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로 오는 러브레터(?)...LA중앙일보 10. 4. 6
페이지 정보
작성자관리자 작성일10-04-14 17:20 조회3,330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관련링크
본문
얼마전 한국에 있는 집에 갔다가 구석에 처박혀 있던 상자들을 열어봤다. 20년도 더 된 사진이며 일기장 편지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중에는 사춘기때 짝사랑했던 남학생에게 썼던 편지들도 있었다. 혼자 좋아하다 끝내 전해 주지 못했던 편지다. 당시의 풋풋했던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한 장의 편지를 꺼내어 천천히 읽어봤다. 그런데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손 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과도한 애정 표현 때문이었다. 아마도 늦은 밤 써 내리고 나서 아침에 다시 읽어보고 '유치찬란'한 표현에 보내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한번 생각해 봤다. 당시 이 편지를 보냈다면 어땠을까. 그 친구도 나에게 관심이 있었다면 좋아했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그 러브레터는 아마도 그 친구에게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다. 나의 감정에는 충실했지만 그 편지는 일방적인 나의 애정 표현일 뿐이다.
최근들어 일방적인 애정(?) 편지 때문에 고민을 호소해 온 곳이 있다. 바로 사찰이다.
얼마전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한 스님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요즘 사찰로 날아오는 편지 때문에 마음이 상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찰은 물론이고 남가주에 있는 대부분의 사찰로 '하나님을 믿으라'는 편지가 매주 날아온다는 것이다.
정확한 발신인도 없다. 분명한 것은 보내는 이는 기독교인이고 받는 이는 불교인이라는 것이다.
스님에게 요청해 그 편지 중 몇 통을 받아 봤다. 내용과 제목도 다양했다.
'사찰을 기도원으로 승려와 보살을 주의 종으로'라는 제목의 편지부터 성경을 간추려서 잘 정리해 보내 드릴테니 고집을 버리라는 내용이 있었다. 정말 성경을 간추려서 보낸 편지도 있다.
한 편지에는 "성철 스님은 운명 전에 참 깨달음의 시에서 '석가는 원래 큰 도적이요. 달마는 작은 도적이다. 서천에 속이고 동토에 기만하였네 도적이여 도적이여! 저 어리섞은 남녀를 속이고 눈을 뜨고 당당하게 지옥으로 들어가네'라고 말했는데 자기가 평생을 섬기며 따라가 닮기를 원해 신으로 섬겼던 그분을 도적이라며 지옥에 갔다고 하니 귀하께서는 혹시 같은 도적이 아닐까요?"라는 내용도 있었다.
'아닐까요?'라는 간곡한 표현을 썼지만 내용은 불교인들의 기분을 심히 상하게 할만한 글이다.
스님은 "자신의 종교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종교도 존중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냐. 이러한 편지를 보내는 것은 불교를 너무 무시하는 것"이라며 다시는 이러한 편지를 보내지 말아 달라는 부탁의 말을 전했다.
사실 '예수를 믿어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기독교의 원리에서 보면 이러한 편지는 기독교인들이 불교인들에게 보내는 애정어린 러브레터다. 하지만 이 편지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만 충실했을 뿐 받는 이에 대한 존중은 없다.
얼마전 연예인들에게 혈서를 써서 보내는 팬들의 과도한 애정표현이 물의가 된 적이 있다. 팬들은 그 연예인이 너무 좋아서 보낸 편지지만 그 편지를 받은 당사자는 소름끼칠 만큼 섬뜩한 기분을 느꼈을 뿐이다.
상대방을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기쁘게 하는 것은 결코 혈서로 쓴 편지도 자신의 종교나 신념 등을 강요하는 편지도 아닐 것이다. 진정한 러브레터는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오수연기자
한 장의 편지를 꺼내어 천천히 읽어봤다. 그런데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손 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과도한 애정 표현 때문이었다. 아마도 늦은 밤 써 내리고 나서 아침에 다시 읽어보고 '유치찬란'한 표현에 보내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한번 생각해 봤다. 당시 이 편지를 보냈다면 어땠을까. 그 친구도 나에게 관심이 있었다면 좋아했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그 러브레터는 아마도 그 친구에게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다. 나의 감정에는 충실했지만 그 편지는 일방적인 나의 애정 표현일 뿐이다.
최근들어 일방적인 애정(?) 편지 때문에 고민을 호소해 온 곳이 있다. 바로 사찰이다.
얼마전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한 스님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요즘 사찰로 날아오는 편지 때문에 마음이 상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찰은 물론이고 남가주에 있는 대부분의 사찰로 '하나님을 믿으라'는 편지가 매주 날아온다는 것이다.
정확한 발신인도 없다. 분명한 것은 보내는 이는 기독교인이고 받는 이는 불교인이라는 것이다.
스님에게 요청해 그 편지 중 몇 통을 받아 봤다. 내용과 제목도 다양했다.
'사찰을 기도원으로 승려와 보살을 주의 종으로'라는 제목의 편지부터 성경을 간추려서 잘 정리해 보내 드릴테니 고집을 버리라는 내용이 있었다. 정말 성경을 간추려서 보낸 편지도 있다.
한 편지에는 "성철 스님은 운명 전에 참 깨달음의 시에서 '석가는 원래 큰 도적이요. 달마는 작은 도적이다. 서천에 속이고 동토에 기만하였네 도적이여 도적이여! 저 어리섞은 남녀를 속이고 눈을 뜨고 당당하게 지옥으로 들어가네'라고 말했는데 자기가 평생을 섬기며 따라가 닮기를 원해 신으로 섬겼던 그분을 도적이라며 지옥에 갔다고 하니 귀하께서는 혹시 같은 도적이 아닐까요?"라는 내용도 있었다.
'아닐까요?'라는 간곡한 표현을 썼지만 내용은 불교인들의 기분을 심히 상하게 할만한 글이다.
스님은 "자신의 종교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종교도 존중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냐. 이러한 편지를 보내는 것은 불교를 너무 무시하는 것"이라며 다시는 이러한 편지를 보내지 말아 달라는 부탁의 말을 전했다.
사실 '예수를 믿어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기독교의 원리에서 보면 이러한 편지는 기독교인들이 불교인들에게 보내는 애정어린 러브레터다. 하지만 이 편지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만 충실했을 뿐 받는 이에 대한 존중은 없다.
얼마전 연예인들에게 혈서를 써서 보내는 팬들의 과도한 애정표현이 물의가 된 적이 있다. 팬들은 그 연예인이 너무 좋아서 보낸 편지지만 그 편지를 받은 당사자는 소름끼칠 만큼 섬뜩한 기분을 느꼈을 뿐이다.
상대방을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기쁘게 하는 것은 결코 혈서로 쓴 편지도 자신의 종교나 신념 등을 강요하는 편지도 아닐 것이다. 진정한 러브레터는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오수연기자
댓글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