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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온지 2년쯤 되었을 때 전화 한통이 왔다. “스님 우리 아들이 있는데 불자와 결혼을 할 수 있도록 예쁜 불자 아가씨를 소개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의 전화였다. 참 막막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래서 당시 보리사에 다니던 젊은 불자들에게 물어 보았다.
여기서는 어떻게 사람은 만나느냐고. 미국에는 맞선 문화가 없다. 물론 한국 부모님들이 물어 소개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여기서 자란 2세일 경우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 실정이다. 그랬더니 파티나 모임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학교에서 만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인들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교회에 간다는 핑계를 대기도 한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절에 오면서 아이들은 교회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젊은 불자들의 개종이 비일비재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물론 어린이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생각을 하고 준비한 것이 바로 지난 2010년 8월에 열었던 ‘와인 파티’였다. 우리 불자들끼리 인연을 맺어 주자는 동기였다. 이날은 칠월칠석이 다가오는 시기라 우리 민족적으로도 발렌타인데이에 가까운 날이다. 사랑을 고백하는 그런 날인 것이다. 연초부터 준비를 해서 8월에 드디어 행사를 치렀다.
젊은 불자 인연맺어주기 칠석 쯤 ‘와인파티’ 개최
8월 북가주 델리시티서 두 번째 ‘파티’ 준비 중
첫 행사라서 텍사스, 남가주에서도 오고 예상과는 달리 30여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광고를 보고 모이기도 하고 지인들의 소개로 모이기도 했다. 그렇게 모인 불자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20살을 막 넘은 젊은 불자부터 40살을 넘은 약간 노총각들도 모였다. 모두들 세미 정장을 하고 모인 자리라서 점잖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1부 모임은 간단히 다과로 진행했다. 한 상 가득 예쁘게 차린 밥상은 알록달록 여기 모인 젊은 불자들 마음 같았다. 북가주의 봉사모임인 자비봉사회 어머님들은 손을 걷어붙이고 준비를 했다. 그분들도 아들이나 딸이 모였으면 했으나 개인적 사정으로 참석 못한 분들도 있었다.
그러면 괜찮은 청년이나 아가씨들이 보이면 살짝 자식 사진을 보여주면서 모임을 주선하는 모습도 보기좋아 보였다. 한 시간 다과를 즐긴 후에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웃기도 울기도 당황하기도 하는 자리를 한 시간이 넘어가자 날씨가 어둑해졌다. 8개월간 준비한 3시간짜리 행사지만 타라 보드 멤버들과 주위의 많은 불자들이 도움을 주고 웃음과 이야기가 풍성한 행사였다.
텍사스의 총각과 산호세 아가씨가 짝을 만나기를 바랐지만 너무 거리가 멀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이번 행사가 계기는 아니지만 이미 커플인 법우들이 참석을 했었는데 9월15일 결혼식을 올린다는 불자가족 결혼 소식을 듣고 있노라면 이런 행사를 통해서라도 숨어 있는 우리 젊은 불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소식을 전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스님들이 주례도 해주고 축하의 말을 전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2년 전 행사는 많은 즐거움을 주는 행사여서 올 8월11일 오후6시 북가주 델리시티에서 다시 그리움의 모임을 있을 예정이다. 앞으로의 행사로 기대가 높다.
결혼, 출산, 아이들 교육, 젊은 불자들 캠프, 직업알선 모두 우리 이민자들은 교회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 왔다. 불자들도 지금은 시작 단계이지만 불자들과 함께 움직이고 살아 있는 부처님 말씀을 전하러 찾아가야 하지 않나 싶다.
불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젊은 불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찰이 되어간다면 이민불교도 그리 어둡지 않은 미래를 만들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