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소식

News | 로버트 버스웰 UCLA 교수ㆍ동국대 불교학술원장(대담=조은수 서울대 교수) ...금강신문 09. 9. 22

페이지 정보

작성자관리자 작성일09-10-07 11:33 조회2,996회 댓글0건

본문

▲ 로버트 버스윌(56)
·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박사
· 현 UCLA 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
· UCLA 불교학연구소 소장
· 만해대상 포교부문 수상

최근 조계종립 동국대학교 초대 불교학술원장에 불교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 UCLA 아시아언어문화학과 로버트 버스웰 교수가 임명됐다. 한 때 한국에서 출가자의 길을 걸었던 그에게 한국불교학계의 현실과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한국불교 우물안서 ‘세계화’ 외쳐서는 안돼

해외 활동 폭 넓혀야 진정한 ‘글로벌’
타 불교 전공학자와 교류 증대도 ‘필요’

조은수(이하 조) : 1974년부터 5년 동안 송광사에서 직접 수행을 하셨던 이력이 있습니다. 그때 경험한 한국의 사찰 전통, 수행방법 등을 책으로 출판하기도 하셨죠. 지금은 불교학자로 진로를 바꿔 불교학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출가자와 불교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로버트 버스웰(이하 버스웰) : 불교를 처음 접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학자의 길과 수행자의 길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당시에는 마음 다스리는 법에 대해 알고 싶었고, 단순히 역사 등 체계적인 측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참선(meditation)과 교리에 대한 이해(doctrinal study)에 더 초점을 맞추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태국으로 가서 매일 명상을 하고 중국어와 팔리어를 공부한 것을 시작으로 오랫동안 수행과 공부를 병행했습니다. 그러다 한국불교의 엄격한 수행전통에 대해 듣고 바로 한국행을 결심했어요. 송광사 선방에서 3개월 동안 간화선 수행을 했지만, 화두나 역대 조사들의 선문답 등 한국불교에 대한 충분한 배경지식 없이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학문적인 지식이 뒷받침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불교와 수행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학술활동과 수행이 서로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 : 최근 한국은 여러 방면에서 세계화ㆍ국제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을 동국대 불교학술원장으로 초빙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불교와 한국불교학도 국제무대 진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국불교학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보는지 외국 불교학계의 평가가 궁금합니다.

버스웰 :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서의 학술적 연구 활동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서양 등 외국에서는 그렇게 활발하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15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불교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물론 한국불교에 관심은 있더라도 기초지식은 전무했고요. 당연히 한국불교 관련 학과도 없었고 한국불교 관련 서적이나 자료 등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UCLA에 교수로 임용된 것도 한국불교학이 아니라 중국불교 관련입니다.
지금은 불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조금씩 느는 상황이고, 한국불교에 대해 공부하려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한 편이지만 아직 필요한 것이 많습니다.

조 : 한국불교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버스웰 : 현재 서양에서 동양 철학과 고대 종교 및 언어와 문화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학자들이 느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한국불교가 더 긴 역사와 체계적인 수행 방법을 갖고 있음에도 연구는 중국이나 일본불교 연구에 비해 뒤쳐져 있습니다.
한국불교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교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또 한국불교와 관련된 경전과 한국불교의 독창성 등을 알릴 수 있는 기본적인 도구와 다양한 참고자료 부족 역시 그 원인이라고 판단됩니다. 한국불교의 특성을 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되면, 한국학이나 한국불교를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 : 동국대 불교학술원 초대 원장을 맡으신 후 간화선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버스웰 : 동국대 불교학술원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한국 불교학자들과 해외 불교학자들 간의 교류입니다. 한국불교를 전공한 학자뿐 아니라 중국불교와 일본불교 등을 연구하는 학자들과의 교류도 늘려야 합니다. 그들에게 한국불교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알리고, 한국불교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불교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아야죠. 한국 속 한국불교와 세계 속 한국불교를 나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이런 교류 확대를 위해 학술원 주최로 다양한 컨퍼런스와 연구 프로젝트를 지속할 계획이며 그 첫 번째가 간화선 학술대회입니다. 간화선은 한국불교의 특징(outline)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기본 수행법입니다. 서양 불교학자 뿐 아니라 다양한 아시아 국가 학자들과 스님들도 참여해 수행으로서의 불교는 물론 학자들의 연구 대상으로서의 불교를 모두 다룰 계획입니다.

