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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한국불교 영역화 왜 중요하나...법보신문 09.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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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09-10-07 13:41 조회3,0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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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수준 업그레이드-한국불교 세계화 초석
평가절하된 한국불교 위상 제고…역사왜곡 차단
 

1700년 역사의 한국불교. 원효, 의상, 의천, 보조, 서산, 경허, 만해 스님 등 동아시아의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했지만 세계 불교학계에서 한국불교는 늘 아웃사이더였다. 세계 불교석학들의 불교사 서술에서 한국불교만 제외되거나 중국이나 일본 불교의 아류로서 서술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실제 저명한 불교학자인 도날드 로페즈의 『Asian Religions』, 데미안 키온의 『Buddhism』 등을 비롯해 세계불교사를 다루는 대다수 불교 석학들의 저술에서 한국불교가 배제되거나 극히 미비하게 다뤄졌다. 뿐만 아니라 “한국불교가 중국불교의 아류인 만큼 독립적으로 서술할 필요가 없다”(Lucien Stryk의 『World of the Buddha』)는 생뚱맞은 주장이 서구 학계의 암묵적인 동의를 얻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1990년대 중반 세계 여러 나라 학자들이 공동으로 편찬한 방대한 종교사전인 「Companion Encyclopedia of Asian Philosophy」(routledge 간)에서조차 한국불교는 제외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불교와 관련된 질 좋은 영문 자료를 축적해 가는 것은 단순히 한국불교의 위상 제고를 넘어 역사왜곡을 막는 일이라는 분석이다.

오늘날 일본불교가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21년 스즈키 다이세츠에 의해 만들어진 「The Eastern Buddhist」(연 2회)라는 영문학술지를 비롯해 1959년부터 발간되기 시작해 현재 일본 최고의 영문학술지로 자리 잡은 「Japanese Religions」(NCC 간, 연2회)도 서구에서 일본불교에 대한 관심과 논의를 불러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1982년 설립된 일본 누마타 불교학술재단은 경전과 일본 고승들의 문집이 담긴 신수대장경을 영역화 하고 전세계에 보급하고 일도 일본 불교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뒤늦게나마 한국불교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게 관련 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러한 배경에는 한국의 경제적 성장과 함께 월드컵 등 세계적인 행사들도 한 몫 했지만 영문번역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다는 게 한결같은 분석이다. 실제 1990년대 후반 종단과 불교학계에서 한국불교 관련 자료를 영역화 하는데 큰 관심을 기울였고, 그러한 사업에 ‘해외파’ 한국 불교학자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도 많다.

이들이 귀국한 후 한국불교 관련 서적을 속속 펴내거나 외국학계와 연결하는 매개체 연결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뉴욕주립대학 박성배 교수를 비롯해 박진영 미국 아메리칸대학 교수, 안준영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미국 듀크대 교수 일미 스님, 미국 하와이대 교수 성원 스님, 미국 햄프셔대 교수 혜민 스님 등 한국학자들이 서구학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박성배 교수의 제자 중에는 한국불교를 전공한 서구학자도 여럿이다.

한국불교전통사상서 간행위원인 미산 스님은 “이런 유능한 인력들을 연결해 번역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한편 전문적으로 번역할 수 있는 전문요원을 양성해야 한다”며 “이런 노력이 쌓일 때 10년이나 20년 후 한국불교의 위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성택 고려대 교수도 “한국불교가 세계화 하려 한다면 한국불교와 관련된 좋은 영문서적을 번역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며 “그 일은 단순한 번역의 테크닉 차원을 넘어 우리 불교계나 불교학계가 시야와 연구수준이 업그레이드 하려는 노력이 병행될 때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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