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머물며 절과 함께 숨쉰다...불교신문 10.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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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0-04-15 14:36 조회3,238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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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깃든 생명 |
산사(山寺)는 산을 닮았다
묵묵히 세월과 중력을 견딘다 이웃들도 대개는 입이 없는 것들이다 꽃과 나무, 바위와 별 내 몫을 요구하지 않는 것들끼리 두런두런 모여앉아 소박한 질서를 꾸린다 사람에 지친 사람이 산사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진 백련사 경내에 떨어진 동백꽃. 1500그루의 동백림이 장관이다.
공주 영평사의 명물 구절초.
템플스테이를 여는 사찰들은 대부분 천년고찰이다. 한달을 작정하고 들려줘도 못다 할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불국사의 석굴암이 전부는 아니다. 절과 함께 늙어온 익명의 풍물들은, 낮은 목소리와 조그마한 몸짓으로 목숨을 일구고 우주에 참여한다. 4월엔 꽃이 핀다. 절의 맵시도 한껏 깨어난다. 겨우내 연금돼 있던 초목은 다시 살판이 난다. 여전히 건재하다는 표시로 일제히 터뜨리는 꽃망울. 강진 백련사는 봄이 오면 사람의 절이 아닌 동백의 절에 가깝다. 1500그루에 달하는 동백림의 장관. 남도답사의 주요 관문인 강진을 대표하는 명승이라면, 백련사가 지닌 이름값의 8할은 동백 덕분이다. 언론의 봄맞이 특집에 으레 단골스님으로 등장한다. 사연 있는 동백이다. 이 많은 나무를 다산 정약용이 혼자 다 심었다는 설이 전한다. 그는 붉은 환영에 취해 10년 귀양살이의 서러움을 달랬다. ◆ 동백으로 목욕하는 선운사 고창 선운사도 춘삼월이면 동백으로 목욕을 한다. 뜨거운 속살은 미당 서정주의 마음도 녹였다. ‘선운사 고랑으로/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오히려 남았습디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선운사 동구)’ 꽃을 먼저 피우고 잎을 나중에 틔워,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한다는 뜻에서 유래한 장성 백양사 상사화(相思花). 길고 가느다란 꽃잎이 ‘끊어진 핏줄’ 같다. 하동 쌍계사 벚꽃 길에선 청춘들의 연애가 피어난다. 처마에 기대고 계단을 타넘는 영산홍 군락으로 진천 보탑사는 꽃대궐을 이룬다. 공주 영평사도 ‘꽃절’이다. 양기가 가장 성성하다는 음력 9월9일 중양절, 새하얀 구절초가 가을 햇살을 데운다. 특히 여인들을 위한 꽃이다. 생리통에 즉효인 데다 심지어 폐경을 되살려낸다. 오죽하면 선모초(仙母草), 신선이 어머니들에게 내려준 약초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옛 어머니들은 딸이 시집가기 직전, 해산을 하고 친정에 왔을 때 구절초를 달여 먹였다. 구절초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구절초는 가을 안에 살 만한 자격을 충분히 갖춘 셈이다. ◆ 양기 성성한 꽃절 영평사 나무 한 그루 덕택에 유명해진 사찰도 있다. 수령이 1100년에서 1500년으로 가늠되는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62m라는 압도적인 높이는 나무 밑동부터 누렇게 달아오르는 가을에 진가가 드러난다. 서기 913년에 창건된 용문사를 벗 삼아 천년의 무게를 견뎠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양산 통도사 적멸보궁 한편에 서 있는 차나무. 