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불교학술원이 8월 12~13일 교내 중강당에서 개최한 간화선 국제학술대회는 동국대 이사장 정련 스님이 격려사에서 밝힌 것처럼 ‘간화선 대법회의 향연’이었다. 세계 유수대학의 저명한 선(禪)학자들과 국내 학자들이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해 간화선을 주제로 깊이 있는 논의를 전개함으로써 우리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소중한 기회가 됐을 뿐 아니라 우리를 넘어서 세계 선수행의 흐름에 대해 알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국이 간화선의 전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음에도 세계학계에서 한국의 간화선은 늘 ‘아웃사이더’였고, 이러한 사정은 간화선을 일컫는 용어가 일본의 ‘젠(Zen)’이나 중국의 ‘찬(Chan)’ 일색으로 불리는 저간의 사정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나곤 했다. 그러나 ‘간화선, 세계를 비추다(Ganhwa Seon, Illuminating the World)’라는 주제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한국의 독창적인 간화선을 표방함으로써 한국 간화선의 학문적·대중적 위상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이 간화선이라는 점을 반영이라도 하듯 이번 국제학술대회가 열리는 이틀 내내 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동국대 중강당은 대중들로 가득 찼다. 또 이러한 대중들의 열기에 호응이라도 하듯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한 국내외 학자들은 발표와 토론에 정성껏 임했고, 논문도 ‘수준급’이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먼저 미국 버클리대 로버트 샤프 교수가 “간화선은 대혜종고 스님이 재가 문인들을 위해 창안한 수행법으로 당시 승가의 보편적인 수행법이 아니었다”라는 주장은 국내 불교학계에 충격적으로 와닿고 있다. 국내에서 간화선은 최상승의 수행법으로 일컬어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샤프 교수의 주장은 한국 간화선이 지적인 전통을 회복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가 될 수 있는 동시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간화선이 일반 지식인들을 교화하기 위한 대중적인 수행법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주장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샤프 교수에 이어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은 중국 선종 간화선 수행의 핵심인 간화 3요체(대신심, 대분심, 대의정)와 인도불교의 수행체계인 37보리분법 중 5력(신, 정진, 염, 정, 혜)에 비교해 각 수행법의 특징과 공통점을 규명해 눈길을 끌었다. 또 하버드대 나타샤 헬러 박사는 간화선은 초기단계인 대혜종고 스님의 가르침에서부터 재가불교 신자의 수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간화선 자체가 재가신자들의 요구에 맞도록 적응시킨 수행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원나라 때 임제종 계열의 고승인 중봉명본 선사가 재가신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간화선을 늘 사용했으며, 나아가 간화선을 문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수행법으로 제시했음도 밝혔다.
이어 동국대 선학과 교수 종호 스님은 간화선은 그 어떤 수행법보다 ‘간명 직절’한 수행법으로 규정한 뒤 ‘목표의 직접성과 자체의 진법적 성격, 그리고 법계 전체의 함축성 등이 화두에 깃든 내재적 구조’임을 논증했다. 미국 햄프셔대 교수 혜민 스님은 한국불자들에겐 익숙하지만 서구 불자들에겐 생소한 송담, 성철, 수불 스님 등 현대 선사들의 공안 참구에 대한 가르침을 소개해 외국 학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어 이덕진 창원전문대 교수는 한국에 간화선을 도입하고 체계화했던 보조지눌과 진각 혜심 스님을 중심으로 한국 간화선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제시했으며, 김방룡 충남대 교수도 한국 간화선의 시원이라 할 수 있는 보조선에 대해 근·현대 간화선사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개괄적으로 보여주었다.
첫날 마지막 발표자인 하버드대 제임스 랍슨 교수는 종교유형으로서의 간화선에 대해 고찰했다. 그는 임제종과 조동종을 구체적으로 비교한 후 임제종에서 추구하는 능동적인 변화와 근본적인 깨달음과는 대조적으로 조동종은 인간의 내재적인 각성의 표현과 일상생활에 주안점을 두고 있음에 대해 설명했다.
국제학술대회 이틀째인 13일 첫날 발표자로 나선 동국대 교수 혜원 스님은 돈오를 향한 수선(修禪)의 전개상에서 간화선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꼼꼼히 고찰한 후 간화선을 최상의 수행법으로 간주하는 한국 조계종은 『육조단경』을 신봉하면서도 실천은 철저하게 점오(漸悟)의 선법을 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르웨이 오슬로대 할보 아이프링 교수는 명나라 감산덕청의 법문에 대한 조명을 통해 번뇌망상을 없애는 구체적인 명상수행법을 소개했으며, UCLA 윌리엄 보디포드 교수는 간화선과 중세 일본의 자세점검(子細點檢)에 대해 조명했다.
