실용주의적 결정이기도 했다. 1019년 중국 북송 시대에 도성(道誠)이 지은 <석씨요람(釋氏要覽)>의 주장이다. “율(律)에 이르기를 일체 공양은 모두 편단이다. 이는 집작(執作)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오른손은 빈번하게 쓰는 손이며, 소매를 걷으면 일하기가 편한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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