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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여름방학, 사찰서 영어 배우며 즐겨요”(불교신문 1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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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여여심 작성일15-08-05 10:49 조회2,0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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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4~6학년 대상

2박3일간 불교문화체험

원어민 교사 지도 아래

영어배우고 정서 함양한

‘일석이조’ 체험프로그램

 icon_p.gif 서울 국제선센터가 지난 7월25일부터 26일까지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하는 어린이 영어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사진은 팀을 이뤄 소금 만다라를 완성한 후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

본격적인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아이들에게 여름방학은 학교 수업에서 벗어나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겐 아이의 실력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내 아이가 알차고 재미있는 여름방학을 보내길 바라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매한가지다. 이에 서울 목동 국제선센터는 10대들을 위한 영어 템플스테이(ISC Teen’s Templestay)를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해왔지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템플스테이는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 7월24일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목동 국제선센터 어린이 영어 템플스테이 현장을 찾았다.

이번 템플스테이에는 서울 지역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4~6학년 28명이 참가했다. 어린이들은 2박3일 내내 원어민 선생님들과 함께 먹고 자고 이야기를 나눈다. 특화 템플스테이인 만큼 영어에 재미를 붙이고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짜여졌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과 게임을 통해 불교를 쉽게 접하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야외에서 뛰노는 시간들로 채워져 더욱 알차다.

템플스테이 첫날, 아이들은 사찰예절을 배우며 나와 상대방을 높이는 마음을 가진다. "나는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당당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친구에게 예의를 갖추겠습니다” 등 108가지 서원을 읽고 108배를 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낯가림하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처음 본 형, 누나, 동생과도 금세 친해진다. 미국, 영국, 말레이시아, 인도 등 각국에서 온 원어민 선생님들과의 만남도 낯설지 않다. “where are you from(어디서 왔어요)?” “do you have a girlfriend(여자친구 있어요)?” 말 꺼내기도 쑥스러워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아이들은 선생님들을 대하는 데 전혀 머뭇거림이 없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선생님들만큼 아이들도 각양각색이다. 더듬더듬 서툴지만 용기 있게 다가서는 아이도 있는가 하면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외국인 선생님들을 놀라게 하는 친구도 있다. 영어공부 때문에 엄마에게 떠밀리다시피 온 아이부터 성당에 다니지만 불교문화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 덕에 템플스테이를 여러 번 해 본 아이까지, 참가 동기도 다양하다.

낯선 환경에서 처음 만난 또래들과 싸우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지만 아이들답게 곧잘 마음을 풀어낸다. 마음 그리기(mid sketching)를 통해 ‘희(happiness), 노(anger), 애(sorrow), 락(pleasure)’을 주제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담아내며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간다. ‘100점을 받을 때’ ‘친구들과 놀 때’ 등 기쁨의 순간과 ‘혼이 날 때’ ‘친구가 못살게 굴 때’ 등 화가 나는 순간을 그림으로 풀어내며 스님의 말씀을 듣는다.

“스님이 여러분한테 화가 났는데 여러분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화는 누구의 것일까요. 그 화는 스님의 것이에요. 여러분들이 친구들과 싸우고 다툴 때도 마찬가지에요. 친구들이 나쁜 말을 하고 바르지 않은 행동을 할 때 내가 무시해버리고 받지 않으면 그 화는 내 것이 아닌 게 돼요. 화는 결국 자신이 받지 않으면 되는 것이에요.” 스님의 말을 듣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아이들은 사찰에서 나가는 순간까지 작은 수행자다. 사찰에서 머무는 동안 오전4시30분에 시작하는 새벽예불에도 빠짐없이 참석한다. 졸린 눈을 비비고 자세를 비틀다가도 ‘수행자답게 자세를 바르게 하라’는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아이들 9~10명과 선생님 2명이 한 팀이 돼 ‘Yellow, blue, red’ 등 3팀을 만들어 10장으로 나뉜 그림 퍼즐을 하나로 맞춰 발표하는 심우도 퍼즐(oxherding story)은 표현력과 상상력은 물론 협동심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영어 문장을 만들고 이야기를 구성하며 아이들은 영어 실력과 창의력을 키운다. 또래와 함께 의견을 나누고 서로에게 양보하는 법도 배운다.

