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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에게 외국어란(불교신문 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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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5-11-29 15:50 조회1,054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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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생활을 하면서 아쉬운 것이 있다면 바로 외국어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영어입니다. 그것은 제 개인적인 체험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은사 스님을 따라 미국에 잠깐 살면서 영어는 가장 아쉬운 언어가 돼 나의 일상을 지배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1회 조계종 학인 외국어스피치대회가 있던 날 사회를 보면서 미국에서 영어 때문에 당황해 하고 답답해했던 날들이 떠올랐습니다. 은사 스님께서는 생전에 미국 포교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스님은 몸소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사람들을 포교하기 위해 절을 짓고 법회를 다니셨습니다. 여러 대학에서 초청 법회도 하셨지만 그때 마다 언어의 한계를 절감하시고는 하셨습니다. 법어는 언제나 통역자의 언어로 번역됐고 스님의 뜻은 그 사이에 유실되고는 했기 때문입니다. 스님은 10년을 노력하셨지만 그 뜻을 접어야 했습니다.

학인 스님들이 경연대회에서 유창한 영어로 불교를 말하고 다양한 형태의 퍼포먼스로 표현 되는 불교는 또 다른 형태의 포교의 가능성을 내보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실험 무대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대중의 문화와 취향을 반영한 불교의 포교 형태는 아마 많은 스님들에게 숙제를 남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내 티베트 스님들은 멋지게 영어를 구사합니다. 티베트 불교의 넓은 점유는 영어의 자유로운 구사 때문이기도 합니다. 허름한 행색의 티베트 스님들이 미국인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을 보면서 티베트 불교의 저력을 실감하고는 했습니다. 이번 대회는 사실 교육원의 지난 4년간의 영어교육을 위한 노력의 첫 결실인 셈입니다. 그래서 그 의미는 크고도 또한 도전적입니다. 자비송을 부르며 스님들이 두 팔을 하늘 높이 쳐들 때 나는 그 의미를 부처님의 자비를 온 세상에 전하겠다는 의미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세계 어디서나 외국어로 한국불교를 말하는 멋진 스님들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아마 우리 은사 스님이 그 자리에서 계셨더라면 얼마나 흐뭇해 하셨을까요. 경연장을 지켜보며 흐뭇해하시는 은사 스님의 모습을 본 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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