이어 일본 임제종의 고지마 타이잔 스님은 일본 선불교계의 현황과 전망을, 한산사 용성선원장 월암 스님은 한국불교 전통선원의 현황과 수행에 대해 각각 소개함으로써 일본과 한국의 선 문화의 현황에 대해 체계적으로 소개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미국 포모나대학 시지루 스님도 근대 중국불교의 고승이었던 허운 스님이 정토와 화두를 결합한 “부처를 염하는 이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현대 중국의 화두참구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동국대 오영교 총장은 “간화선은 화두를 들어 마음의 본질을 꿰뚫어보고자 하는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선수행법”이라며 “이번 국제학술세미나는 동·서양의 간화선 학자들과 선원의 고승대덕들이 대거 참여해 동아시아 간화선을 비교 조망함으로써 한국간화선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이해와 대중화를 실현하는 소중한 자리가 됐다”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간화선, 재가자 위해 창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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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클리대학교 로버트 샤프 교수 주장 지식인들 교화 목적…‘공안’ 송대 정형화 선종 지적인 전통 강해…의례 교육도 필수
기사등록일 [2010년 08월 16일 11:39 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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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수행법인 간화선은 대혜종고(1089~1163) 스님이 불교 교리에 익숙하지 않은 재가 지식인들을 지도하기 위해 창안한 수행법으로 원나라 때까지도 선종 사찰의 보편적인 수행법이 아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간화선의 ‘공안(公案)’이 정형화된 송대에는 주지 스님이 공안을 이용해 상당법어를 하고 입실(入室)을 주관할 정도로 ‘이판사판’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버클리대 불교학 석좌교수이자 불교학센터장인 로버트 샤프〈사진〉 교수는 동국대 불교학술원이 8월 12~13일 교내 중강당에서 개최한 간화선 국제학술대회에서 중국 선종의 공안에 대해 새롭게 고찰했다.
샤프 교수는 “간화선은 대혜 스님이 편지를 이용해 불교적인 지식이 부족했던 문인들을 위해 간소화된 선(禪)을 고안한 것”이라며 “『무문관』을 쓴 무문 선사, 『벽암록』 서문을 쓴 삼교노인, 중봉명본 선사를 비롯해 송·원대의 어떤 주석가도 계를 받은 스님들의 정규적 명상수행에 있어서 공안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어디에서도 주장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샤프 교수에 따르면 ‘공안’이란 선수행자들이 교리적 고민이나 도전적 과제에 어떻게 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믿을 만한 선례이자 수사적인 전형으로, 재판관의 책상(案)에 놓여져서 판례로 사용됐던 범죄 소송의 기록문에서 비롯된 용어다. 과거의 많은 소송들에 대한 판결로 인해 그 재판관의 권위가 공적으로 입증되듯 옛 조사들의 일화나 대화를 담고 있는 선 공안을 통해 후대 조사들의 권위가 정당화 되고 문하생에 대한 그들의 지도와 평가도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샤프 교수는 이러한 공안은 당시 사찰 대중스님들이 실제 닦았던 대중적인 수행법은 아니지만 원나라 때 임제종 고승인 중봉명본(1263~1323) 선사가 언급했던 것처럼 선종사찰에서 승려의 이해력을 공개적으로 시험하고 입증하는데 공안이 이용되는 등 공안이 사찰의 공동생활에 광범위하게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샤프 교수는 특히 일반 사회에서 판관이 재판을 위해 공안을 다루듯 선종사찰에서는 주지가 공안을 주로 다루고 있었음도 규명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선종사찰의 주지는 단순한 행정직 직무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석가모니로 거슬러 올라가는 법맥상의 살아있는 조사로서 상당법어를 하고 입실(入室) 의례로 선승들을 지도했으며, 이러한 상당법어와 입실 의례에는 정형화된 공안이 효과적으로 이용됐다는 것이다. 샤프 교수는 또 당시 선종사찰 주지들은 수행 이외에도 설법을 위해 많은 양의 경전 문헌을 숙달해야 했고, 불교변증법의 복잡한 수사학적 논리를 습득해야 했음도 소개했다.
