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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명상센터를 가다 <中>프랑스 레랍링과 아일랜드 족첸 베라(불교신문 1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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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6-04-07 19:06 조회1,9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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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레랍 링(lerabling.org)

 

티베트 건축 그대로 옮겨 놓은듯

명상객 위한 통나무집 88개 장관

달라이라마가 유지들 직접 만나

‘소통하는 날’엔 6000명 다녀가

 

 

▷족첸 베라(dzogchenbeara.org)

 

단기 장기 참가자 숙소는 따로

무문관 같은 폐관 명상실 눈길

명상센터 옆엔 현대식 요양원

SNS 홍보로 젊은층 호응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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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레랍링과 아일랜드 족첸 베라는 유럽의 대표적인 티베트 사원이다. 레랍링은 티베트 건축양식을 그대로 옮겨 놓은 큰 법당을 중심으로 주변에 여러 건물이 있고, 방문 명상객을 위한 숙소 통나무집 캐빈<사진 왼쪽>이 88개나 있어 한 마을을 이루고 있다. 아일랜드 남부 해안의 족첸 베라는 가톨릭 신자가 많은 아일랜드인과 각국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명상센터이다. 멋진 현대식 건물로 지은 요양센터 명상실에서도 좌선과 요가를 할 수 있다.

 

(재)조계종 선원수좌복지회(이사장 의정스님)가 종립선원 봉암사와 함께 명상마을 건립을 추진하면서 진행하고 있는 세계 명상센터 답사 두 번째 편은 지난호(3176호 14면) 플럼빌리지, 라뚜레뜨-떼제 수도원과 전혀 다른 느낌의 티베트불교풍의 프랑스 레랍 링과 아일랜드 족첸 베라다. 달라이라마의 영향이 큰 곳이다.

 

■ 유럽 최대 티베트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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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와 주민들과의 만남으로 더 유명해진 레랍 링에서 진행되는 명상프로그램.

프랑스 남부 지중해와 접한 몽펠리에 지방의 깊은 산중에 유럽 티베트불교 최대 사원 레랍 링(Lerab Ling)이 있다. 한국에도 꽤 유명한 <티벳 사자의 서> 저자 소갈 린포체(Sogyal Rinpoche)가 세운 전세계 200여 개의 명상센터 중 하나다. 해발 600m 높이의 고원지대에 있는 레랍 링은 산중 분위기가 티베트 고산지방과 비슷해 프랑스의 깊은 산속에 유럽 티베트불교 최대 사원이 자리 잡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하다.

1992년에 소갈 린포체가 농장을 사서 소외양간을 수리하고 명상홀로 만들어 개원했다. 2000년과 2008년 두 차례나 달라이라마가 방문해 유럽 최대의 티베트불교 사원으로 부상했다. 특히 달라이라마의 두 번째 방문에는 대통령 부인을 비롯해 프랑스 정관계의 여러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티베트사원은 장엄용 깃발과 오색천, 그리고 특유의 사원 건축양식이 두드러지는데, 프랑스 등 유럽문화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이로 인해 레랍 링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지역 주민들이 좀 두려워하는 곳으로 인식됐으나, 달라이라마가 방문해 직접 지역 유지들을 만나 소통해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도 1년에 하루는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날로 정해 센터를 개방하는데 하루 6000여 명이 다녀간단다(부처님오신날 하루 개방하는 봉암사와 비슷하다).

지금은 레랍 링이 지역사회는 물론 프랑스와 유럽 전역에 뿌리내려 가고 있음이 역력했다. 이날 한국 선승들을 맞이하고 안내한 운영 책임자도 프랑스 현지인 재가자였다. 티베트불교 스님과 재가신자가 사부대중공동체를 이루어 동등한 자격으로 지도와 운영에 참여하고 있었다.

레랍 링은 티베트 건축양식을 그대로 옮겨 놓은 큰 법당을 중심으로 주변에 여러 건물이 있고, 방문 명상객을 위한 통나무집 캐빈이 88개나 있는 마을이었다. 유럽 현지인의 참여가 늘고 있으며, 여름 휴가철에는 하루 1000여 명이 모여들어 숙소가 부족해 텐트를 쳐야 한다. 방문한 날도 캐빈을 더 짓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많은 숙소의 난방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화목 보일러 하나로 다 해결한단다. 보일러실을 가보니 정부 보조로 자체 개발한 자동 화목보일러시스템을 가동 중이었다. 겨울이면 난방비 부담이 큰 한국의 선원장 스님들에겐 친환경 보일러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 아일랜드 첫 티베트사원

  
선원수좌복지회 스님들과 족첸 베라 운영진 좌담회.

