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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명상센터를 가다 <下>태국계 아마라와띠와 인도계 담마디파(불교신문 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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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6-04-07 19:13 조회1,751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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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박11일 간의 이번 유럽명상센터 답사에서 얻은 교훈은 시설운영 방법뿐만이 아니다. 영국 아마라바티 명상센터에서는 맨 처음 인사나 대화(아래사진), 공양할 때도 먼저 선배 수행자에게 삼배의 예를 갖춰 동서양, 남북방 전통 불교수행자는 인종과 국적을 초월해 일불제자임을 실감하게 했다

(재)조계종 선원수좌복지회(이사장 의정스님)가 종립선원 봉암사와 함께 명상마을 건립을 추진하면서 진행하고 있는 세계 명상센터 답사(3176, 3177호 참조) 세 번째 편은 태국과 인도의 수행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영국의 아마라바티 명상센터와 담마디파 위빠사나센터이다.

 

영국 아마라와띠 명상센터 (www.amaravat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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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기부로 운영…유급직원 단2명

지원인력까지 70명 안거 ‘묵언정진

홀 중심 ㅁ자 회랑 비와도 행선가능

각국 불교서적 갖춘 도서관도 갖춰

 

영국 런던 북서부 핫포드의 시골 학교를 개조한 아마라와띠는 태국불교 아잔 차계의 명상센터다. 규모도 크고 건물도 깔끔하다. 이곳의 책임자는 중년의 인상 좋은 영국인 스님이다. 메인 명상홀로 안내 받아 부처님께 인사드린 뒤 한국 선승들에게 출가년도를 묻더니 자기보다 법랍이 많다며 삼배한다. 좌장인 의정스님도 합장으로 예를 표했다. 서양과 동양, 남방과 북방 전통 불교 수행자가 인종과 국적을 초월하여 일불제자임을 확인하는 거룩한 순간이었다.

아마라와띠는 1980년대 초 개원하여 유럽에 잘 알려진 명상센터로 20여 국가에서 찾아와 수행한다. 큰 명상홀이 매우 인상적인데, 목조로 둥글게 세웠다. 영국 전통건축으로 바닥 난방이 되어 놀랐다. 한국이 원조라 하니, 웃으며 잘 알고 있단다. 동서양 문화가 융합되어 명상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었다. 홀을 중심으로 앞에 ㅁ자 회랑이 잘 조성되어 비를 맞지 않고 행선하게 되어 있다. 답사단이 유일하게 관심을 가진 건축물이다. 미국 건축사가 설계했다고 한다. 동행한 건축 자문 홍광표 교수가 깊은 관심을 보였다.

별채로 지어진 ㄷ자 선원은 선방과 1인실과 대중 숙소, 지대방, 세탁실, 화장실과 샤워장이 한 지붕 아래 편리하게 되어 있다. 선방 안에 송광사 구산스님의 글씨가 걸려 있었다. 한 젊은 영국인 스님은 자기 스승의 스승이 구산스님이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래서인지 한국 선승들을 아주 극진히 예우했다. 마침 건축 자문으로 동참한 구산스님의 상좌 현고스님은 감회가 남달랐다. 우리 답사단은 구산스님의 간화선 세계화 원력을 이어 조계종단이 선도하는 한국불교 세계화와 간화선의 ‘세계일화’를 염원했다.

선센터는 안거 위주로 운영되는데, 55명 정원이 늘 넘친다. 안거를 비롯한 모든 비용은 무료다. 오직 자율 기부로만 운영한다. 보시가 어려운 사람은 설거지나 청소 등 일을 한다. 남녀 숙소와 선방이 분리되어 있고, 같이 산책하는 것도 금지다. 센터 유급 고용인은 단 2명이다. 유급 인력이 늘면, 안거비가 높아진단다.

점심때가 되자, 전 대중이 식당으로 모였다. 이때도 영국인 스님들은 모두 한국 선승들에게 삼배하고 공양의식을 시작했다. 평소 수좌복지에 관심이 높아 답사에 동참한 낙산사 도후스님은 영국인 스님들의 이런 하심하는 모습을 보고 수행력이 보통이 아니라고 칭찬했다.

