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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신도가 원하면 언제어디에서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울트라 슈퍼맨’이라야만 버틸 수 있다고 해외에서 포교하는 스님들끼리 이야기를 한다.
스님 한 분이 조실, 주지, 부전, 법사, 행자, 공양주, 기사 등 1인 다(多)역의 역할을 혼자 감당하다보니 나온 이야기다. 그러므로 스님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찰 전체에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2002년 사찰 창건 이래 지금까지 약 10여년간 순탄하게 교민들과 현지 미국인들에게 부처님 말씀을 전하던 미국 부다나라(불국사)에도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법회와 사찰의 대소사를 관장하던 스님이 건강상 문제가 생겨 약 두 달간 한국으로 귀국해서 수술을 받아야만 되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신도들과 회의를 거듭하다 결국은 한국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언제든지 절에 오면 스님이 있었고, 사찰에 문제가 생겨도 스님과 함께했었기 때문에 스님이 없는 부다나라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으리라.
해외서 포교하는 스님
주지 공양주 등 1인다역
신도 운영주체로 세우니
서로 마음 합치는 계기돼
마침 작년에 3개월간 머물다 한국으로 귀국하신 스님이 올해 1년 동안 사찰에 머물면서 영어를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1월에는 스님이 오실 것이라 기다렸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시지 못하게 되었다. 스님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모두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스님을 모시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애틀랜타와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부다나라는 이제 스님이 없이 두달간 비상체제로 전환해서 신도님들이 일치단결해서 스님이 건강을 회복하고 미국으로 다시 오실 때까지 사찰을 지켜내야만 하는 화두를 갖게 되었다.
사찰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합쳐 일정부분 책임을 조금씩 맡아야만 스님이 없는 빈자리가 채워지게 된다.
신도님들의 반응은 극적으로 나뉘었다. “우리가 스님 돌아오실 때까지 절 잘 지키고 있을테니 여기는 걱정하지 마시고 한국에서 수술 잘 받으시고 회복 잘 하시고 오세요”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스님이 없는 동안에는 아예 사찰에조차 발길을 끊는 분들도 나왔다.
세인트루이스 부다나라는 주2회 법회는 현지 미국인을 위한 법회와 한 달에 두 번 현지한인들이 주축이 된 법회가 열린다. 이에 일요법회는 회장님, 여래성, 선법거사님 등이 중심이 되고, 주2회 있는 참선법회는 반야그랙킬퍼와 심공스티브거사님이 주축이 되어 법회를 지켜나가기로 했다.
책임을 맡으신 신도님들은 사찰열쇠를 갖고는 틈날 때마다 사찰에 와서 둘러보고 새로 부다나라를 찾은 신도님들에게는 부처님전으로 인도를 하고 그날그날 있었던 소식들을 이메일로 전화로 또는 동영상을 찍어서 수술 후 회복에 매진하는 스님에게로 ‘오늘의 사찰소식’을 보냈다.
2월에는 니콜라스 현준이의 돌잔치도 있었는데도 회장님이 생일떡도 집에서 만들어 와서 멋진 생일법회를 했다. 4년째 공공기관을 빌려서 법회를 하고 있는 애틀랜타부다나라는 현심행, 무영, 성당, 관음성보살님들이 주축이 되어 영상자료로 스님의 법문을 대신하며 이번 기회에 불교기초교리를 다지는 계기를 삼고자 힘쓰고 있다.
한마음으로 합쳐지는 계기가 됨과 더불어 스님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다. 사찰을 지켜내려는 신도님들의 열정에 감복한 스님은 하루빨리 회복해서 포교현장으로 복귀하기를 기다리는 신도들의 염원에 답하기 위해 이달 말에는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교신문 2801호/ 3월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