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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각사와 정순왕후의 사랑...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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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09-10-14 12:48 조회2,3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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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단종의 비 정순왕후가 매일 영월을 바라보며 단종의 안위를 기도했다는 동망정. 묘각사 뒷편 등산로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에 목멱산(남산의 본 이름)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청와대가 자리한 경복궁은 인왕산이 감싸고 있다. 그럼 서쪽에는? 낙산(駱山)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낙산은 그다지 높지 않으나 신설동에서 숭인동, 창신동, 보문동까지 이어진 넓은 산으로, 큰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다. 경복궁에서 볼때 좌청룡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그 정수리 부위에 묘각사가 위치하고 있다. 외국인 템플스테이로 유명한 사찰이다. 지난 7일 묘각사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찾아갔다.

 

단종에 대한 그리움 그윽한 ‘동망정’ 감흥

일제, 좌청룡 기운 서린 낙산 훼손 흔적도

도심서 울리는 풍경소리에 삶의 여유 절로

 

묘각사는 1930년 태허스님이 “이곳에 도적이 살면 서울시민 모두가 불안해진다. 사찰이 세워져 많은 사람들이 참배를 하면 서울이 편안해 질 장소다”며 창건한 사찰이다. 묘각사 뒤편으로 난 산책로를 10여분 따라가면 동망정(東望亭)이라는 팔각정이 나오는데 500여년 전 영월로 유배간 단종을 그리워하던 정순왕후의 애뜻하면서도 고운 사연이 담긴 정자다.

권력을 탐한 삼촌은 15살 나이의 어린 단종에게 무서운 존재였다. 결국 왕위를 빼앗기고 강원도 영월로 유배의 길을 떠나야 했다. 당시 법도가 그랬는지, 왕비였던 정순왕후 송 씨는 그 길을 같이 할 수 없었다. 대신 사대문 밖 낙산에 자리했던 사찰 정업원(현 청룡사)에 머물러야 했다. 정순왕후는 매일 같이 정업원에서 동망정이 위치한 낙산 정상 바위에 올라 동쪽을 바라보며 절을 올렸다고 한다. 동쪽으로 산을 수십개 넘으면 닿을 땅, 영월에 머물고 있는 단종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였다.

단종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단종도 매일 언덕에 올라 서울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곳이 노산대(단종은 폐위된 후 노산군으로 불렸다)다. 지도상에서 두 곳을 이으면 정확히 일치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부부간의 그리움도 결국 만남으로 이어질 수는 없었다. 단종은 2년 후 세조로부터 죽임을 당했고, 그의 몸은 아직도 영월에 남아 있다. 1455년에 영영 헤어졌으니 550년이 넘은 이야기다. 아직까지 정순왕후가 모셔진 종묘로 합(合)을 못하고 있는 비운의 왕과 왕비.

정순왕후의 애절함을 담은 동망정 바로 아래 위치한 사찰 묘각사는 수십년 전 영월에 모셔진 단종의 영정을 사찰로 모셔왔다. 그리고 매년 단종의 명복과 우리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천도재를 봉행하고 있다.

묘각사 템플스테이를 참가한 사람들은 누구나 이 정자에 오르게 된다. 아침 예불을 마치고, 운동을 겸해 오르는 등산로는 짧지만 제법 가파르다. 동망정에 오르면 상쾌한 산의 공기와 더불어 시야에는 탁 트인 서울시내가 들어온다. 그리고 정순왕후와 단종의 이야기를 스님으로부터 전해 듣는다. 묘각사 포교국장 여여스님은 “참가자들이 조선의 역사를 들으면서 매우 흥미로워 한다. 또 정순왕후의 애절한 사랑이야기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다”며 “자연스럽게 조선의 역사와 사람에 대한 사랑을 배워가는 템플스테이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낙산은 그 자체로도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담은 산이기도 하다. 조선 태조는 도읍지로 서울을 택하면서 풍수지리학을 상당부분 인용했다. 경복궁을 중심에 두고 북악산과 삼각산이 외호하는 지형의 서울은 안으로는 인왕산과 목멱산, 낙산이 삼면을 에워싸고 있다. 낙산은 양질의 거대한 화강암으로 이뤄졌는데, 형상이 평평하면서 긴 형태를 띄고 있었다. 즉, 좌청룡의 역할을 한 것이다.

<사진> 관음종 총본산 낙산 묘각사 전경. 2층 규모의 웅장한 법당이 도심의 불자들에게 안식을 제공한다.

이에 일제가 좌청룡을 없애기 위해 낙산을 두 곳 잘라냈다. 채석을 통해 용의 허리와 꼬리 부분을 자르고는 그 돌로 중앙청을 지었다. 낙산에는 힘 없고, 돈 없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1980년대까지 넓은 판자촌을 형성했다고 한다. 관음종을 창종한 태허스님이 이곳에 사찰을 창건한 것도 “서울의 안녕을 위한 비보사찰로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줄 도심사찰로서” 역할을 기대했던 까닭이라고 한다.

서울시민도 잘 모르는 도심의 영산, 낙산에 한번 올라보자. 동망정에서 ‘땡그렁 땡그렁’ 울리는 사찰의 풍경소리를 들으면서 덧없는 권력에 희생된 어린 단종과 정순왕후의 마음을 한번 느껴본다면 삶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도 달라질 것이다.

 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

 

 

묘각사 템플스테이는…

 

입소문 듣고 찾아온 외국인들 ‘빼곡’

합장 다도 참선 등 색다른 체험 “굿”

 

묘각사에는 지난해 700여 명의 내.외국인이 템플스테이를 위해 찾았다. 도심속 사찰로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또 대부분이 소문을 듣고 찾아온 외국인이라고 한다. 올해는 벌써 760여 명이 묘각사 템플스테이를 찾았다고 한다. 10월 일정표는 벌써 빼곡이 차 있다. 10월15일 미국인 교사 30명, 25일 IT국제회의 참가자 100명, 31일 20명.

묘각사 템플스테이의 특징에 대해 포교국장 여여스님은 “운영자 스님부터 공양주 보살까지 영어를 한다”는 점을 꼽았다.

공양주 보살들은 비록 몇 마디지만 반갑게 영어로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또 고무신을 신도록 하고 있는데, 이도 현대인들에게는 색다른 체험이다.

프로그램은 오리엔테이션부터 시작된다. 합장하는 이유를 시작으로 차수에 담긴 의미, 절을 하는 뜻 등을 소개하고, 108염주 만들기 체험을 한다.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스님이 진행하는 참선, 총무 종일스님의 지도로 발우공양과 다도 등이 진행되며, 새벽 산행, 팔상도 체험 등으로 진행된다.

홍파스님은 “묘각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대부분이 외국인이고, 종교도 90%가 타종교인이 차지한다”며 “이들이 한국과 한국불교문화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사중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템플스테이는 주말에 상시 운영되며, 단체의 경우 주중 참여가 가능하다. 홈페이지 www. myogaksa.kr (02)763-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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