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법회가 있는 날 아침이면 늘 그랬듯이 신도들은 점심공양 할 음식들을 한 가지씩 가지고 와 능숙하게 지정된 식탁 위에 음식들을 가지런히 놓고는 법당으로 향한다.

미국에 있는 사찰 대부분은 재정이 열악하다보니 공양주를 둘 형편이 안된다. 간혹 사찰에 상주하며 공양주 봉사를 하겠다는 신도가 있어도 방사가 여의치 않다보니 이마저도 어렵다.

세인트루이스 부다나라(불국사)도 약 10년 전 초창기에는 3개월이나마 공양주가 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사정이 여의치가 않아 공양주를 둘 수 없게 되자 정기법회 때 음식준비가 화두가 됐었다.

부부가 같이 벌어야 그나마 생활이 유지되는 팍팍한 이민생활 환경이다 보니 어렵게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법회에 참석하는 신도들에게 돌아가며 공양준비를 해야 된다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하나 하고 걱정과 함께 부담으로 다가왔다.

대중들이 모두 모여 신도회의를 가졌는데 이 때 나온 해답이 ‘팟럭(Potluck)’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워싱턴대학원에 재학당시 자주 가졌던 팟럭파티(Potluck Party)가 생각이 났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업과 파트타임 직업을 같이 병행하고 있어서 바쁜 일정들을 매일매일 소화해내야 하는 것도 벅찬데, 과목별 종강파티나 그룹별 프로젝트를 위해 팟럭을 통해 모이고 같이 식사도 하면서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문제를 해결했었다.

신도들 직접 만든 음식 들고 <?XML:NAMESPACE PREFIX = O />

부담 없이 모이는 팟럭 법회 

저마다 솜씨로 특제공양 탄생

뷔페형식으로 걱정 부담 덜어 

미국에서 대중화된 파티형식 중 하나인 팟럭파티는 초대하는 사람이 장소와 음식까지 모두 준비한다면 부담이 크기 때문에 참석자 모두가 같이 파티를 준비하는 형식이라 부담감도 적을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파티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즉 손님을 초대하는 사람은 집이나 장소 등을 제공하고 초대받아서 오는 사람들이 한 가지씩 음식이나 음료수 또는 과일 등 무엇이든지 자신이 준비 가능한 것을 가지고 부담 없이 참석하는 것이다.

각자 한 가지씩 가지고 모이다보니 생각지도 않게 뷔페형식으로 먹고 즐길 수도 있고 배우고 싶은 요리법은 만든 사람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고, 더욱이 남은 음식은 각자 가지고 가기 때문에 뒷정리도 의외로 간단하다.

음식은 자유롭게 하기로 하고 팟럭을 법회에 접목하기로 하고 가진 첫 번째 법회가 기대 속에 다가왔다. 바쁜 아침시간에는 만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튀김이나 부침개를, 도착하는 신도들마다 가지고와서 이날은 오로지 밥과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각종 야채튀김과 부침개로 점심공양을 하며 한없이 웃었었다.

점점 횟수를 더하고 해가 더해갈수록 자리를 잡아갔고 신도들이 해오는 음식들도 각각의 특징이 생기기 시작하고 계절별로도 특징이 생기며 식탁이 한껏 풍성해져서 뜻은 달라도 발음도 비슷한, ‘법회가 있는 날 절에 오면 뷔페가 있게 되었다.

점심공양을 하면서 신도들은 음식 만드는 비법을 묻기도 하고, 맛있다고 칭찬도 아낌없이 하다보니 서로에 대한 유대감도 더욱 깊어진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법회에 참석 못하는 일이 생길 때에는 다른 신도가 함께 음식을 준비하기도 한다.

가풍에 따라 짜게 먹는 집, 싱겁게 먹는 집, 또는 맵게 먹는 집 등 다양하지만 간이 어우러지다보니 명물 부다나라 산채비빔밥이 탄생하게 되었다.

여기에 사찰 텃밭에서 키워진 고추, 깻잎, 열무, 상추 등 무공해 계절채소들을 덤으로 곁들이다보니 건강과 맛에 있어서도 빠지지 않는 소박한 사찰음식을 맛보게 된다. 해외포교하며 맛보는 색다른 행복이다.

[불교신문 2837호/ 8월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