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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포교하고 있는 다른 사찰들과 마찬가지로 부다나라도 가정집을 매입해서 사찰로 활용하고 있다. 이웃종교기관에 비교해도 여러모로 사찰의 복지환경이 열악하다 해도 이곳에도 부처님법을 배울 수 있는 도량이 생겼다는 것에 감사하며 산다.
얼마 전 한국에서 관광을 왔다가 세인트루이스에 절이 있다고 해서 사찰을 찾은 분이 있었다. 그 분은 한국의 유명한 큰절에 다니고 큰스님들께 법문을 들었던 분이셨다.
“생각한 것보다도 절이 너무 작네요.” “가정집 같아요.” 자신이 다녔던 한국의 큰절들을 장황하게 거론하며 “스님은 OO절 압니까?” “스님은 OO스님아십니까?”…. 한참 동안 한국에 있는 절들을 자랑하며 열을 올릴 때, 마침 절을 방문했던 부다나라 신도님들은 그분 가족 시중들기에 바빴다.
모처럼 방문한 손님 가족들에게 공양이라도 대접해서 보내고자 공양간과 법당을 분주하게 오갔다. 부다나라 식구들은 항상 듣던 말들이라 그러려니 하며 별로 개의치 않는다.
주3회 법회와 지역학교 및 다른 나라 사찰과 교류하며
부처님가르침 뿐만 아니라 한국문화 알리는 창구 담당
신도들 중에도 기와집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규모는 갖췄을 것이라고 꿈꾸며 처음 부다나라를 찾았을 때 자그마한 규모에 실망했다며 그때는 상처받을까봐 말을 아끼다가 나중에 털어놓곤 하지만 법회에 참석하는 날들이 더해지다 보면 곧 부다나라 매력에 푹 빠지며 열심히 정진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하지만 석가모니부처님을 모신 법당은 촘촘히 앉으면 그래도 30명은 앉을 수 있고 지역 고등학교 학생들도 교사 인솔 하에 방문해서 불교를 배우고갈 만큼 역할을 하고 있다. 겨울에는 제몫을 다하는 벽난로도 있어서 장작을 때는 추운 겨울날 법회가 끝날 무렵쯤에는 은박지에 싸서 벽난로 속에 넣어둔 고구마나 감자 익어가는 달콤한 냄새가 솔솔 나서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곳이다.
부처님을 모신 상단과 신중단이 있는 곳은 원래가 썬룸이 있던 자리라서 삼면이 유리로 둘러싸여 있어서 브라인드를 올리면 뒷뜰을 둘러싼 대다무숲도 볼 수가 있고 사랑받는 부다나라 야채밭도 유리를 통해 바라볼 수 있다.
한국과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이곳은 미국땅에서도 한국과 가장 닮은 날씨 중 한 곳이라 봄부터 가을까지 사찰뒤 텃밭에는 상추, 열무, 고수, 우엉, 순무, 고추, 도라지, 더덕 등이 잘자라주는 덕에 멀리서 사찰을 찾아준 스님들이나 법회 때 오는 신도님들의 식탁에 올라 모두를 즐겁게 해준다. 올해는 아시아나 유럽은 한파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는 뉴스이지만 미국은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부다나라 뒷마당에는 3월이 돼야 피는 크로커스꽃이 1월말부터 피어나 아름다운 보랏빛을 자랑하고 있고 사찰주변을 둘러싼 울타리에 심어진 수선화도 곧 꽃을 피울 기세이다. 앞마당에도 흰색요정의 날개를 닮은 스노우드롭과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법회 때 미국인 불자들 중 몇몇은 아무리 따뜻해도 그래도 겨울인데 반팔 옷을 입고 법회에 참석하고 나머지 분들도 차림이 많이 가벼워져있다.
지난 겨울에는 폭설과 한파 그리고 얼음비까지 겹쳐져서 학교 및 공공기관 그리고 좀처럼 법회를 캔슬을 하지 않는 부다나라도 악천후 앞에 법회를 취소했었다. 작년 이맘 때 같으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져서 땅도 꽁꽁 얼어서 있을 시기이지만 텃밭에 작년 가을에 씨가 떨어져 싹을 틔운 상추가 얼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 올해 농사가 슬슬 걱정된다.
[불교신문 2793호/ 2월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