친구에게 절하기(prostration to my friends)시간에는 나 자신처럼 남들도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것을 되새긴다. 선생님이 아이들의 장점을 하나씩 읊을 때마다 아이들이 한 명씩 나와 친구들에게 절을 받는다. “불편해요.” “부끄러워요.” 왁자지껄 떠들던 아이들은 이내 정중하게 절을 받고는 자신도 친구에게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여 절을 하며 존중의 마음을 표현한다.

원어민 선생님들도 이 순간만큼은 함께 배우는 도반이다. 명상(meditation), 108배 염주 만들기(108 prayers beads), 소금 만다라 (salt mandala) 등 불교에 대해 설명으로 알아가기보다 온 몸으로 수행을 체험해 나간다. 미국인 캘시(23)는 “아이들이 힘이 넘치고 활발해 지도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지만 동심으로 돌아가 즐겁게 불교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며 “선생님으로 왔지만 나 자신도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배워가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제선센터 국제차장 천조스님은 “영어 템플스테이는 원어민 선생님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외국에 가지 않고도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실력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놀이를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양보와 배려심을 키우고 불교문화를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감자·옥수수 직접 캐며 물놀이 만끽

'외갓집 야외체험’ 인기 만점

여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시원한 물놀이다. 이번 영어 템플스테이는 복작대는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체험하고 여름 물놀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야외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됐다. 템플스테이 이튿날은 온전히 야외에서 진행됐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국제선센터에서 차량으로 2시간을 이동에 양평에 위치한 ‘외갓집 체험 마을’을 방문했다. 도심에서 자란 아이들은 외국인 선생님과 함께 직접 감자를 캐고 옥수수를 따며 수확의 기쁨을 알아간다.

배가 출출해질 때 즈음 야외 정자로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은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며 직접 수확한 옥수수와 감자가 익기를 기다린다. 아이들은 “봉숭아 물들이기를 영어로 뭐라고 하나”고 묻는 외국인 선생님의 질문에 “natural manicure(천연 매니큐어)”라고 대답하는 순발력도 잊지 않는다.

직접 수확한 감자와 옥수수로 배를 채우고 이내 천연 냇가로 달려간다. 냇가에 마련된 물 미끄럼틀을 타고 물장구를 치며 학교와 학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보낸다. 조용하던 마을은 이내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물놀이로 젖은 몸을 말리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은 아이들은 다시 사찰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평일엔 학원 때문에 오후11시가 돼서야 집으로 귀가한다는 원제하(12) 어린이는 “영어 유치원을 졸업하고 저학년 때는 한 달 동안 필리핀 어학연수도 다녀왔지만 외국인 선생님과 많이 놀아보지 못했다”며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고 게임을 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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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라고 해서 절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이들은 도심을 벗어나 야외에서 감자를 캐고 옥수수를 따며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다.

도심 속 템플 프로그램 다채

국제선센터 템플스테이는 집과 학교, 직장 등 생활 터전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돌아가서도 배운 것을 적용해 수행을 일상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제선센터는 2010년 개원 이래 영어 템플스테이 외에도 임산부를 위한 태교 템플스테이, 다문화가족과 북한이탈주민 정착 템플스테이 등 접근성이 용이한 점을 살려 다양한 종류의 템플스테이를 진행해왔다. 특히 서울 서남권에서 학구열이 높은 지역답게 학생들을 위한 영어 템플스테이가 인기다. 학생들은 ‘토요명상 법회’에 참석하는 국내외 영어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며 영어 실력을 높이고 불교 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영어 템플스테이는 체험에만 그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고민할 수 있는 인성 함양의 시간도 함께 마련된다. 명상, 스님과의 대화 등을 통해 청소년들은 학업 스트레스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을 배워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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