프랑스 명상센터 답사를 마친 답사팀은 아일랜드 남부 도시 코크로 가서 역시 티베트불교계 족첸 베라(dzogchenbeara) 명상센터를 방문했다. 족첸 베라는 아일랜드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한국의 남해 보리암이나 여수 향일암과 비슷한 분위기다. 이곳도 소갈 린포체가 2008년에 세운 아일랜드의 첫 티베트사원이다.

족첸 베라는 처음 개원할 때부터 지역 주민들을 중시해 센터를 개방하고 대중적인 명상과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아일랜드는 국민 80%가 가톨릭 신자라 하는데, 현지 한국인 가이드 말로는 거의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은 1~2주 단기와 1~3개월 장기 안거 프로그램이 있으며, 단기와 장기 참가자 숙소가 따로 있고, 무문관처럼 폐관 명상실도 있었다. 명상센터 옆에는 세련되게 지은 요양원이 따로 있었다. 매일 프로그램이 돌아가는데 주로 안거 위주 프로그램이란다. 1년 방문객은 5000~6000명이며, 우리가 방문한 토요일에도 많은 현지인들이 찾아왔다.

이곳의 운영도 아일랜드 현지 재가자들이 책임지고 있었으며, 한국 선승들을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점심 공양 뒤 차담 시간에 운영 시스템이 궁금하다 하니 자상하게 설명해준다. 비영리기관이라 재원이 늘 부족하며 주로 자원봉사자로 운영한다. 소수의 유급 직원만 두고, 센터장 1인이 총괄하며, 부센터장은 기금 조성, 마케팅, 돌봄센터 운영 관리를 맡고, 섹트별 담당 매니저가 자원봉사자팀을 꾸려 운영한다. ‘봉사가 수행’이라는 사명감으로 일하며, 유급 상근자는 주당 40시간 풀타임으로 아일랜드 최저임금(시간당 8.65유로이니 1만1600원)이다. 매니저나 청소부도 최저임금 급여는 똑같다. 그리고 공동체 일원으로 하루 6시간 일하고 숙식과 약간의 용돈을 받는 사람이 있다. 자원봉사자는 3개월 약정으로 받는데, 처음에는 환희심으로 시작하나 막상 현실에 직면하면 힘들어 하다가 다시 안정을 회복한단다.

족첸 베라도 매일 명상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참가자 중 열심히 공부해서 지도자로 성장하기도 하며, 그런 분들이 근처로 이사 와서 정착하며 자원봉사하기도 한다. 요즘은 페이스북 같은 SNS로 족첸 베라를 홍보하고 모집하는데 젊은이 중심으로 점차 호응이 증가한단다. 사람들은 아일랜드와 영국에서 찾아온다. 아일랜드는 가톨릭 신자가 많은데, 각자 정신세계의 문제에 부딪히는데 가톨릭에서 답을 찾지 못하다 족첸 베라에서 길을 발견한단다. 앞으로 그런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젊은 아일랜드 안내인이 말해준다.

  
족첸 베라 요양원 명상실, 함께 걸려 있는 라마의 사진과 십자가가 눈길을 끈다.

족첸 베라에는 명상센터 부설 요양센터가 멋진 현대식 건물로 지어져 있다. 심신 치료와 노후 요양을 위한 곳이다. 센터 안에 명상실에서 좌선과 요가를 한다. 재밌는 것은 그 안에 라마의 사진과 함께 십자가가 같이 걸려 있는 것이다. 종교를 차별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2층 건물의 요양센터는 족첸 베라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해 바다 전망이 인상적이다. 건물의 디자인과 동선이 좋아 물어보니 건축설계 공모를 통해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지었단다.

답사가 끝나고 나오는 차 안에서 아일랜드에서 가이드로 일하는 한국인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아일랜드 청년과 결혼했는데, 시어머니가 아주 독실한 티베트불교 신자로 집 근처에 작은 절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 한다. 이렇듯 아일랜드에서도 이제 불교가 각광받으며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지혜와 행복의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불교신문3177호/2016년2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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