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조계종 국제불교학교 탐방...불교신문 1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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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선정화 작성일11-07-26 19:58 조회2,404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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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불교학교 1기생 스님들과 교학처장 지정스님, 원어민 강사 켄드라가 환하게 웃고 있다. 김형주 기자 |
한국불교 세계화를 책임질 인재양성을 위해 조계종이 최초로 설립한 영어전문교육기관인 조계종 국제불교학교가 지난 3일로 개원 100일을 맞았다. 3월25일 개원한 이래 이곳에는 교학처장 지정스님을 비롯해 9명의 스님들과 원어민 강사 2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매일 오전7시30분 1교시를 시작해 오후9시 저녁일과가 끝날 때까지 영어를 매개로 불교교리와 참선지도법, 템플스테이 운영방법, 해외사찰경영과 마케팅 등을 공부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잠들 때까지 영어로만 말해야 하는 낯선 수행환경 속 스님들의 하루 일과를 소개한다.
다채로운 강의법 덕분에 흥미 유발
외국인과 영어에 대한 두려움 없어
열린 마음으로 낯선 문화 수용하고
올바른 수행상 다시 세우는 계기돼
지난 6월27일 장맛비를 뚫고 용인 화운사 국제불교학교에 도착했다. 1교시가 한창인 교실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칠판에 적힌 이날 수업의 주제는 간단했다. ‘감정표현하기’ 쯤으로 해석되는 것으로, 기분에 따라 안녕(Hello)을 어떻게 말하는 지 표현하면 된다. 기쁠 때, 슬플 때, 짜증날 때마다 달라지는 목소리나 표정 등을 연기하며 표현법을 익히는 시간,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스님들 덕분에 얼굴에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이처럼 국제불교학교에서는 예불 빼고는 온통 처음해보는 것뿐이다. 수업시간에 CNN, BBC 뉴스를 보고 토론하거나, 동화를 직접 써보기도 하고, 주제에 맞게 그림을 그린 뒤 영어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을 한다. 과묵한 스님들도 여기서는 자기표현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 또 쉼 없이 자신을 들여다본다. 공양시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느 사찰 공양간에서 스님들이 묵묵히 공양하는 것과 달리, 국제불교학교 스님들은 외국인 강사와 밥을 함께 먹으며 얘기를 나눈다. 그 시간마저도 공부인 셈이다. 영어로 배우는 불교도 마찬가지다. 불교용어들마저 영어에서는 낯설기만 하다. 익숙해지기 위해 자주 말하고 쓰기를 반복하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다.
오전에는 원어민 강사에게 생활회화를 배운다. |
특별활동도 마찬가지다 스님들은 지난 6월3일 서울 이태원으로 필드트립(field trip)을 다녀왔다. 이번 야외활동은 원어민 강사인 마야가 기획한 것으로, 식당 호텔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과 매니저들을 섭외해 영어로만 답을 하도록 사전조율을 마치고 진행됐다. 9명 스님들이 3개 조로 나뉘어, 식당이나 가게들 간판을 찾아 사진을 찍어오거나, 특정 상점에서 지정한 물건을 사오는 등 주어진 과제를 수행했다. 영어만 묻고 답할 수 있다는 조건 하에 스님들은 지나가는 외국인들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그간의 배움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수업은 생소했지만, 덕분에 스님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금요일 격주로 진행되는 2분 다르마 토크는 스님들의 숨겨진 순발력과 어휘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발표 직전 상자 속에 담겨진 주제를 뽑아서, 해당 주제에 대해 2분씩 얘기하는 이 시간이 스님들에게는 긴장과 즐거움의 연속이다. 지정스님은 “주제를 미리 나눠주면 2분 분량의 메모를 암기하는 데 그치고, 발표가 끝나면 잊어버리기 십상”이라며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발표하다보면 실력이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지난 4월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템플라이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인도, 미국,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외국인들에게 도량을 안내해주고, 쑥개떡을 함께 만드는 등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서양음식 만들기에도 도전, 스파게티와 리조토 같은 음식을 함께 만들어 화운사 스님들과 나눠먹기도 했다.