샤프 교수는 “‘선은 반지성적이고 언어와 문자를 거부한다’는 관점은 선에 대한 그릇된 이해로 동아시아 불교학파 중에 선종의 문헌이 가장 방대하다는 엄연한 사실과도 상반된다”고 지적하고 “당시 스님들은 의례에도 정통했을 뿐 아니라 집중적인 공부와 수행을 통해 사판은 물론 이판의 역할까지 성공적으로 소화해 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하버드대 나타샤 헬러 박사도 이날 발표에서 “대혜종고 스님의 가르침은 재가불교의 수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간화선은 재가신자들의 요구에 맞도록 적응시킨 수행법”이라고 밝혀 샤프 교수와 동일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재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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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대회 빛낸 한국 선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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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채움 아닌 비움의 수행법”
기사등록일 [2010년 08월 16일 12:41 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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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미나는 동·서양의 간화선 학자들과 선원의 고승대덕들이 대거 참여해 동아시아 간화선의 배경과 전개, 실참에 대해 논함으로써 간화선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이해와 대중화를 실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국불교의 대표적 선객으로 칭송받는 진제·고우·혜국·수불 스님 등이 간화선의 유래와 수행 방법 등에 대한 기조발제와 법문으로 한국간화선의 전통을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인 혜국 스님은 기조발제를 통해 “영원한 행복 참다운 평화는 부족함을 채워서 얻을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 덜어내고 덜어내서 구하는 마음이 없어질 때 비로소 찾을 수 있다”며 “간화선에서 추구하는 돈오의 길은 더 이상 덜어낼 게 없는 상태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이어 “이런 화두 참선은 곧바로 참구해 들어가야지 생각으로 따져선 안된다”며 “생각으론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세계가 바로 화두참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스님은 “이런 화두를 참구하다 보면 참선하는 내가 있고 깨달아야 할 뜻이 따로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는 화두가 반야공성(般若空性)을 바로 일러준 일구라는 걸 모르고 화두를 통해서 소소영령한 주인공을 깨달아야 하는 시체가 있는 걸로 잘못 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스님은 “생각의 길이 끊어지고 말길이 끊어진 자리가 화두이기에 아무것도 모를 뿐이어야 한다”며 “다만 모르는 놈을 참구하고 참구하되 목마른 이가 물을 찾고 배고픈 이가 밥을 생각하듯 간절하게 참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계종 원로의원 고우 스님은 참선 수행을 하는 목적과 관련해 “선은 주관과 객관이 끊어진 본분 그 자리에 돌아와 참된 삶을 살도록 해주는 행위”라며 “결국 우리가 참선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진정한 삶의 행복이 무엇이며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를 알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은 “간화선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우선 화두참구를 올바로 지도할 선지식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간화선 지도자 양성과 대중화를 위한 체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전문 연구원을 더 많이 키워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은 회향 법문을 통해 “동국대에서 국내·외 세계 석학들을 초청해 최상승의 수행법인 간화선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려 기쁘다”며 “학술대회를 통해 부처님으로부터 내려오는 정법안장의 실참 수행법인 선수행의 사상과 역사를 밝혀냈다는 점은 큰 의미”라고 치하했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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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로버트 버스웰 불교학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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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수행자-학자간 협력 모색”
기사등록일 [2010년 08월 16일 12:43 월요일] | |
지난 8월 12~13일 간화선 국제학술대회를 주최한 동국대 불교학술원 로버트 버스웰〈사진〉 원장은 “이번 학술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간화선을 주제로 학자와 수행자간의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버스웰 원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학자들에게는 간화선이 단지 학문적 토론의 대상에서 벗어나 현대 한국인의 종교생활에 생생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존재로 다가올 것이고, 수행자들에게는 간화선이 한국인만의 종교적 관심사가 아니라 전 세계 학자들이 연구하는 문제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버스웰 원장은 “학문은 선 수행에 정보를 주고 선 수행은 학문에 활기를 주게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버스웰 원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을 비롯해 고우·혜국·수불·월암 스님 등 한국의 대표적 선 수행자와 함께 한국과 일본, 서양에서 한국 간화선을 연구하는 다수의 학자들을 초청했다. 이는 한국 간화선이 천여 년 간 그 전통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학문과 수행자 사이의 상호 협력과 교감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따라서 한국 간화선이 향후에도 그 전통을 계승할 수 있기 위해서는 수행자와 학자간의 끊임없는 대화가 지속돼야 한다고 버스웰 원장은 믿고 있기 때문이다.
버스웰 원장은 또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불교학술원은 향후 학자들과 스님들간의 협력, 한국 학자들과 세계 학자들간의 협력 관계 등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동국대가 학자와 수행자 모두에게 불교학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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