조 :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학자들이 나와서, 국제무대에서 활약하여 한국불교학의 성과를 해외에 알리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버스웰 : 예 매우 중요한 지적입니다. 서양 학자들 중에서는 한국어나 한문을 공부한 사람들이 매우 드뭅니다. 앞서 말했듯이 전통적인 한국불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이 필수적입니다. 서양 학자들이 직접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한국 학자들이 그들에게 이런 지식을 전파해준다면 한국학과 한국불교에 대한 관심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또 서양학자들이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한국 스님들의 엄격한 전통 수행법을 체험할 수 있는 연결고리도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조 : 불교학이 여러 학문이나 다른 문화 등을 이해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양에서 환경ㆍ세계평화 등 사회문제의 해법을 불교 등 동양철학에서 찾으려는 시도도 이런 점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앞으로 불교학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격려나 당부 말씀 부탁드립니다.

버스웰 : 제 경험에 비춰보면 불교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전통이나 역사 등 문헌적인 자료뿐 아니라 수행법과 수행전통에 대한 경험을 통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단순히 수백 년 전 글귀를 통해 익힌 수행법과 수행전통에 대한 지식은 직접적인 체험이 뒷받침 된 생생한 지식과는 비교될 수 없습니다. 학자들이 스스로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각을 경험해야 현대인들에게 수행을 통한 자기성찰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 : 요즘 왕성한 학문적 활동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앞으로 불교학자로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버스웰 : 계획 중 가장 큰 것은 불교용어사전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어ㆍ팔리어ㆍ산스크리트어ㆍ중국어ㆍ일본어 및 일부 티베트와 몽골어로 된 약 100만개의 불교용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것으로 약 5년 전부터 작업해 왔습니다. 나라별 언어 간 상호참조를 쉽게 하도록 하는 것이 중점으로, 아마도 올 연말 작업이 완료돼 내년에는 미국 출판사를 통해 출간될 전망입니다. 서양에서 불교를 공부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가 됐으면 하는 바람과 국제화를 노리는 한국불교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한국 강원에서 전통적으로 가르치는 사집(四集-학승들에게 가르치는 《서장(書狀)》, 《도서(都序)》, 《선요(禪要)》, 《절요(節要)》를 통칭해 부르는 말) 번역도 진행 중이며, 이밖에도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함께 한국의 고전번역시리즈를 간행하는 작업을 맡고 있습니다.

조 : 끝으로 한국 불교계에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버스웰 : 불교계가 해외에서 한국불교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양 일류 대학에 한국불교학 석좌교수 자리를 만드는 노력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UCLA에는 한국기독교학 석좌교수가 있습니다. 한 기독교인의 기부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UCLA가 존재하는 한 한국기독교학은 영구적으로 지속된다는 뜻입니다. 현재 제가 UCLA에서 한국불교 관련 연구를 하고 있지만 은퇴한 뒤에도 한국불교학 과정이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서양 대학들의 시스템이기는 합니다만, 기부를 통해 석좌교수 자리가 생기면 그 전공은 영구적으로 지속된다는 점에서 불교계의 관심이 절실한 부분입니다.
또 한국불교라고 해서 한국을 주 활동무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해외에서도 한국불교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가 자주 열려야 진정한 세계화ㆍ국제화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 조은수(52)
· 서울대 철학과 대학원 박사수료
· 미국 미시간대 교수 역임·미국 버클리대학교 박사
· 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댓글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