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불법, 수트라로 표현…삼보 표기도 엉터리 ...법보신문 10.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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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0-12-06 17:41 조회2,793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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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영문안내판도 오역·오자 난무
잘못된 소개로 불교사상 왜곡
기본없는 한국불교 세계화는 ‘불가능’
외국인들의 한국사찰 방문이 해마다 늘어나는 가운데 템플스테이 영문책자와 리플릿이 오류투성이인 것은 물론 사찰 영문안내판까지 엉터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반 전통사찰뿐 아니라 교구본사 안내판도 오역과 오자가 난무해 불교를 제대로 알리기는커녕 자칫 불교사상까지도 잘못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불교영어번역연구원(원장 전옥배·이하 KIBET)이 지난 11월16일 심포지엄을 통해 템플스테이 영문 책자의 오류를 지적한데 이어 최근 다시 사찰 경내 영문안내판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KIBET 초대원장이자 불교영어 전문번역가인 진우기 선임연구원이 발제하고 국내 및 원어민 연구자들의 검토로 이뤄진 이번 자료에는 사찰 영문안내판의 심각한 문제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충남 A본사의 경우 금강보탑 설명에선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 중 하나인 ‘삼보(三寶)’를 ‘three virtues’로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삼보가 아닌 ‘삼덕(三德)’으로, 삼보는 ‘The Three Jewels’ ‘the Three Treasures’ ‘the Triple Gem’ 등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불법승’을 ‘Buddha, the sutra and monks’로 쓰고 있지만 이것은 명백한 오류로 ‘Buddha, Dharma and Sangha’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sutra’는 법(法)이 아니라 경전을 지칭하는 용어이며, 승(僧)은 ‘스님들’이 아니라 수행공동체인 ‘교단’을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또 A본사는 ‘경허와 만공이 법을 펼친 곳’이라는 의미 전달을 위해 ‘the dharma plot of Gyeongheo and Mangong’이라고 쓰고 있다. 그러나 ‘dharma plot’에서 ‘plot’은 협소한 토지나 장소를 뜻하는 단어로 여기서는 ‘Dharma center’(중심지)로 표기돼야 적합하다는 것.
진우기 선임연구원은 “단수를 써야할 곳에 복수를 사용하는 등 문법적으로 어긋난 곳도 적지 않았다”며 “총림 사찰로서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대찰에 이런 영문안내판을 버젓이 방치하고 있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오류는 다른 본사에서도 곧잘 나타난다. 부산 B본사는 천왕문 영어안내판에서 ‘사천왕(Four Heavenly Kings)’을 ‘사천이라는 왕(A statue of King Sacheon)’으로 잘못 번역해 천왕이 마치 4명이 아닌 1명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사천왕을 복수가 아닌 단수취급하고 있으며, 여기에다 ‘was’ ‘led’ ‘made’ ‘were’ 등 과거형으로 사천왕의 존재를 표기하고 있다. 이는 곧 사천왕이 옛날에는 있었지만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돼 불교신앙과도 크게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말사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심지어 숭산 스님의 영향으로 외국인 수행자들이 많이 머무는 공주 C사찰의 안내문에는 ‘Shiwon-sa’라고 사찰이름부터 잘못 명기하기 시작해 ‘新元寺’라는 원래의 한자를 ‘神阮寺’라고 오기한 뒤 이를 영문으로 ‘The Garden Temple of Divine Ones’라고 번역하는 촌극을 빚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구려, 백제, 고려를 국가가 정한 외래어 표기법과는 전혀 상관없이 ‘Koguree’ ‘Koree’ ‘Baikche’라고 명시해 외국인에게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설상가상으로 ‘holy’를 ‘Holly’로, ‘Role’를 ‘Roll’로 쓰는 등 기본적인 단어조차 잘못 사용하고 있어 ‘해외 포교 선구자’란 숭산 스님의 명성에도 먹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라세터(KIBET 연구원) 동국대 영문학과 교수는 “기본적인 것조차 갖추지 않은 채 한국불교 세계화를 부르짖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며 “작은 것에서부터 정확하게 알려나가려는 치밀한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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