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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명상센터를 가다 <上> 플럼빌리지와 라뚜레뜨-떼제 수도원(불교신문 1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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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6-04-07 18:58 조회1,7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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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의 '플럼빌리지'

‘마음챙김’ 걷기수행 노동 병행

재가자 위한 1주일, 1개월

3개월, 출가인턴 제도 ‘눈길’  

 

▷청빈의 상징 ‘떼제 수도원’

십자가 없는 범기독교 공동체

도자기 만들어 살림에 보태

하루 1만원 숙식에 청년들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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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스님에 의해 더 유명해진 프랑스 보르도지방의 명상센터 플럼빌리지의 메인 명상홀.

 

 (재)조계종 선원수좌복지회(이사장 의정스님)는 종립선원 봉암사와 함께 명상마을 건립을 추진하면서 세계 명상센터 시설과 운영 흐름 등을 파악하기 위해 답사에 나섰다. 프랑스 플럼빌리지와 레랍링, 아일랜드 족첸베라 명상센터, 영국 아마라바티와 담마디파 위빠사나센터 등 불교 명상센터와 기독교의 떼제수도원, 천주교의 라뚜레뜨수도원 등 명상 붐을 상징하는 유럽의 명상센터들이다. 7명의 스님들이 지난 1월11일부터 21일까지 이들 명상센터를 방문해 건축과 운영방식 등을 눈여겨 보았다.

 

프랑스 플럼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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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수좌복지회와 플럼빌리지 스님들이 함께 한 모습도 역사의 한 장면 같다.

베트남 출신 임제종 스님이자 평화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틱낫한스님이 1982년 포도주로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지방에 설립한 명상센터다. 12명이 시골 농가 소외양간을 개조해 명상실로 시작한지 34년 만에 지금은 출가자만 1000명이 넘고, 대학 캠퍼스 규모의 센터가 미국 등 세계 8곳에 운영되고 있다. 플럼빌리지의 ‘플럼(Plum)’은 ‘자두’라는 뜻인데, 이곳을 처음 개척하면서 부처님의 제자 1250명을 상징하는 자두나무 1250그루를 심은 것에서 유래한다. 허름한 외양간에서 시작된 플럼빌리지는 “정신과나 상담실에서 해결하지 못한 유럽인의 고통을 명상을 통해 스스로 치유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정착됐다. 지금은 남녀별 명상센터가 차로 15분 거리에 별도 운영될 정도로 커졌다.

명상프로그램은 전통적인 하안거와 동안거 3개월이 있고, 재가자는 주말과 1주일 프로그램과 1개월, 3개월 프로그램이 있으며, 청규와 일과에 따라 공동체 생활을 한다. 젊은이들을 위한 출가 인턴프로그램도 있으며, 여름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특별 국제캠프(축제)도 열린다. 일과는 아침 5시 기상, 좌선, 운동, 아침식사, 운력, 행선, 점심식사, 운력, 행선, 운동, 저녁식사, 명상, 10시 취침이다. 명상은 하루 세 번하는데, 평소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걷기 명상, 식사 명상, 침묵 수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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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스님의 거처. 소박한 요사채로 탁 트인 파노라마 전망이 일품이다.

명상은 주로 위빠사나의 ‘마음챙김’을 하며 걷기와 노동 등 일상생활을 하면서 깨어있기를 강조한다.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에는 전 대중이 한 자리에 모여 다르마 토크를 하고 행선과 공양을 같이 한다. 최근에는 음식, 건강에 관심이 높은 유럽인을 위해 근처 농지에 유기농 채소를 직접 재배하고 명상하는 행복농장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우리 일행이 점심을 한 식당은 유럽인들로 가득 차 빈자리가 없었다.

틱낫한스님은 세계 여러 명상센터에 젊은 스님들에게 주지를 맡기며, 재가자와 함께 하는 사부대중공동체를 강조한다. 여러 위원회가 있으며, 법사단에서 지도와 수행을 담당한다. 오는 하안거부터는 재가자들에게도 법문할 자격을 부여했다.

뇌졸중으로 병환 중인 틱낫한(1926~)스님을 대신해 플럼빌리지 운영책임자 찬공스님은 “같은 임제종 법형제”라며 한국 선승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명상센터 건립에 대해 “사람들의 고통에 주목해 해법을 제시하며, 재가자를 잘 배려하고 젊은이들 정서에 맞게 하라”는 조언을 주었다.

