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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리차드 기어와 함께 한 며칠간의 인연 (불교신문 1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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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선정화 작성일11-07-26 15:58 조회2,3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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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리차드 기어의 방한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일까? 잘 알려진 헐리우드 스타라서? 불자라서? 또 그는 우리나라에 와서 무엇을 느끼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10여 일전 뉴욕에서 리차드 기어 방한 관련 통역을 부탁받았다. 마침 연구년으로 한국에 잠시 들어갈 계획이어서 ‘이것도 인연이겠다’ 싶어 큰 고민 없이 수락했고 그러면서 그와의 인연이 삼일동안 이어졌다.

6월21일. 사진전 ‘순례의 길’ 전시를 위해 방한한 그가 첫 공식일정으로 조계사를 찾았다. 그는 소탈하고 가식이 없는 사람이었다. ‘세계적인 헐리우드 스타’, ‘은발의 노신사’, ‘세대를 막론한 두터운 팬 층을 자랑하는 배우’ 등등 그를 따라다니는 무수한 수식이 무색할 정도였다.

만나는 큰스님들께는 머리 숙여 합장하고 존경의 예를 다했으며, 불자 팬들에게는 연신 손을 흔들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대접받는 사람이기 보다는 낮추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한국불교를 알아가는

순례자이고 싶었지만

우리는 ‘헐리우드 스타’로만

대접해 아쉬웠다

그가 내게 물은 첫 질문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한국불교를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내 대답은 ‘선불교(Zen Buddhism)'적 수행법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일본 불교와는 달리 통불교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진지한 눈빛으로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고 한국불교를 진정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그의 진면목은 불교TV에서 마련한 대담에서 드러났다. 대담이 시작되고 20분이 좀 지나자 기획사 측에서 ‘빡빡한 일정으로 리차드 기어가 피곤할 테니 그만 마치자’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리차드 기어는 "스님의 질문은 피상적인 질문이 아니라 정말 실질적인(Real)적인 내용"이라며 이런 대담은 오랫동안 해도 피곤하지 않다고 했다.

대담 내내 30여 년간 불교가 좋아 공부했지만 초심자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또 헐리우드에서 배우 역할을 맡은 깨달음으로 가는 순례자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역시 공부를 오랫동안 해온 불자다웠다.

그러나 그가 정말로 우리나라 불교를 배우고 싶었던 열정에 비해 우리는 너무 그를 ‘헐리우드 스타’로서만 대접하려 했던것 같아 아쉬웠다. 순례자로서 전통 사찰의 아름다움을 조용하고 경건하게 느끼고 싶었지만 그의 모든 일정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파파라치처럼 따라 붙는 취재진들과 영화팬들은 그와 그의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또한 그가 방송에 출연했을때 단지 피상적이고 흥미위주의 질문거리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또 그렇게 비춰져 조금 안타까웠다.

다음번에 방문했을 때 새벽 예불에 참석하고 큰스님께 깨달음을 묻는 순례자로서의 그를 상상하며 그와 가족의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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