경내에는 도서관이 있었다. 경전은 물론 세계 불교국가의 대표 저술과 달라이라마 등 선지식들의 저서와 선(禪) 명상 관련 영문서적으로 가득했다. 한국불교 영문서적도 모아 두었는데, 수좌회에서 펴낸 <간화선> 영역본이 있어 반가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겨우 몇 권으로 너무 초라해 보인다. 이것이 세계불교계에서 한국불교의 현주소가 아닌지 분심이 났다.

선센터에 대한 조언을 구하니, 세계인들이 오길 원한다면, 아잔 차나 달라이라마, 틱낫한 스님의 저서를 읽고 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니 다양한 견해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시작해야 할 것이라 한다. 또한, 재가자, 직장인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그들과 많이 소통해야 한다. 그것이 안 되면 박물관이 될 거라 한다. 그래서 항상 누구를 위한 것인가? 누가 여기에 와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되물어야 할 것이라 한다. 울림이 있는 말이다.

 

영국 담마디파 위빠사나센터 (www.dipa.dham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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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담마디파 위빠사나센터는 모든 것을 무료로 운영하면서 흑자의 수입지출 결산을 웹사이트에 공개해 방문객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무문관형, 10일 30일 안거 코스 등

상업화 세속화 경계 프로그램 무료

참가자들이 식당 청소 등 역할분담

재가자가 지도…지도자 양성과정도

1월11일부터 21일까지 10박11일 일정의 마지막 답사지는 영국 북서부 농촌에 있는 위빠사나센터다. 이곳도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본래 농장을 1990년에 명상센터로 개원했다. 이곳은 10일과 30일 과정의 안거코스를 운영한다. 앞쪽 건물에 사무실 하나와 남녀 식당이 분리되어 있다. 그 뒤로 숙소동이 여러 채 있고, 중심의 큰 명상홀에는 수행자들이 가득하다. 방해될까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뒤로 남녀별 행선 숲길이 있다. 큰 명상홀 외에 무문관 같은 개인 명상실이 많이 있었다. 누울 수 없는 좁은 독방에 좌복 하나만 놓여 있다. 30일 코스 안거 공간은 개방하지 않았다.

10일 코스는 연중 22회 상설 운영하며, 1회 130명 정원을 3개월 전에 온라인으로 등록 받는데 몇 시간 만에 마감 되며 늘 3배 정도 대기자가 있단다. 앞으로 60명 더 수용할 공간 증축을 계획하나 이것도 모자란다. 유럽인들의 명상붐이 실감났다. 이 큰 센터에 프로그램이 상설 운영됨에도 유급 상근자는 단 2명이다. 지도자와 참가자 모두 자원봉사다.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이며, 자율 보시다. 참가자들이 식당, 청소 등 각각 역할을 나눠 운력한다. 매우 인상적이다. 이 센터는 세계적인 네트워크인 고엔카 위빠사나의 영국센터다. 고엔카는 미얀마 재가 수행자인 스승 우바킨(1899~1971)의 제자로 1969년 위빠사나를 지도하는 코스를 인도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세계 165개 상설센터와 임시센터 122개가 있다. 약 150만 명이 이 프로그램을 이수했다고 한다. 유럽에만 8개 상설 센터가 있다. 매년 전세계 고엔카 지도자들이 인도 본부에 모여 정기 회의를 하며, 연구소가 있어 프로그램과 교재 등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한다. 간화선은 물론 남방의 여러 명상센터와 수행법을 두루 체험하고 이번 답사에 안내를 맡은 참불선원 각산스님은 고엔카 수행에 대하여 “간화선의 파워풀한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와 정통 초기불교인 사마타 위빠사나와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시스템은 참고할 만하다”고 평했다.

명상을 무료로 보시만으로 운영이 가능할까? 수좌복지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운영위원장 강설스님이 고엔카센터 운영에 관심을 가지니 모든 수입과 지출은 웹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다면서 아예 두툼한 자료를 뽑아 보여 준다. 2015년 수지대차대조표를 보니, 수입 118만 파운드에 지출이 60만 파운드(한화 10억원), 절반 정도 이익이다. 명상을 무료로 하는 이유를 물으니 상업화, 세속화를 경계하기 위해서란다.

우리에게도 큰 교훈이다. 그동안 우리는 간화선이 최고라 자부해 왔는데, 유럽 명상센터를 둘러보니 위빠사나와 티베트불교 중심이다. 우리 종단과 선문에도 큰 분발이 있어야 할 때라는 망상이 들었다.

[불교신문3178호/2016년2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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