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불교신문 1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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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4-03-05 19:52 조회2,001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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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하든지
놓아버리는 마음으로 하라
조금 놓으면
조금 평화로워질 것이고
많이 놓으면
많이 평화로워질 것이다
완전히 놓아 버리면
완전한 평화와 자유를
알게 될 것이다
세상과의 싸움이 끝날 것이다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코끼리를 갖고 싶었다. 왜 하필 코끼리냐고 사람들은 그에게 물었다. 개나 고양이라면 쉽게 키울 수 있을 것 아닌가. 물론 그 자신도 그런 생각을 안해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온통 코끼리한테 사로잡혀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코끼리를 소유하면 더 많이 행복할 수 있어.” 그는 코끼리 살 돈을 모으느라 일생의 시간을 다 보낼 것이고, 그런 다음에는 코끼리 사료를 마련하느라 허덕일 것이며, 코끼리와 단 한번도 즐겁게 노닌 적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결국 그 코끼리 때문에 자신이 한순간도 행복하지 않았음을 깨달을 것이다. 당신과 나의 마음 속에서 현실로 이루어지지 못한 코끼리는 결국 불행한 코끼리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리고 불행한 코끼리는 머지않아 ‘술 취한 코끼리’가 된다.
우리가 힘들어 하는 것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원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의 평화에 이르기 위해선 욕망의 자유가 아니라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 내가 선택한 행복의 길이 결코 행복을 주지 못한다면 그 길에 대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선택이다.
마음이 쓰는 대본에 따라 우리는 사랑하고 미워하고, 즐거워하고 불만족스러워한다. 코끼리를 길들이기도 어려운데 술 취한 코끼리를 길들이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 자체가 어려운 주제다. 마음을 다스리기까지 삶에는 고통, 불행, 슬픔, 두려움 등 모든 것이 밀려온다. 그 코끼리가 우리의 삶을 망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 코끼리를 길들이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마음 자체가 술 취한 코끼리이기 때문이다.
여기 또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한 남자가 시장에 앉아 무엇인가를 먹고 있었다. 그가 너무도 고통스럽고 행복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는 얼굴이 붉게 충혈되고 눈에는 눈물이 그득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몰랐지만, 이내 그가 옆에 칠리를 쌓아놓고 앉아서 하나씩 입안에 넣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세상에서 가장 맵기로 소문난 인도산 고추 칠리를 입에 넣고 씹을 때마다 남자는 더욱 불편하고 불행해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또다시 칠리 하나를 입에 넣는 것이었다. 마침내 누군가 물었다. “왜 이렇게 하는 거요? 한두개 먹었으면 칠리가 얼마나 매운줄 잘 알거 아니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먹는 이유가 뭐요?” 매우 고통스런 얼굴을 하고 그 남자가 말했다. “혹시 단맛이 나는 칠리 고추가 있을지도 모르잖소.” 단맛나는 고추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매운 고추를 계속해서 먹는 고통스런 남자의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그것은 인간 실존의 문제다. 우리가 삶에서 어떤 일을 하든 그것은 곧 행복을 찾아 나서는 일이다. 문제는 우리가 달디단 고추를 기대하는 저 인도인 남자처럼 잘못된 장소에서 그것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고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운 것이 곧 칠리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집착과 기대를 내려놓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단맛의 발견에 이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아잔 브라흐마스님의 ‘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이야기’ |
수십 수백 번 우리는 선택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삶에 대한 어리석은 관점을 고수하는 한 여전히 매운 눈물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결국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이다.
우리 모두는 삶의 어느 순간 우리들 각자의 내면에 있는 영적인 피라미드를 올라갈 수 있는 시간과 평화를 자기 자신에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 아주 잠깐 동안이라도 삶이라고 하는 이 복잡하게 뒤엉킨 정글 위로 올라가 봐야만 한다. 그때 우리는 사물들 속의 자신의 위치를 보게 되고, 삶의 여행을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든 방향에서 우리 존재를 에워싸고 있는,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무한세계를 응시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의 스님 아잔 브라흐마를 유명하게 만든 대표작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절판 2년만에 편집과 디자인을 달리해 재출간됐다. 서구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드문 시절에 불교에 귀의해 전설적인 태국의 고승 아잔 차 밑에서 수행하면서 얻은 깨달음의 이야기 108편이 실려 있다. 지난 30년 이상 수행자로 지낸 자신의 성장과 경험들, 고대 경전에 실린 이야기, 농담 그리고 절에서 행한 법문 등을 모았다. 몸과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이자, 마음속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다.
