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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외국인 수행도량 무상사 조실 대봉 스님...법보신문 10.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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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0-02-26 10:47 조회3,1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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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들어진 생각…집착 놓을 때 지혜 발현”

미국 필라델피아 엘킨스 파크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상사의 불평등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한 소년은 11세에 일본을 여행하던 중 20미터에 달하는 불상을 보고 어렴풋하게 ‘저분은 무엇인가 알고 있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살아있는 부처를 찾던 중 1977년 뉴헤이븐 선원에서 숭산 스님 법문을 듣고는 눈앞이 환히 밝아 옴을 느꼈다.

그길로 출가를 결심한 청년은 프로비던스 선원에서 행자생활을 시작했고 1984년 서울 화계사로 출가, 한국불교에 귀의했다. 현재 한국에서 수행중인 숭산 스님의 제자 중 맏형 격인 대봉 스님이다.

숭산 스님을 대신해 외국인 수행자들을 지도하고 있는 무상사 조실 대봉 스님은 ‘불법은 멀리 있지 않다’고 단언한다. 무상사 창건 10주년을 맞아 동안거 해제를 3일 앞둔 2월 25일 안거정진 현장을 공개한 대봉 스님은 “스스로 만들어 놓은 ‘나’라는 집착에서 벗어날 때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며 수행의 중심은 집착을 놓는 공부라고 설명했다.

“‘나’라는 생각이 없어지면 본성(불성)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 대봉 스님은 지금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도 ‘나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불교수행에 입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님은 이어 화두를 참구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모를 뿐”이라고 하는 그 자리를 아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발심 수행자들에게 “부모를 만나 태어나기 이전의 본래면목은 무엇인가”, “마음은 언제 어디서부터 왔는가”, “누가 마음을 주었나”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하는 초발심자의 그 마음에서부터 화두 참구가 시작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여느 한국선원에서 화두를 주고받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대봉 스님은 초발심자와의 이같은 인터뷰 이후 주어지는 화두가 올바른 수행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과정이 지식이 아닌 지혜를 얻는 과정이며 화두 지도점검을 통해 잠재된 지혜가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또한 숭산 스님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스님은 최근 동계올림픽에서 선수들간 벌어진 경쟁을 놓고도 승부의 세계에서 문제는 경쟁이 아니라 집착이라고 말했다. “꼭 이기겠다는 집착이 문제이고, 이같은 문제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생활 전반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며 “나는 누구인가를 참구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수행이 필요하다”고 수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또 “결제와 해제가 결코 다르지 않다”면서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배고픈자 있으면 음식을 주고, 고통 받는자 있으면 도와주는 게 결제의 의미이며 해제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마음에서 이것과 저것을 차별하고 집착하지 말고 “오직 모를 뿐”에서 시작해 “오직 할 뿐”의 참구를 통해 ‘본래면목’의 도리를 알라고 하는 법문인 셈이다.

한편 스님은 해제 후 미국과 유럽을 방문해 미국 프로비던스 선원과 헝가리, 러시아에서 지역운영위원회를 갖고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치르는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계룡산 무상사=심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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