체구는 한참 열세지만 나이로 따지면 용문사의 은행나무에 전연 뒤지지 않는다. 신라 선덕여왕 재위 시(632~647) 심었다는 전설의 주인공이다. 부처님의 육신을 지켜낸 공덕으로 천수를 누린다. 고령 반룡사에는 대밭이 흐드러졌다. 지장전이 놓인 석축 오른편으로 3300㎡(1000평) 넓이에 10m짜리 대나무가 빽빽하게 도열했다. 석축은 조선 영조 재위 시인 1760년대에 쌓은 게 그대로 남았다. 2월말. 반룡사의 대나무는 겨울의 문턱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미숭산에서 유일한 녹색으로 살아 숨쉰다. 통나무를 뭉텅뭉텅 잘라 엮은 해우소의 갈색과 대숲의 날카롭고 반듯한 푸른빛이 뒤엉키면 시간이 사라진다. 21세기여도 11세기여도 선사(先史)여도 상관없는 아득한 평화를 만난다. ◆ 대밭 흐드러진 반룡사 본래 불상을 앉히고 불탑을 세우는 일은 비단 종교의 영역에 국한된 행위가 아니었다. 사람이 아플 때 침을 꽂거나 뜸을 놓는 것처럼 불상과 불탑도 땅의 병을 치유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연못도 풍수학의 산물이다. 장승도 예외가 아니다. 땅의 기를 보완하고 국가의 안위를 기원하는 역할. 전문용어로 비보(裨補) 풍수라 한다. 옛사람들은 땅의 기력이 흥하면 그 은덕이 인간에게까지 미칠 것이라 믿었다. 기도 영험의 극대화를 위해 사찰 경내에 연못을 파는 일도 엇비슷한 맥락이다. 묘적사 연못의 나이는 40세 안팎. 연못의 가운데 돌부처님이 정좌했다. 처염상정(處染常淨)은 오래된 가치다. 진흙탕에서만 꽃을 피우는 연(蓮)을 기리는 말이다. 연꽃이 자라는 연못은 어디나 탁하다. 물론 온갖 잡것들을 자비롭게 포용하느라 빚어진 탁함이기에 혐오스럽지 않다. 그의 더러움은 정직하다. 남원 실상사의 석장승은 지리산의 수호신이었다. 하지만 무섭기는커녕 어딘지 애처롭기까지 한 품새다. 고대의 마을에서 쉽게 마주쳤을 법한 얼굴들이다. 못 생겼고 피로해 보인다. 우리들의 얼굴이다. ◆ 미물 숨소리 그윽한 표충사 미물의 숨소리를 듣고 싶다면 밀양 표충사 산들늪을 권한다. 재약산 정상에 위치한 국내 최대의 고산습지. ‘산이 들과 같이 넓게 펼쳐졌다’는 뜻이다. 7000만 년 전의 화산폭발이 만들었다. 잔뜩 물먹은 솜뭉치를 밟는 느낌이다. 1급 청정수에서만 생존이 가능한 버들치, 가재, 계곡산개구리, 장지뱀, 까치살모사, 꼬마잠자리 360여 종에 달하는 동식물이 서식한다. 해외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끈끈이주걱까지 세를 들었다. 처음 듣는 이름들은 여기가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은 공간임을 시사한다. 7000만 년 동안 지속된 물길의 순환과 응축으로 인해 고유의 공간적 특성을 갖게 됐다. 전체적으로 물길이 흐르면서 만물이 영속할 수 있었고, 부분적으로 물길이 멈춰 고이면서 각종 돌연변이가 양산됐다. 적어도 산들늪에서 인간은 멸종됐다. 그렇다고 인간 외의의 것들도 ‘군림’하지는 못한다. 신세는 매한가지. 삼라만상의 집합소라지만 그들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이다. 인기척을 느끼자 소란스럽게 달아나는 고라니에게서 그들의 고단한 생태를 확인한다. ‘너나 나나….’ 불편하지만 진실한 소통. 나이는 단순히 숫자가 아니다. 조개 속의 진주처럼, 나무의 몸통을 파먹는 나이테처럼 천년고찰이라면 애잔한 곡절 하나쯤은 갖고 있다. 절에 머물며 부처님과 함께 숨쉬며 살아온 대가다. 인평불어(人平不語). ‘사람의 세상이 평등하면 원망의 말이 없다.’ 곧 말이 많은 사회일수록 난세라는 이야기다. 비난에 채이고 소문에 다친 마음은 세상의 구석을 찾기 마련이다. 언제나 열려 있는 일주문. 그 어떤 상처라도 치료를 거부하는 법이 없다. 바람은 저절로 불고 물소리는 대놓고 사랑을 속삭이지 않는다, 그러나 산사에서 숨을 쉬고 물을 마시면 어느 샌가 번뇌는 아물고 희망이 열린다. 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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