 

라 뚜레뜨와 떼제 수도원

프랑스 제2도시 리옹 근처 천주교 라 뚜레뜨 수도원이다. 이곳은 근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 꼬르뷔지에가 설계한 건물로 유명하다. 그는 우리나라 김중업과 일본 안도 다다오 등 전세계 건축가들에게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진 수도원이 멋지다. 그러나 세계적인 건축가가 지은 이 멋진 수도원은 한 때 수도사대학으로 수도사로 가득 찼으나 지금은 몇 명만 남아 거의 박물관 위주로 운영하고 있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ㅁ’자형 건물 자체도 종교적인 성스러움 보다는 대학 기숙사 같은 느낌이다.

기독교가 점점 쇠퇴하고 중동인의 이민과 난민 유입으로 유럽의 이슬람화 우려가 있는 가운데 유독 젊은이를 중심으로 부흥하는 수도원이 떼제다. 평소 궁금했다. ‘왜 전세계 기독청년들이 몰려올까?’ 떼제에만 30년 넘게 몸담은 한국인 수도사는 한국 선승들을 위해 손수 밥을 지을 정도로 환대했다. 우리에게 한사코 떼제에 하룻밤 묵고 가기를 강권해 문화체험 차원에서 흔쾌히 호응했다. 이 수사님의 친절한 안내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떼제를 깊이 알 수 있었고, 저녁 기도시간에 참관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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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들의 손으로 운영하는 떼제수도원의 도자기 공방은 한국 스님들에게 ‘선농일치’를 연상케 했다.

떼제는 범기독교 신앙공동체로 가톨릭, 그리스정교, 성공회, 개신교 교파를 망라해 누구든지 환영한다. 교회 안에는 십자가가 보이지 않았다. 소박 청빈의 일상 그 자체였다. 수도사들은 각자 공방에서 도자기나 목각 같은 물품을 만들고 판매해 수도원 살림에 보탠다. 선농(禪農)일치 정신과 상통한다. 양평 상원사 선원장 의정스님과 포항 보경사 선원장 철산스님은 평소 선농일치를 실천하는 분들이라 수도원의 공방에도 관심이 높았다.

떼제수도원은 큰마을과 같다. 시골 노선버스가 다니는 도로 양쪽에 여러 건물이 들어서 있다. 떼제의 집은 유럽 여느 성당과 달리 전혀 화려하지 않고 검소하고 실용적이다. 떼제에 오는 모든 이는 기도 등 일과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 모든 사무실도 기도시간에는 문을 잠그고 함께 모여 기도한다. 아침 기도시간은 8시20분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늦단다. 청년을 위한 배려다. 떼제의 기도는 음악 중심이다. 중간에 5분 정도 침묵이 특징이다.

떼제는 성수기인 여름에 청년(30세 이하)들을 우선으로 받는다. 회비도 청년은 1일 7~8유로로 한화 1만원선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오라는 뜻이다. 숙소는 1인실에서 8인실까지 매우 다양했다. 성수기인 여름에는 하루 몇 천 명이 몰리는 데 숙소가 부족하면 군대 막사 같은 텐트를 쳐서 수용한다. 청년들로 가득한 거대한 캠핑장이 될듯하다. 기독 청년들은 단돈 1만원에 숙식을 해결하며 1주일이나 열흘 등 원하는 대로 머물며 침묵 기도하고 일하면서 수도사와 대화하고 세계 각 나라 청년들과도 교류 소통하는 체험을 한다. 곁들여 세계 최고 관광국가인 프랑스의 파리와 아름다운 시골 풍광까지 구경할 수 있는 보너스까지 매력적이다. 우리가 떼제에 자는 날 저녁은 수도사가 특별히 준비한 밥과 상추쌈, 그리고 된장까지 있었다.

떼제수도원은 수도사와 자원봉사자 공간, 그리고 방문자 공간으로 구분돼 있으며, 교회가 그 중심에 서있다. 수도사의 노동과 자원봉사자의 봉사활동으로 운영된다. 자원봉사자는 세계 각국에서 방문하는 청년들 중에서 지원을 받으며, 이들 중에서 수도사가 나온다.

[불교신문3175호/2016년2월10일수요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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