매 장(章) 아잔 브라흐마의 스승 아잔 차의 가르침도 구절구절 백미다. ‘아무것도 되려고 하지 말라. 자신을 다른 존재로 바꾸려 하지 말라. 명상가가 되려 하거나 깨달으려 하지 말라. 앉을 때는 앉으라. 걸을 때는 걸으라. 아무것도 붙잡지 말고 붙잡히지 말라. 그 무엇에도 저항하지 말라. 좋고 나쁨은 그대의 마음 속에서만 일어난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삶을 진지하고 열심히 사는 것이며 자신의 참본성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대가 자신의 참 본성을 알아차렸을 때만 진실로 남을 도울 수 있다.’
<술 취한…>은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 쓴 책이 아니다. 실제로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담았다. 코끼리라는 상징을 통해 이야기하는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법, 분노와 용서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행복과 불행, 슬픔과 기쁨 같은 수많은 감정들 속에서도 마음을 잃지 않는 법을 일화들을 통해 설명한다.
30여년간 명상서적 번역에 천착해온 류시화 시인이 이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15페이지에 걸친 류 시인의 ‘서문’은 비단처럼 빛나는 아잔 브라흐마의 법문 위에 꽃을 얹은 듯 향기를 더해준다. 오쇼, 크리슈나무르티, 바바 하리 다스와 같은 수많은 영적 스승들의 가르침을 가슴에 담아온 그가 또한번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진심으로 행복하고 만족하는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을.”
저자 아잔 브라흐마
영국 캠브리지大 출신…
‘금요일밤 법문’ 전세계인 클릭
영국 런던의 노동자 계급 집안에서 기독교인으로 태어났다. 기독교 학교를 다니고 성가대에서 활동할 만큼 신실한 신앙을 가진 청년이었다. 그러나 17세 때 학교에서 우연히 불교서적을 읽던 중 자신이 이미 불교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장학생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했으나 인생에서 폭탄을 만드는 일보다 더욱 가치있는 일을 하기를 바랐고, 정신적인 삶 또는 영적인 삶에 대한 열망이 그의 안에서 커져갔다.
결국 그는 대학졸업 후 1년동안 고등학교 교사를 한 뒤 자신의 삶에서 몇 년을 떼어내 다른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하고 태국으로 건너가 스스로 삭발하고 수행승이 되었다. 수행승이 되고서야 그것이 그가 오랫동안 바라던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러한 방식의 삶에 이내 편안함을 느꼈다.
어느날 친구가 당대의 위대한 스승 아잔 차의 명성을 듣고 태국의 왓농파퐁에 가서 3일만 지내보자고 그에게 말했다. 그렇게 해서 태국 북동부의 밀림으로 간 그는 3일이 아니라 9년을 아잔 차와 함께 생활했다. 그는 아잔 차로부터 아잔 브라흐마(정식 이름은 아잔 브라흐마밤소 마하테라)라는 이름을 받았다. 숲속 수행승으로 철저한 배움의 시기를 보내고 난 후 그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호주로 가서 직접 벽돌 쌓는 일과 용접일을 배워가며 남반구 최초의 절을 세웠다. 절을 짓는데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던 그는 직접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일과 속에서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그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아잔 브라흐마는 특유의 유머와 뛰어난 법문으로 유명하다. 그가 매주 절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 ‘금요일 밤의 법문’ 동영상은 전세계에서 매년 수백만명이 접속해 들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의 법문은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어왔다. 그가 신참 수행승일 무렵 ‘승려의 길’에 관한 영문 안내서 편집을 맡았고, 이 안내서는 후에 서구의 수많은 불교 입문자들에게 지침이 됐다.
우리나라에도 ‘아잔브람한국명상센터’가 있다. 세계명상수행을 선도해온 각산스님이 운영하는 참불선원인데, 서울과 부산에 자리잡고 있다. 아잔 브라흐마는 오는 5월께 참불선원 초청으로 방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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