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차 한일불교교류대회…‘공동선언’도 채택
‘양국불교를 배우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31차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 본대회와 학술대회가 원만히 끝났다. 일한불교교류협의회가 주최한 제31차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가 어제(5월26일) 일본 교토 히에이잔(比叡山) 엔랴쿠지(延曆寺)에서 한일 불교계 대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오전 11시 엔랴쿠지 근본중당(根本中堂)에서 평화기원법요식이 봉행됐고, 오후2시 엔랴쿠지 회관에서 학술대회가 진행됐다.
평화기원법요식에서 한국불교 대표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장)은 세계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위해 한일 불교계의 공동노력을 당부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세계는 갈등과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여 있으며, 인간 위주의 개발과 환경 파괴는 거듭되는 자연 재앙으로 돌아오고 있다”면서 “세계를 향해 한·일 양국의 불자들은 상생과 화합,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총무원장 스님은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평화 속에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한일) 양국 불교가 소통하고 화합하면서 세계 속의 불교로 발전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평화기원법요식에 참석한 한일 불교계 인사들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미야바야쇼겐(宮林昭彦) 일한불교교류협의회장은 표백문(表白文, 알리는 글)과 대회사를 통해 양국 불교의 우호증진과 세계평화를 발원했다. 미야바야쇼겐 스님은 “지금의 세계상황 중에서 인류가 평등하게 평화를 유지하기에 힘든 문제들이 있다”면서 “이념의 공생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야태통(河野太通) 전일본불교협회장(全日本佛敎協會長)은 부회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오늘의 세계 상황은 분쟁과 불안의 양상을 띄고 있다”면서 “이 같은 시대야말로 불교의 사회적 대응과 공헌의 방도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은 조창희 종무실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심을 바탕으로 한 원융회통(圓融會通)의 정신은 인류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한 줄기 희망의 빛”이라고 밝혔다.
이날 법요식이 끝난 후 양측 대표단은 근본중당 앞마당에서 기념촬영을 가졌다. 법요식이 진행된 근본중당은 778년 전교대사(傳敎大師)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히에이산의 중심 법당이다.
평화기원법요식이 회향된 후 참석자들은 엔랴쿠지 회관으로 이동해 점심공양을 했다. 이어 오후 1시30분부터 학술대회가 진행됐다. 진각종 통리원장 혜정정사는 학술대회 인사말을 통해 “불교의 중흥과 지구촌의 평화를 위한 한국과 일본의 불교문화교류는 분별과 장애를 뛰어 넘는 무애행이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교수 혜원스님이 ‘현대 한국ㆍ일본의 선원청규와 고(古)청규’, 일본 에이잔(叡山) 학원 무각초(武覺超) 스님이 ‘일본 불교의 모산(母山) 히예산의 가르침과 실천’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편 제31차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에 참석한 양국 대표단은 “모든 분쟁을 부정하고, 현대사회의 우기에 대응하는 유효한 방도를 추구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와 일한불교교류협의회 명의로 채택한 공동선언에서는 일본 가마쿠라(鎌倉) 고덕원(高德院) 경내에 있는 관월당(觀月堂)의 한국 반환에 양국 불교계가 노력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법요식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총무원장 자승스님 등 한일 불교계 대표들.
법요식에서 일본불교측 고바야시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법요식 후 진행된 학술대회.
일본 교토 = 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다음은 한일불교문화교류협회장 자승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의 평화기원법요식 인사말 전문이다.
인 사 말 /
오늘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천태종의 총본산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1,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고찰 히에산 엔랴쿠지(比叡山 延曆寺)에서 개최되는 제 31차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에 참석하게 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 1977년 설립된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는 그동안 불교를 통한 한·일 양국의 우호증진과 친선을 도모함은 물론 불교문화 교류와 학술 교류 활동으로 양국 불교 진흥을 이끌어 왔습니다. 특히 올해로 31회를 맞는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는 아픈 과거사를 간직한 양국 불교도와 국민들의 우호와 선린을 증진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였습니다.
지난 30회 대회에서는 불운했던 과거역사에 대한 일본 불교계의 참회와 사과를 담은 기념비를 한국의 신륵사에 건립하여 양국간 올바른 역사관을 인식시키려는 노력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한·일 불교도의 이와 같은 노력은 올해로 33년째를 맞고 있지만, 돌이켜보면 양국의 불교도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교류의 역사를 이어 왔습니다. 일본의 역사서인 일본서기에는 백제의 성왕이 불상과 경전을 보내 일본에 불교를 전했다고 하고 있으며 신라와 고구려의 승려들도 일본에 불교를 전파하는데 큰 노력을 하였습니다.
