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승가 도덕적 해이 만연…파합승가·물신풍조 팽배 (법보신문 1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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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1-03-26 16:50 조회2,592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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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선원장 월암 스님 ‘대각사상’서 조계종 비판
너도나도 토굴에 아파트…탐진치 즐기고 권장까지
수행자는 ‘소금과 목탁’…항상 짜고 맑은소리 내야
“명예와 이익을 구하고자 한다면 세속에 살면서 자신의 노력의 대가로 할 것이지 하필 부처님의 형상과 옷을 빌려 입고 불법문중을 파괴한다면 부처님 유훈의 가르침에도 어긋나며 우리 옛 선사들의 정신에도 맞지 않다.”
경북 문경 한산사 용성선원장 월암 스님이 현재 불교계에 팽배해 있는 개인주의, 물신풍조의, 현실안주 세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스님은 최근 ‘대각사상’ 제14집에 기고한 ‘유교법회(遺敎法會)와 조계종의 오늘’이란 긴 글을 통해 “일제하에서 대처식육으로 청정승가가 무너지고 출가사문의 세속화가 진행됐듯이 오늘 우리의 모습 또한 수행과 교화를 방기한 호구승(糊口僧)으로 전락하고 있지나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며 “현재 한국불교와 일부 명리승(名利僧)들은 먹고 마시고 노는 분위기 속에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직업사문(職業沙門)으로 전락돼 가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스님은 “춥고 배고픔에 도심(道心)이 생긴다고 했건만 이미 우리의 배는 고플 여지가 없어져 버렸고, 우리의 몸은 추울 여가가 전문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며 “청빈낙도는 수행자의 가풍임을 뼛속 깊이 새겨야 되겠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또 “어버이를 작별하고 출가해 마음을 알고 근원을 통달해서 무위법(無爲法)을 깨닫고자 하면 세간의 명리를 버리고 맛없는 음식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오로지 화두를 챙기고 모든 생명을 섬기며, 잘 먹고 잘 입는 바깥일에는 무관심해야 한다”며 “이미 출가 수행자가 되었으면 견성성불(見性成佛)하고 요익중생(饒益衆生)해 불보살과 중생의 은혜에 보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스님은 “한국불교에서 만약에 재물과 이익에 빠져 ‘노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면 지금 당장 참구하고 섬기는 ‘수행분위기’로 유턴해야 한다”며 “이것이 조계종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월암 스님은 오랫동안 제방선원에서 수선안거를 하고 중국 북경대에서 철학박사를 취득할 정도로 선(禪)과 교(敎)를 두루 닦은 스님으로 유명하다. 지리산 벽송사 선원장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잇따른 선회(禪會)와 참선수행학교 지도 등으로 한국 선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간화정로’(2006년)와 ‘돈오선’(2008년) 등 저술로 선의 역사와 실천 체계를 정립하고 있기도 하다.
월암 스님은 그동안 간화선 수행풍토는 물론 한국불교의 병폐를 지적하는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09년 ‘승가’(중앙승가대 발간) 25호 기고문에서 “재가불자는 불교적(연기적) 인생관이 빈약하고, 출가수행자는 수행이력과 인격이 일치하지 못하고, 깨달음과 실천이 하나로 통일되지 못하는 기형적 신앙형태를 연출하고 있다. 인격이 고양되지 않는 내면적 수행은 참된 수행이라 할 수 없으며, 실천으로 회향되지 못하고는 깨달음은 올바른 깨달음일 수 없다.”며 한국불교의 신앙형태 및 간화선 풍토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 했었다.
월암 스님의 이번 ‘대각사상’ 제14집에서의 비판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스님은 이번 논문에서 1941년 3월4일부터 13일까지 열흘 간 선학원에서 열렸던 유교법회(遺敎法會)의 제반내용, 사상, 계승 등을 수행자의 입장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이를 통해 월암 스님은 당시 유교법회는 전국의 청정비구들이 수좌정신과 계율을 바탕으로 정법을 호지(護持)하고 선법(禪法)을 중흥해 민족과 불교를 건지려는 처절한 노력이었음을 규명했다.
