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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화 | [세계일화 30호]국제포교사 활동을 하며 느끼는 작은 행복, 사나트 반두시리 씨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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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그루 작성일13-09-06 15:33 조회2,7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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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629일 저녁, 일찍 퇴근하여 쉬려고 하는데 인사동 입구 편의점에서 세나카 위라라트나(Senaka Weeraratna)라는 사람을 아느냐는 전화가 왔다. 그는 ‘2012 세계불교도우의회 한국대회때 만났는데, 행사 후 서울시티투어행사를 같이 하면서 친해진 스리랑카 사람이다. 깜짝 놀라서 안다고 하니까 어떤 사람이 나에게 세나카 위라라트나 씨의 선물을 전달해 주기 위해 편의점에서 기다린다는 것이다.

2012년에는 유난히도 가물었는데 그날은 출발하기 직전부터 갑자기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어렵게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그곳에는 스리랑카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리랑카 정부에서 정보통신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데 카이스트 석사/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온 사나트 반두시리(Sanath Bandusiri)라는 유학생이었다. 다음 학기가 곧 시작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카이스트가 있는 대전에 가는 길에 선물을 전해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내게 건너 준 선물은 스리랑카 차()였다. 자정 가까워질 무렵이라서 행선지로 가는 막차도 끊기고, 숙소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갑작스레 집으로 초대했더니 흔쾌히 응했다. 집에 도착하니 가족 모두 반두시리 씨를 반갑게 맞이했다. 애들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우리 집에는 며칠 전부터 꽃망울을 맺기 시작한 문주란이 심어놓은 지 15년여 만에 처음으로 활짝 피었다. 반두시리 씨에게 아마도 뜻밖의 귀한 손님을 맞으려고 문주란이 피었나 싶다고 말했더니 기뻐했다.

다음 날 아침 반두시리 씨에게 문주란을 보여주었더니 스리랑카에도 이런 꽃이 핀다고 한다. 자기 집 뜰에도 문주란이 있는데, 스리랑카에서는 이 꽃이 화려하고 귀하기 때문에 부처님께 꽃 공양으로 올린다고 하며 자기 휴대전화에 저장된 꽃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한국에 있는 스리랑카스님을 소개하기 위해 이경호 국제포교사와 함께 경기도 양주시 소재 마하보디사의 와치싸라 스님을 만나러 갔다. 두 시 경 마하보디사에 도착하니 반두시리 씨는 물론이고 와치싸라 스님도 매우 반가워하셨다. 국제포교사로서 외국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참 좋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지듯이 서울고속터미널에서 반두시리 씨를 대전으로 떠나보내고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요즘 들어 반두시리 씨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때마침 며칠 전부터 우리 집 동양란에서 꽃대가 올라오더니 연녹색의 꽃망울을 터뜨렸다. 발코니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을 타고 향기가 온 방 안에 퍼졌다. 그 향기는 지난해 피었던 문주란을 생각나게 하면서 반두시리 씨를 더욱 그리워하게 한다. 동양란이 우리에게 반두시리 씨와의 재회를 가져다주기를 바라면서...

-국제포교사 이병두.

사진. 양주시 마하보디사 부처님과 보리수나무 앞에서 반두리시씨와  함께 (왼쪽부터 반두시리씨, 와치싸라스님, 이경호  국제포교사,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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