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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대만 국제공불재승법회를 가다(법보신문 1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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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0-09-20 16:51 조회2,5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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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불재승대회는 대만불자들의 희유한 신심과 그것이 가능토록 하는 대만 스님들의 청정한 계행과 사회적 자비실천이 이뤄내고 있는 불교인들의 장엄한 축제였다.

“人天의 스승이시여 이 공양의 인연으로 삼계중생 제도하소서”


『벽암록』에는 어느 스님이 동산양개 선사에게 “몹시 춥거나 더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하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 물음에 선사는 “추위나 더위가 없는 곳으로 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답한다. 이에 그 스님이 “어느 곳이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입니까?”하고 재차 묻자 동산 선사는 “추울 때는 네 자신이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네 자신이 더위가 되라”고 타이르셨다고 전한다.

입춘과 처서가 지났건만 한국의 막바지 더위는 삼복더위를 방불케 했고, 대만 역시 연일 30도가 훌쩍 넘는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무더위 속에서 법보신문사 주최로 진행된 ‘국제공불재승대회(國際供佛齋僧大會) 참여 및 대만 사찰 순례’는 동산 선사의 말처럼 더위를 피해 더위에 뛰어드는 일이었다.

대만은 대승불교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나라다. 지난 1990년대 이후 남방불교의 열풍 속에서 대승불교의 위상이 크게 위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만은 현재 전 국민의 80% 가량이 불자로, 200~300개의 해외별원과 500만에 이르는 세계적인 규모의 자원봉사자 조직을 갖춘 불교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사실상 불교국가라 할 수 있다. 여기에 5개의 텔레비전방송국과 1만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사찰들, 그리고 수만 명의 눈 푸른 스님들이 주축이 돼 교육, 복지, 봉사, 문화 등 각계각층에서 대만불교를 이끌어가고 있다.

스님·재가자 등 5만여 명 동참

또 지난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참사의 현장에 가장 먼저 구조대를 파견한 해외 단체가 바로 대만 불교계였으며,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쓰나미를 비롯해 올해 초 수천 명이 사망한 아이티 지진사태 등 자비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그 어디라도 신속히 달려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다. 대만 내 복지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대만불교계이며, 여기에 “대만 사람들은 먹는 일과 장례식에만 돈을 쓴다”고 할 정도로 검소함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은행 대출을 받아 보시를 한다”고 할 정도로 대만 불자들의 지극한 신심과 보시정신은 널리 알려져 있다.

중화국제공불재승공덕회가 8월 29일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 시내에 위치한 린코우(林口)체육관에서 개최한 국제공불재승대회는 이러한 대만불교의 저력을 그대로 보여준 법석이었다. 우란분절을 맞아 매년 열리는 이 대회는 대만의 수많은 불교행사 중 가장 큰 연합행사로 부처님의 한량없는 복덕과 지혜를 찬탄하고, 하안거를 마친 제방의 스님들을 초청해 공양을 올리는 법회다. 또 그 옛날 목련존자가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그러했듯 대만불자들이 삼보(三寶)에 대한 공양을 통해 선망부모를 천도하는 효의 행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 수만 명의 스님들을 초청해 음식을 공양하는 ‘재승(齋僧)’의 전통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이젠 자취를 감춘 불교문화다.

대만에선 각 사찰별로 이러한 ‘재승’의 전통을 이어가다가 지난 1992년 대만불교계가 의기투합해 공동으로 개최하기로 결정한 후 오래지 않아 세계적인 불교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의 전국비구니회장 명성 스님을 비롯해 중국, 일본, 티베트,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스리랑카, 베트남 등 각국에서 참석한 8000여 명의 스님들과 재가불자 5만여 명이 동참했다.

대만 국제공불재승대회는 말 그대로 부처님과 스님들을 받들고 공양하는 행사였다. 스님이 탑승한 버스가 체육관 주차장에 도착하면 청신남과 청신녀는 일산을 펼쳐들고 비구 스님과 비구니 스님들을 각각 법회 장소까지 인도했다. 또 주차장에서부터 법회장소까지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수많은 재가불자들은 스님들을 향해 한목소리로 “아미타파!”를 외치며 공손히 합장했다.

청정한 계행이 빚은 장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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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체육관에 도착하면 대만불자들은 스님들을 각각 법회 장소까지 인도했다.

오전 8시, 도량을 청정히 하는 쇄정(灑淨) 의식을 시작으로 체육관 안팎을 가득 메운 대중들은 일제히 불보살님의 명호를 부르고 경전을 독송했다. 또 불보살님과 스님들을 찬탄하는 오전 법회가 끝나자 곧바로 시작된 점심공양도 국내에선 볼 수 없는 드문 광경이었다. 재가불자들이 스님들을 위해 만든 갖가지 음식들이 공양시간 내내 이어졌다. 고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을 뿐더러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 등 오신채도 들어가지 않은 정갈한 음식들이었다.

1시간 가량의 공양시간이 끝나자 이번에는 재가불자들이 정성껏 마련해 빨간 봉투에 담은 공양금을 이날 법회에 참석한 스님들께 일일이 전달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20~30만원씩 담긴 이 공양금은 수만 명의 불자들 정성으로 마련된 정재(淨財)로 스님들에게 정법을 선양할 것과 함께 고통 받는 모든 중생을 제도해 줄 것을 기원하며 공양을 올렸다. 대회 취지문에서도 밝히고 있듯 여기에 참여하는 각국의 스님들은 지역과 인종과 남녀의 차이를 넘어 다만 중생이 믿고 따라야 할 인천(人天)의 스승으로서만 존재할 뿐이었다.

대만불자들의 지극한 신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국제공불재승대회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대만 내에서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회가 불자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고취 시키는 동시에 스님들로 하여금 자긍심과 함께 계율을 엄수하고 정법을 선양토록 하기 때문이다. 또 매번 대회 때마다 유명 정치인과 고위공직자가 대거 참여하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대회는 대만사회에서 불교의 사회적인 위상을 크게 높여주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렇듯 국제공불재승대회는 대만불자들의 희유한 신심과 더불어 그것이 가능토록 하는 대만 스님들의 청정한 계행과 사회적 자비실천이 이뤄내고 있는 불교인들의 장엄한 축제였다.

대만=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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