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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화 | 활동후기> 한국인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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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작성일20-10-16 17:15 조회1,2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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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스님

-. University of the West에서 Doctor of Buddhist Ministry 박사과정.

-. Cedars Sinai Hospital 병원에서 채플린으로 근무

 

나는 환자를 찾아가 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환자를 방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오늘 아침에 출근을 해보니 동료 채플린이 월요일에 만나야 할 환자가 있는데, 월요일에는 일을 하지 않으니까 대신 환자를 방문해 달라.”고 요청이 들어와 있었다.

 

그 환자에게 찾아가니, 내 눈에 환자는 너무 슬퍼 보였다. 평소에 나는 오늘 기분이 어떤가요?” 라고 먼저 묻는데, 이 환자에게는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나의 첫 마디는 아이고~ 많이 슬픈가봐요~ 무슨일 있어요?”였다. 환자는 닭똥 같은 굵은 눈물을 뚝~ ~ 흘리며 사연 이야기를 하나씩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다 들어 준 후 나는 이 환자가 자애(스스로를 사랑하는) 명상을 해보면 좋겠다고 느꼈다. 기독교인이었지만 환자는 무엇이든 자신의 마음을 평화롭게 할 수 있다면 다 시도해 보겠다며 눈을 감았다. 명상이 끝난 후 환자는 나에게 사실 나는 하나님께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법을 알려달라고 기도를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당신에게 배우는군요. 나에게 세상은 이 명상을 배우기 전과 후로 나누어 질 겁니다. 당신은 나를 변화 시켰어요.”라고 말하며 큰소리로 하하하 웃었다. 환자의 웃음을 보니,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털이 난다는 한국의 속담이 있습니다.”라고 농담하고 싶었는데 영어 실력이 안돼 아쉽게도 그냥 웃으며 옆에 서 있었다.

 

환자는 이어 이런 말도 했다. “사실 저번 주 금요일에 왔던 채플린이 내가 당신을 만나면 좋겠다고 했어요. 당신은 유머감각이 뛰어나서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하고 좋은 사람이라고요. 그런데 나는 주말에 퇴원하게 되면 못 만날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렇게 만난 건 하나님이 계획 하신 거 같네요.” 이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동료 채플린이 나에 대해서 환자에게 좋게 말해 준 것도 그렇고, 기독교 환자가 스님을 만나는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말하다니.

 

병실에서 나와서 사무실로 내려가 책상에 앉아 있는데, 다른 동료가 나에게 오더니 무구~ 내가 주말에 ’(베트남인)이라는 환자를 찾아갔는데, 그 환자는 나를 보자마자 무구가 올 줄 알았는데 당신이 왔군요. 나는 무구가 좋아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에도 나는 깜짝 놀랐다. 동료를 통해서 환자가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 건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동료가 환자에게 나를 만나보라고 추천을 해주고, 또 다른 동료가 환자를 통해 나의 이야기를 듣고 전해주며 동료들 사이에서 나라는 존재가 인식되어 가고 있다고 느꼈다. 동료들 눈에 이제는 삭발에 긴 승복을 입은 콩글리쉬 하는 한국인으로만 보이지 않는가 보다. 또한, 환자들이 나라는 사람이 좋다고 동료에게 이야기 하고 그 이야기를 전해 듣기까지 하다니 동료들에게 더 나아가 나는 한국인인 채플린으로 인정받는 것 같다. 아직도 영어의 장벽은 높고 높기만 하지만 지금처럼 한걸음씩 나아가 볼 것이다. 누가 아는가! 하나님의 계획으로? 기독교인을 만나서 웃게 하는 스님인데 어떤 일이 또 있을 지. 스스로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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