이어 스님은 60년 전 봉행됐던 유교법회 정신을 토대로 오늘날 조계종의 현실을 냉철하게 진단했다. 스님은 현재 조계종이 비상 시기임에도 외향적 발전과 물질적 풍요로 인해 지금의 엄청난 위기감을 실감하지 못함이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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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조계종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크게 3가지다. 파합승가(破合僧家)와 불신(不信), 물신풍조(物神風潮), 현실안주 등이 그것이다. 스님에 따르면 조계종은 승가공동체로서의 화합과 단결보다는 두터운 불신과 파합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 스승은 제자를 불신하고 제자 또한 스승을 불신하며, 이판은 사판을 불신하고 사판은 이판을 불신하며, 출가는 재가를 불신하고 재가 또한 출가를 크게 불신하고 있다. 총림 본사에는 장로가 주석하지 않고 청안납자 역시 도량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너도 나도, 어른도 아이도 사설사암이요, 토굴이요, 아파트다. 개인주의가 팽배해 대중생활은 이뤄지지 않고 승가공동체의식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큰방생활로 인내하고 화합하며 산중공의제(山中公議制)에 의해 원융살림하던 가풍은 실종돼 버렸다.
또 지금 조계종에는 일제하에서 삼독이라 일컫던 대처독, 주지독, 파벌독이 모양과 성격을 달리한 채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대처는 은처로 식육은 식도락으로 변질됐으며, 주지독은 각종 명리의 탐착으로 교묘히 포장됐다. 파벌독도 문중독 혹은 계파독으로 변질돼 종단을 세속정치의 온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하루살이가 불빛에 모여들어 제 몸을 태우듯 명리에 눈이 어두워 세간에서도 형사범으로 다스리는 범법행위를 출가사문의 이름으로 자행하며 무간지옥이 기다리는 줄 모르고 신나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대중공의제도가 무너지고 수행자의 양심이 실종된 자리에 명예와 이익에 눈이 먼 일부 명리승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실에 침묵하거나 편승하고 있는 승가 전체의 도덕적 해이에 있다”는 게 스님의 깊은 탄식이다.
월암 스님은 수행자들의 빈부 격차 심화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출가란 명리를 떠나 일대사에 충실하며 보현행원으로 살기를 맹서하는 것임에도 오늘 우리의 삶은 가치관의 혼돈으로 몽상전도(夢想顚倒)해 본분사를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종밀 스님이 ‘세상의 학문은 채우는 공부요, 불법의 수행은 비우는 공부’라는 말은 인용하며, “비우고 비워 허공이 되어 허공마저 버릴 때 법신을 체득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지금 탐진치 삼독을 채우고 즐기고 권장하고 있지 않는지 돌아봐야 할 것”을 주문했다.
스님은 또 오늘날 현실에만 안주하려는 선방문화에 대해서도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불교의 희망이 선원이라고 말하지만 불행하게도 선원과 선은 있지만 선지와 선풍 그리고 선사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스승들이 유교법회를 예비하고 실행했듯 우리도 정법안장의 당간을 굳건히 세우기 위해 서릿발 같은 용맹정진을 해야 할 때라는 게 스님의 지적이다.
스님은 특히 조계종도들의 의식전환을 강하게 촉구했다. 수행과 교화가 조계종의 지상명제임을 통감해 이판은 수행과 함께 적극적으로 교화에 동참해야 하며, 교화 소임자들은 철저한 수행에 입각해 교화 행정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단 역시 전 종도들이 수행하고 교화하는데 진력을 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철저한 교육을 통해 문중과 파벌, 인맥을 타파하고 인재를 균등히 배치해 수행과 교화에 대한 중장기적 백년대계를 세워 실행해야 한다는 게 스님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요즘 많은 출가자들이 재가자를 향해 속인(俗人)이란 호칭을 쓰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것이 습관적으로 별다른 의미 없이 사용한다는 하더라도 자신의 치열한 수행자적 삶의 반성, 즉 수행자 내부에 잔존하는 속인적 행태에 대한 성찰 없이 현상적 구분만으로 재가수행자를 일괄적으로 속인이라 폄하하는 것은 진실된 수행자의 품위를 벗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소금은 언제나 짜야 하고 목탁은 항상 맑은 소리를 내야 한다”는 월암 스님은 “본분납자는 마땅히 지혜와 자비를 실천의 양 날개로 삼아야 하되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요익중생의 생활실천인 보현행원을 위해 이 한 몸 기꺼이 바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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