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한-프랑스 융합무용공연 ‘禪(S.U.N)’(불교신문 1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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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1-11-02 16:15 조회2,327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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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라혼즈 |
고난도의 현대무용 동작의 동력을 선무도의 긴 호흡이 받쳐준다. 지난 13일 찾은 연습장은 프랑스 무용수 3명이 선보이는 한국선무도의 진수와 최첨단 과학장비 EMG시스템(근육활동신호녹화기)이 새 콘텐츠 가능성을 타진한다. 엔진에 새 연료주입구를 단 ‘하이브리드 공연’은 그렇게 불교가 매개제가 됐다.
“선을 과학으로 분해하고 다시 무용과 합쳤다”
‘어떻게 호흡과 근육을 자연스럽게 조절하는가?’ 무용수들의 강한 호흡과 동작이 시험대다. 가장 역동적 현대무용과 안정과 편안한 동작의 선무도의 합체, 여기서 다시 춤의 선(禪) 추구와 인간 내면의 감정들이 융합되는 과정을 몸의 움직임으로 풀어본다.
무대는 시적인 음악과 영상, 디지털화된 무대장치에서 전공연륜을 압축적으로 느끼게 하며 개인적 선 체험을 넓은 공간으로 이끌어낸다. 연출은 근육활동을 뇌로 보내는 EMG(근전도)의 신호가 포인트다.
프랑스 과학자들이 만들어 낸 ‘근육 멜로디’ 소리 신호를 전환시켜 무용수들의 호흡과 다시 일체화를 시도한다. 안무가 남영호 씨는 1990년 프랑스 유학무용수로 ‘소리로 이루어지는 호흡’에 관한 집중 연구자이다. 그는 상세한 움직임을 작업하기 위해 어떻게 호흡과 근육을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는가를 안무 목표로 삼았다.
왜 선인가. “각 움직임에는 여러 힘이 다르게 작용한다. 균형과 불균형 사이에서 움직임과 근육이 긴장에 도달하기 위한 조절된 호흡에 주목해보자. 선은 움직임 조절에서 자연스럽고 느리며 편안함을 달성한다. 이때 호흡조절 또한 느려지면서 동작과 융합되며, 생각조절은 자연 신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기(氣, 숨)에 의해 조절된다.”
그렇다면 선무도와 현대무용은 어떻게 만나는가. “선무도와 현대무용은 공통적으로 인체를 팔, 머리, 등, 다리, 가슴의 다섯 부분으로 나눠 동작을 창출한다. 이중 선무도는 정화의 예술이라 몸, 정신과 입(호흡)을 정화해야 한다. 정화는 강함과 약함, 객관과 주관 나아가 나와 남과의 조화를 위한 장치이다.”
결국 현대무용의 유한성을 선과 접목, 정화를 통한 무한의 예술로 나아가려는 시도이다. 무대 또한 비디오와 물질 소리 간에 이뤄지는 대화의 공간이다. 비디오 영상 전문가인 스테판 쿠조가 만드는 제스처, 흐름, 영상, 물질, 소리와 조형예술가 제랄딘 파오리가 고안한 의상 표면 위에서 이루어지는 호흡과 움직임으로 연출한다. 무용수의 몸동작 권역 안에서 영상을 만들고 한껏 부풀어진 영상막과 무용수들의 의상에 비쳐지며 외형 물질의 민감성과 내면의 무한한 무용이 한 공간에 압축된다.
음향은 그 공간을 세밀하게 파고든다. EMG로 근육에서 수집된 신호와 호흡의 신호가 실시간 소리로 전환되며 악보도 구성한다. 디지털음악창작 연구자인 태싯그룹이 신체의 내면적 소리 캡쳐를 통해 무용수들의 신체 속 보이지 않는 지각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공간 속 소리의 구성은 무용 속에 근육의 에너지와 호흡 힘을 청각적으로 전달하는 시도이고, 이를 통해 선무도와 현대무용 사이에서의 근사점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다.
창작을 위한 실험 과정은 2년여에 걸쳐 진행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태싯그룹이 무용수의 호흡캡쳐와 호흡신호로부터 나오는 공간을 구성하고, 프랑스 노르망디대학부설 MODESCO연구소에서 뇌생리학 기사가 근육활동 기록에 EMG로부터 나오는 신호녹음을 체계화했고, 안무가 남영호의 안무작업, 조형예술가의 ‘스테판 쿠조의 디지털 아바타 실험’을 거쳐 무대연출이 이뤄졌다.
