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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유럽인 왜 불교에 심취하게 됐나(불교신문 1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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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여여심 작성일16-02-15 10:36 조회9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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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애니 베전트 지음 황미영 옮김책읽는귀족

 

현재의 업과 행동이 다음 생

나를 결정하는 인과 요소…

욕망으로 인해 결정되는

다음 생의 잘못된 업 깨닫고

지금 바른 길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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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여행은 영성을 회복하는 길이며, 삶의 길을 찾아가는 구도의 길이다. 사진은 사찰 수련회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 탐구하는 사람들. 불교신문 자료사진

종교를 찾는 사람이면 한번 던지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죽은 다음에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이다.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동양에서는 불교로, 서양에서는 기독교로 정립됐다. 그런데 영국의 신학자였던 애니 베전트(1847~1933)는 기독교적 인생론에 회의를 품는다. 그녀는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를 통해 불교를 알게 된다. “기독교 경전이 어린아이도 헤치고 걸어 다닐 수 있는 얕은 여울”에 비유하며 불교와 고대의 종교관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종교의 근간이 되고, 어느 종교도 적대시 하지 않는” 신지학을 제시했다. 애니 베전트는 20세기 영적 지성으로 칭송받는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를 길러낸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세계의 여러 종교가 얼마나 비슷한가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얼마든지 책 한권을 채울 수 있다. 신지학은 이제까지 세상에 알려진 고대 지혜의 세계를 새롭고도 풍성하게 전해준다. 종교간의 유사성은 하나의 근원에서 나온 것인데, 그들은 초기 인류로부터 이곳에 왔고, 우리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진화한 존재들이다.”

오랫동안 기독교 사상을 접한 저자의 연구는 기본적으로 성경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녀는 성경을 부정하기보다, 성경의 내용을 바르게 해석하는 일에 주목한다. 결국 그 가르침이 여러 종교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부각한다. 그러나 거기서 머물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간다. 논리의 배경은 과학이며 진화론이다. 그녀가 살았던 시기가 19세기라는 점을 볼 때, 다윈(1809~1882)이 진화론을 주장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많은 사람들이 진화론을 부정하거나 공격했지만, 애니 베전트는 “모든 사고와 언어를 초월하는 로고스는 자신에게 한계를 부여하고, 자신의 존재 범위를 스스로 정함으로써 현현한 신이 된다. 그 영역안에서 우주는 태어나고 진화하고 죽는다. 우주는 로고스 안에서 살고 움직이고 존재를 갖는다”며 부분적으로 진화론을 옹호한다.

저자가 동양사상에서도 가장 신비스럽게 접근한 내용은 환생이었다. 다시 태어남을 의미하는 환생은 기존 서구의 가치관과 전혀 다른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죽음은 지상에 존재하는 여러 착각 중에 가장 위대하다.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삶의 조건에 생기는 변화일 뿐”이라고 정의한다. 태어나지도 않았고, 아주 오랫동안 변함없이 지속되는 생명은 “그것을 감싸고 있는 몸이 사라진다고 해서 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확언한다.

“인간은 생각의 생명체다. 이 생에서 생각하는 것이 바로 다음 생에서 그의 모습이다. (<우파니니샤드> 중) 이것이 바로 카르마의 법칙이며, 이 법칙에 따르면 우리의 정신적 특성을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이다.”

욕망을 통해 다음 생의 삶을 결정짓는다는 주장은 결국 현재의 업과 행동이 다음 생의 나를 결정하는 인과의 요소라는 주장이다. “욕망은 대상에 집착해 외부로 향하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언제나 그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는 환경으로 인간을 이끈다. 어떤 사람이 지독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가득한 사고를 방출해 그 진동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 결과 마침내 살인이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고를 방출한 사람과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물질계에서는 만난 적이 없지만 카르마로 연결돼 있다. 청천벽력 같은 일들은 억울하게 느껴질 때가 많지만, 사실은 그런 원인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결국 이 책은 영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동서양 고전철학에서 말하는 삶의 의지와 목적을 두루 한바퀴 돌아, 불교철학으로 들어선다. 결국 죽음과 다음 생으로 이어지는 인과의 법칙으로서 ‘지금의 나’라는 존재의 중요성을 설명하기에 이른다.

애니 베전트는 결론적으로 말한다. “실재하는 것과 않는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외부에 대한 무관심을 바탕으로 자신을 통찰하라. 그러면 항상 존재하며 변하지 않는 실재에 점점 머물게 될 것이다.”

불교는 유럽에서 19세기 이미 상당부분 연구됐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서구 사상의 중심에 서 있다. 애니 베전트의 이 책,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는 실존적인 사고와 과학적 증명의 습관을 가진 유럽인이 왜 불교에 심취하는지, 또 불교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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