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불교판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10년 만에 첫 서울나들이
특별전을 갖기 때문이다.
고판화박물관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4월18일부터 5월4일까지 서울 조계사앞 템플스테이 홍보관 1층 체험장에서 특별전을 진행한다. ‘아시아
불교판화 세계’라는 주제의 이번 특별전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정산스님) 초청으로 열리게 됐다.
고판화박물관이 20여 년간 수집한 한국, 중국, 일본, 티벳, 몽골, 네팔, 미얀마, 태국 등의 목판 원판과 불경ㆍ불화 판화 가운데 엄선된
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18일 오전11시30분 특별전 개막에 맞춰 전시장을 찾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정산스님은 “템플스테이 홍보관에서 판화전시회를 하는 이유는
(판화가) 오랜 불교문화역사의 한 부분이기에 템플스테이와 결합되지 않겠는가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특별전이 아주 특별한 의미 있는 만큼
(언론에서) 많이 홍보해주어 행사가 성황리에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평소 보기 힘든 세계적인 목판화 작품도 선보인다. 중국 남송(南宋)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아미타영래 목판과 ‘성화판
불정심다라니경’과 대세지보살 목판이 그것이다. 특히 ‘성화판 불정심다라니경’은 중국 베이징수도도서관 부관장이 세계 최고의 관음판화라고 평하는
수작이다.
이 판화는 중국 명나라 8대 황제 명헌종(明宪宗) 당시 판본된 것으로 이를 조선에 받아들인 인수대비가 아들 성종을 위해 만든
번각본(飜刻本, 한 번 새긴 목판을 본보기로 다시 새김)이 함께 전시 된다. 이에 대해 고판화박물관장 선학스님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고인쇄
문화교류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라면서 “시대상황을 고려할 때 7년만에 번각한 것은 매우 긴밀한 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1899년에 제작된 금강산사대찰전도(金剛山四大刹全圖)도 불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금강산의 4대사찰과 암자들을 물론
풍광을 세밀하고 자연스럽게 판각한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난다. 또한 20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묘장구대다리니 목판에서는 당시 한글의
용례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세음보살은 ‘관셰음보살’로, 오탁악세는 ‘오탁악셰’로 표기하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 태국, 몽골 등
아시아 각국에서 제작된 판화가 전시돼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는 불자들은 물론 전문학자와 일반 내외국인들이 판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아시아 각국의 아름다운 인쇄문화를 확인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외국인들이 인경(印經)에 큰 관심을 보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면서 “앞으로 사불(寫佛)하듯이 불화(佛畵)를 새겨 찍는 판화 체험 프로그램을 템플스테이에 도입하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날 전시회장을 찾은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은 “고판화박물관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꾸준하게 활동을 전개해온 모범박물관”이라면서
“처음으로 서울에서 진행하는 특별전에 많은 분들이 관람하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특별전 기간 동안 3차에 걸쳐 ‘아시아 목판화 무료 인출 체험’도 진행한다.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많은 주말에 진행되는 ‘인출
체험’은 청소년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1차는 4월18일부터 21일, 2차는 4월26일부터 28일, 3차는 5월3일부터
5일까지 ‘아시아 목판화 무료 인출 체험’ 행사가 열린다.
사진1: 4월18일 개막한 아시아불교판화세계 특별전에 참석한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정산스님(왼쪽)과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
사진2: 특별전에 선보인 금강산사대찰전도(金剛山四大刹全圖), 1899년 작품으로 네장의 판화를 이어 만들었다.
사진3: 세계
최고의 관음판화로 평가받는 ‘성화판 불정심다라니경’. 성화는 중국 명나라 8대 황제 명헌종(明宪宗) 당시 연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