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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인종 다양하다지만 결국은 '끼리끼리'...LA중앙일보 10.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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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0-10-04 17:58 조회2,7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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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종과 교우관계 겉돌기 쉬워
장벽 허물 정책·예산 거의 없어
학생들도 '자발적 인종격리'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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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8일 열린 가주 주지사 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UC 데이비스의 학생들. 많은 미국 대학이 학내 구성원의 인종적 다양성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융화가 잘 되지 않는 형편이다.
"그 많던 백인 라티노 친구들은 다 어디 가고…?" 한인을 비롯한 많은 아시안 1세 이민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녀를 결혼시킬 즈음이면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자녀의 고등학교나 대학 동창들 가운데 백인 혹은 라티노 등 다른 인종의 친구들 상당수가 결혼식 초대 리스트에 빠져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고교나 대학 시절 이른바 자녀의 '절친'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다른 인종의 친구들이 더 이상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이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경험은 아시안 부모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백인 흑인 라티노 등을 가리지 않고 결혼식을 비롯한 큰 가족 행사에 참여하는 자녀들의 친구는 비슷한 인종 출신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미국의 대학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종 다양성을 자랑하지만 대학들이 실질적으로는 인종의 용광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에 최근 실린 보도에 따르면 거의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이 내세우는 인종 종교 등의 다양성은 실은 피상적인 것일 뿐이다.

한마디로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대학에 다닌다해도 다른 인종과의 교우 관계는 겉도는 결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이는 대학에서 사귄 다른 인종의 급우들이 졸업 후 친한 친구로 계속해서 남기 어려운 현상을 상당 부분 설명해 준다.

미국의 각급 대학을 대상으로 다양성에 관한 자문을 전문적으로 해 온 에드체인지(EdChange)의 설립자인 폴 고스키는 "미국 대학 가운데 진정한 의미에서 다양성을 보여주는 곳은 극히 드물다"고 단언한다.

고스키는 대학들이 인종 종교 성 등에 대한 편견이 없음을 강조하고 그러한 점을 틈만 나면 자랑스럽게 앞세운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종간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예산 배정 교육 정책 검토 등 실질적 조치는 거의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저 입학생을 받을 때 인종 구성 비율을 고려하고 그 같은 비율은 유지하려고만 애쓸 뿐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인종적 편견을 경험하지 않도록 성의있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난 14년간 대학의 다양성 등에 대해 꾸준히 조사를 실시해 온 고스키는 "보통 백인 학생들과 학교의 고위 당국자들이 캠퍼스 내에 존재하는 인종적 차별 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진정한 의미에서 인종적 종교적 통합은 교수 교직원 교과목 각종 축제 등 교내 행사 등 전방위에 걸쳐 이뤄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고스키는 말했다.

한편 학교 당국의 통합 의지가 결여된 가운데 학생은 학생대로 '자발적 인종격리'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쉽게 말해 같은 인종의 학생들이 끼리끼리만 뭉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동부의 명문 터프츠 대학의 학보에 최근 기고한 글에서 이 학교의 존 쳉은 "우리 학교 학생들의 인종 구성은 다양하다. 그러나 구성만 다양할 뿐 학생들의 사교 체험은 인종적 다양성 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7년 '왜 흑인 학생들은 카페테리아에서 자기들끼리만 모여 있나'라는 제목의 책을 쓴 베벌리 대니얼 테이텀 박사(현 스펠만 대학 총장)는 당시로부터 적잖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비슷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캠퍼스의 인종격리 현상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까. 애리조나 대학의 제프리 밀렘 교학처장은 "백인 중심의 유명 대학 가운데 상당수가 포용보다는 배타성의 역사를 갖고 있다"며 이런 역사가 교과목 편성이나 예산 집행 등 대학 행정의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학의 다양성 확보가 쉽지 않은 문제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무엇보다 대학 당국의 진실된 접근이 있어야 인종 격리 현상의 해결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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