여기서 ‘MODESCO 연구’의 초점은 제스처와 예술적 창작을 위해 800여 개 골격근의 신경계 조절의 자유도(degr?s de libert?) 개수를 줄여서 동작을 프로그램화하는 것이었다.
선(S.U.N) 공연은 지난 2월18일 프랑스 몽펠리에 가벤가에서 먼저 시연〈사진〉됐다. 이어 9월22일 엥겡레벵 아트센터에서 ‘2011-2012 시즌 개막공연’으로 초청됐다. 서울 공연은 오는 27일~28일 양일간의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참가작으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이후 오는 2012년 2월15일~16일 몽펠리에 무용페스티벌 참가 공연도 잡혀있다.
■ 선과 현대무용 접목 시도한 남영호 안무가는
“호흡과 춤…도이며 선”
남영호 안무가가 프랑스 무용수 3명과 춤 안무를 직접 시연하고 있다. |
2005년 춤 ‘영혼의 문(Porte d’Ame)’에서 처음으로 도교 사상이 각인된 몸의 움직임의 자태에서 영감을 무용에 접목했고, 2007년 ‘원리와 원리(Matiere et Matiere1 et)’에서 몸과 소리, 현대무용과 한국전통무용의 조우를 ‘호흡과 소리의 연결’로 선택했다.
2008년 ‘구성과 해체(Compose/de compose)’는 똑같은 무용을 같은 무용수가 3차례 반복해 추면서 무대장치 음악 조명 의상 등 외적 요건을 완전히 다르게 바꿔 공연하는 첫 시도를 했다. 이를 관객들이 시간별로 전혀 다른 작품으로 느끼게 만들어, 불교적 가치인 ‘인지 감각이 외부환경에 절대적으로 지배받는’ 과정을 실제 무대 공연에 올렸다.
2009년 드디어 남영호 본인이 승무를 췄다. 작품 ‘한국의 여자(Une Femme Coreenne)’를 통해 프랑스 시인 폴 고다가 쓴 ‘승무’에 대한 시상(詩想)을 겹쳐 승무의 춤과 시 낭송 등 공동 작업을 연출했다. 이것이 매개가 돼 지난해부터 움직임(무용)과 과학과의 융합작품인 ‘선(S.U.N)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화여대서 현대무용 전공
프랑스 유학하며 ‘선’ 모색
“호흡과 춤을 같이 가게 하는 그 순간, 그것이 도이고 선(禪)이라 본다.” 선의 현대적 재해석 중 무용에의 실제 접목에 매진하는 그는 1999년 자신의 무용단을 창단하여 8개의 작품을 만들었고, 한국과 프랑스의 연합프로젝트를 시행하며 2007년 꼬레그라피(Coree’graphie)로 무용단 명칭을 변경했다.
프랑스 최대 현대무용제인 몽벨리에 댄스 페스티발에 2005년 출연한 것을 필두로, 같은 해 서울 Sidance 페스티벌과 뉴욕 덤보(Dumbo) 댄스 페스티벌, 2008년 모로코 마라데시 페스티벌, 2010년 이태리 피렌체 페스티벌 등을 연속으로 출연 승무의 현대무용을 줄기차게 보여줬다.
그는 안무에서 인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의 개념으로 문화를 접근한다. 한국과 프랑스 문화 간의 교차를 탐색하면서 선과 도에서 승화된 합치점을 찾고, 이를 몸과 소리를 바탕으로 현대무용과 한국전통무용의 조우로 접근하고 있다. 또한 창작활동에서 한국적 전통과 현대무용의 접목을 통해 전통의 정체성을 더 확고히 다져가는 연구에도 강한 접점을 보인다.
“무용수 동작은 과연 프로그램화될 수 있는가?” 그의 화두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제스처를 보다 자유롭고 독창적인 예술 창작으로 이끄는 과정에 과학이 도입되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인간의 몸이 3차원적 공간과 지구중력의 저항과 타협되는 공간 안에서 몸의 균형을 지키려는 신체기관과 여러 근육계의 유연성이 보다 높은 단계의 재능과 수완, 우아함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에 의해 진정한 아름다움과 선의 경지, 곧 호흡과 춤이 관객의 청각 지각 시각에 의해 하나되는 일체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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