기존의 승가생활과 다른 것투성이라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스님들의 마음은 넓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처음에는 낯섦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적응하기까지 고비도 있었지만, 100일이 가까워지면서 스님들의 마음이 달라졌다. 외국인 강사로부터 전해지는 전혀 다른 문화와 언어, 사고방식들을 체험하면서, 유연해지고,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원어민 강사의 역할도 크다. 학교 다닐 때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는 켄드라는 자신이 갖고 있는 다큐멘터리를 교재 삼아 세계적 이슈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스테인글라스 작업을 하는 마야는 창작의 기발함을 수업에까지 적용시킨다. 그는 미국의 부모님은 물론 친척과 친구들과의 영상통화와 이태원 필드트립 등 다채로운 수업으로 결코 지루할 새가 없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강사들의 노력덕분에 스님들은 공부가 즐겁다고 한다. 성원스님은 “영어로만 생활하는 게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은 자연스러워졌다”며 “외국인 강사의 재미있는 강의 덕분에 익숙해지고 자신감도 갖게 됐다”고 했다. 성제스님도 “외국인을 만나면 항상 어색하고 긴장해서 할 말을 잊을 때가 많았는데 이곳에서 공부하면서 단점들을 많이 극복했다”며 “외국인에게 낯선 한국불교를 알리기 위해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 나가 포교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낯선 환경 속에 살면서 스님들은 스스로 변화했음을 느낀다고 했다. 태허스님은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왔지만 여러 스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청하스님은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 그리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스님이란 생각을 내려놓고 처음 말을 배우는 아이처럼 쉽게 받아들이고 용기내서 표현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덕분에 마음이 밝아지고 열린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운성스님은 “이곳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있지만 귀결점은 역시 수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숭산스님의 쉬운 영어법문이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수행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인 것처럼 말 외국인을 만나서 부처님 가르침을 제대로 전하려면 나 스스로 제대로 수행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국제불교학교가 단순히 영어를 공부하는 기술학교가 아니라,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던 답답한 마음을 활짝 열고 비단 외국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국제불교학교의 지난 100일 간의 변화는 작지만 명확했다. 앞으로 1년 반 뒤의 스님들의 모습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한국불교 세계화를 책임질 ‘부루나 존자’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 교학처장 지정스님
“언어.포교원력 갖춘 스님 육성”
지정스님〈사진〉은 부친이 미주공사로 부임하면서 15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거기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버니지아주립대 죠지메이슨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영어공부의 힘듦을 몸소 체험했던 터라 국제불교학교 학인 스님들의 열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스님은 “단순히 영어를 잘 하는 게 한국불교 세계화의 전부는 아님”을 강조한다. 불교가 무엇인지 바로 알고 난 후에, 외국인에게 가르쳐주기 위한 수단으로서 영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불교학교 역시 영어에 대한 비법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 전인교육을 하는 도량임을 강조한다.
이곳에서 스님들은 단순히 영어에 대한 기술만 익히는 게 아니라 수행자로서 자신의 모습을 다시 만들어간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낯선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장애가 될 수 있는 고정관념이나 상을 버리고, 보다 넓은 마음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하는 것이다.
또 스님은 자유로움과 편안함 속의 정진을 강조한다. 대중생활에 필요한 율은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그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스님들 스스로 지키면 그만이다. “원력을 갖고 입학한 스님들이라 그런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오히려 걱정”이라며 “언어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꾸준한 훈련을 통해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언어의 문제 때문에 해외포교 원력을 세우지 못했던 스님들에게는 국제불교학교 생활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제포교에 앞장설 한국불교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소임자로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조계종 국제불교학교는…
조계종이 올해 처음으로 개원한 국제불교학교는 한국불교 세계화를 담당할 인재를 양성하는 비구니 스님 전문교육기관이다. 2년 10학기 과정이며, 마지막 학기에는 해외연수 특전이 주어진다. 1기생 스님들의 경우 1학년 과정이 끝나는 내년 1월 6주간 미국을 방문, 세계의 불교문화와 타종교문화를 체험한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며, 커리큘럼은 기초불교 교리와 영어회화 인사법은 물론 불교상담 교육과 불교사, 불교미술 교육, 컴퓨터 활용, 참선지도법, 템플스테이 운영방법, 해외사찰경영과 마케팅 등 다양하다. 이외에도 외국의 식사예절이나 음식 조리법 등의 특강이 진행되며, 야외활동(field trip)을 통해 외국인과 직접 만나 대화하는 연습도 한다.
교과는 크게 영어와 불교수업으로 나눠진다. 오전에는 생활회화나 일상표현 등을 배우며, 원어민 강사가 수업을 맡는다. 오후에는 부처님 일생이나 교리 등을 영어로 배운다. 저녁수업은 영어일기 작성과 BBC, CNN 등 뉴스를 청취하며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학기마다 테스트가 있어 그간의 수업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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