또한 이곳 히에이산(比叡山)에 불멸의 등불을 밝힌 전교대사(傳敎大師) 사이초(最澄)스님의 제자인 자각대사(慈覺大師) 엔닌(圓仁)스님은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 신라의 장보고가 세운 적산법화원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불교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귀로에도 도움을 받았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곳 연력사(延曆寺)에 청해진대사 장보고비(淸海鎭大使 張保皐碑)가 건립되어 있는 것도 한일 불교의 천년이 넘는 우호 선린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계는 항상 갈등과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여 있습니다. 인간 위주의 개발과 환경 파괴는 이제 거듭되는 자연 재앙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오늘의 세계를 향해 한·일 양국의 불자들은 상생과 화합,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평화 속에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거행하고 있는 세계평화기원법회 역시 그와 같은 노력의 일환입니다.
우리는 이번 대회의 주제를 ‘양국 불교를 배우다’로 정하였습니다. 이것은 바로 화합과 공존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양국 불교가 소통하고 화합하면서 세계 속의 불교로 발전시키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오늘의 이 대회를 계기로 더욱 다양한 연대사업과 학술,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끝으로 이번 대회의 성대한 개최를 위해 애써주신 일한불교교류협의회 미야바야시쇼겐(宮林昭彦)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 여러분과 이곳 연력사(延曆寺)에서 훌륭한 법연을 베풀어주신 천태종의 한다고오준(半田孝淳) 좌주(座主) 예하(猊下)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인사에 대신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에서 채택한 공동선언 전문이다.
共同宣言 (安)
大聖釋迦牟尼世尊의 大慈悲의 가르침을 信奉하며 遺業을 三嘆하고 더구나 나날이 布敎活動에 精進하는 日本과 韓國의 佛敎徒는 佛紀2554年5月25日부터29日까지의 5日間에 걸쳐 靈刹 天台宗 總本山 比叡山延曆寺를 主會場으로 第31次 日韓,韓日佛敎文化交流 比叡山 延曆寺大會를 開催하였다.
本大會의 主會場에서 世界의 平和와 民心의 安寧을 빌며 平和祈願法會를 奉行하는 동시에 『兩國의佛敎를 배우다』의 主題下에 學術大會를 開催하였다.
本大會에서 다음과 같이 決議宣言하였다.
-.兩國의 佛敎徒는 올해 交流31年을 맞이하여 이 해를 새삼스러운 善隣友好의 出發點으로 捕捉하고 相互間의 佛敎文化交流가 이제부터 더욱더 增進되기를 祈願하였다.
-.兩國의 佛敎徒는 오늘날 本會에 繁榮을 招來한 創設以來率先盡力하신 兩國의 많은 功勞者에 對하여 報恩謝德의 念을 바치는 동시에 깊이 尊敬의 뜻을 表하였다.
-.兩國의 佛敎徒는 價値基準의 相違에서 생기는 모든 紛爭을 否定하는 동시에 現代社會의 危機에 對應하는 有效한 方途를 追求하여 그 目的達成을 向하여 努力할 것을 다짐하였다.
-.兩國의 佛敎徒는 生命을 갖고 있는 것의 相互間의 關聯性을 認定하고 지금 가장 深刻하게 된 地球生命의 存亡에 慧眼을 돌리고 自然과 人類가 共存共生할수 있는 그 持續을 바라며 獻身盡力한다.
-.現在 日本 鎌倉(가마쿠라)高德院境內에 韓國 李朝 王宮의 建物,觀月堂이 現存하고 있다. 이 建物을 韓國의 元來의 位置로 移管하는데 關해 韓國文化財廳의 要請에 依賴하여 韓日佛敎文化交流協議會.日韓仏敎交流協議會 및 鎌倉(가마쿠라)高德院과의 協議가 成立되었다. 전적으로 鎌倉(가마쿠라)高德院의 友好的인 諒知와兩國佛敎協議會의 協助에 依한 것이다.
佛紀2554年5月26日
日韓佛敎交流協議會 韓日佛敎文化交流協議會
事務總長 野澤 隆幸 事務總長 尹 松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