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객석 중앙에서 록가수 임재범이 ‘추락’을 부르고 있다.

봉은사 신도 등록을 마치고 첫 콘서트. ‘야수’의 카리스마는 고음으로 시작됐다. 머리카락이 곤두설 탁성의 고음, 두툼하게 읊조리는 록가수 임재범(48) 창법은 살아 온 긴 여로의 응축이었다. 지난 6월25일 ‘다시 태어난 거인’ 공연의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가득채운 관람객 중앙에 야수의 심장처럼 그가 섰다.

 그간 알았던 가창력은 그의 본질이 아니었다. 관객을 움켜쥐듯 감동어린 멘트가 콘서트의 줄기를 가로질렀다. “이 노래를 부르며 많이 울었다. 힘든 가정환경과 무심했던 부모 때문에 상처 받으며 홀로 보낸 지난 세월이 야속할 때가 많았다.”

이글스의 ‘Desperado’와 에릭 칼멘의 ‘All by Myself’가 미러볼 조명아래 헤비메탈 그룹사운드의 음색으로 그가 부른 다음, 그에게서 나온 말은 인고와 회향이었다. “고통을 줄 때는 기회를 줄거란 걸 알았다. 여러분도 힘들고 어렵겠지만 오늘이 현실의 고통이 없어지는 순간이었으면 좋겠다.”

호소력 짙은 창법으로

대중 사랑 한몸에 받아

더 이상 그는 ‘나는 가수다’의 경쟁을 뚫고나온 인기연예인이 아니었다. 홀로선 경쟁력의 산물이 아니라 대중과 호흡하는 대중가수로서 풍성함이 배어났다. 그러기에 내면 보이기에 더 충실해지며, 음악이 교실안의 형이상학이 아니라 원초적 표현의 근원임을 보여줬다. 짙은 감성의 솔 창법으로 부른 ‘사랑’ ‘비상’ 등은 대중의 감성을 적시기 충분했다. 그런 감성에서 음악의 기초가 부르고 싶은 만큼 실컷 토해내는 본능에 있음을 일깨웠다.

“세상에 던져진 순간부터 나는 악마였고 천사였다. 나는 나를 파괴했으며 타락했으며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혔다. 그러나 나는 가수였다. 절망의 노래 속에서 그토록 무서워했던 다른 사람의 눈물을 보았다. 난 이 지구상에 외로운 오직 가수일 뿐이다.” 무대 중앙 영상은 ‘고백과 결심’의 자막으로 그의 멘트를 압축하며 관객과 다른 공주(共住)를 예고했다. 입담의 재치와 관객의 웃음과 환호는 진솔한 심경고백으로 1만여 관객과 일체화된다.

회향을 위한 콘서트는 ‘빈잔’ ‘그대는 어디에’ ‘여러분’ ‘너를 위해’를 포함해 ‘낙인’ ‘주먹이 운다’ ‘사랑보다 깊은 상처’ 등 감성 가득한 히트곡이 총망라됐다. 음악에 취할만하면 음악이 멈춘 중간에 관객들과 대화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고맙다” 연호는 고독의 긴 세월이 차안에서 피안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비쳐졌다.

록그룹 디아블로가 무대에 함께하는 순간부터 야수의 본성이 다시 드러났다. 1980년대 헤비메탈, 두 전자기타의 날카로움과 드럼이 화끈한 헤비메탈의 본질을 보이자 그는 상의까지 탈의한 뒤 19번째 노래 ‘너를 위해’에서 혼신의 가창을 선보이고 2시간11분의 러닝타임끝에 지하통로로 사라지만, 1980년대 전성기 시절의 4옥타브 음역대에 대한 여운이 한참을 지속했다.

‘시대가 사랑하는 연예인’ 임재범은 지난 6월17일 서울 봉은사에 공식 신도등록 절차를 마쳤다.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합류 전 출연했던 MBC라이프 ‘수요예술무대’에서는 “칡뿌리 캐고 등산 다니며 살았다. 눈 뜨니 어느새 딸이 10살이더라, 이제 뭘 해야할까 생각하던 중 자녀를 위해 교통카드 충전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이제 저는 없습니다”고 말했던 그가 호소력 넘치는 노래로 대중의 사랑을 한꺼번에 받게 된 직후 불교 신도가 된 것이다.

이전부터 봉은사에 자주 다녔던 그는 정식 신도등록 절차를 통해 불자로서 전국 순회 공연을 이어간다. ‘2011 임재범 콘서트-다시 깨어난 거인’은 서울에 이어 이후 7월부터 광주, 청주, 대구, 수원 등을 순회하며 전국을 무대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